오름 50

[2006.06.17 (토) 맑음] 민오름(제주시)

"오늘은 멀리 못가! 오전중으로 돌아와야 돼!" 일찌감치 들른 동행인의 형편이, 멀리 저지오름으로 향햐려 했던 걸음을 돌려 놓는다. "그럼 가까운 곳 어디가 좋을까?" "민오름 가게." "지사님 관사가 들어올까?" "들어 올 꺼라..." "그럼 그리로 가지 뭐." 지도상에 표기된 민오름이란 이름만도 셋이나 된다. 사실, 너무 가까운 곳이라 일찌감치 올라 볼 오름 목록에도 들지 못했던 터였다. 어쩜, 이렇듯 불현듯 갑작스런 산행이라야만 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 온통 소나무로 가득한 오름. 곳 곳에 표시된 소나무 재선충 병해에 대한 경고판 내용으로 비로소 그 심각함을 느낀다. 그와 더불어, 산림과 직원들의 노고와 우려에 대해 잠시지만 생각할 틈을 만든다. 우리민족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소나무. 목재로서의 가치..

[2006.06.03 (토) 맑음] 산방산

새벽 2시까지 마셨나? 마시고, 부르고, 먹고, 마시고..... 그 와중에, 오전7시반에 집결, 산방산엘 다녀 오자고? 나야 좋지... 제주 기상청에 근무하는, 첫 대면부터 친구가 되어버린 친구와 오랜지기이자 두해 선배. 그렇게 세 가족이 일찌감치 산행에 나섰다. 매번 바다쪽에서 바라본 모습이 익숙해져 있었을까? 북쪽에서 바라본 산방산의 모습은 그 익숙한 이름과는 달리 많이도 생소한 모습이다. 여늬 산이나 오름의 모습처럼, 그렇게 평범한 모습으로 거기 있었지만, 막상 오르기 시작하니 숨이 차오른다. 70도 정도 될까? 그래도 그간 몇 몇 오름을 들고 났었던 일들이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었을까? 숨은 차올라도 그럭 저럭 큰 힘들이지 않고 올랐는데...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친구는 몇 번을 쉬어 오른다..

[2006.05.27 (토) 흐림] 군산

아이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가족 등산 계획이 취소됐다. 성판악 코스로 해서 정상까지, 그리고 하산길에 사라오름도 들러 올 요량이었지만, 어제 저녁 늦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침까지 뽀오얀 안개비를 뿌리고 있다. 큰 녀석은 좋아한다. 마침 휴일을 맞아 서귀포에서 친구가 놀러 온다고, 새벽등산을 다녀오면, 너무 지쳐서 친구와 놀 수 없다나? 이젠, 아이들도 조금씩 자신의 주장을 내 놓기 시작한다.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적어도 아빠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섣불리 내세우지 않았었는데... 한 편 서운하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론 대견하기도 하고... 아직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의 세계라고 단정짓고는 끝내 자기들 세상속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 하긴, 어디 아이들 세상뿐이겠..

[2006.05.20 (토) 맑음] 왕이메오름

탐라국시대, 고량부 삼신왕이 이 곳 왕이메 오름에 올라 삼일간 제사를 지냈다 하여 왕이메라 이름 붙였다 하던가! 너무 오랫동안 삐딱한 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조금 돌릴 때 마다, 고개 왼편이 무척 아프다. 마치 목에 기브스를 한 양, 좌,우로 30도 정도를 틀어 양 옆을 보기가 무척 힘들다. 어쩔까. 하루쯤 쉬어갈까? 무슨 뚜렷한 목적이 있어 오름을 오르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오래전부터 마음 먹었던 일을 어느날 문득, 아무 생각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원체 아는것이 없었기에 무작정 오르다 보면, 어느 한 순간 적어도 한 가지 길은 보이겠지... 그랬다. 그렇게 시작한 오름산행은 이제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무언가 보이고 생각할 틈을 만들어 주고 있다. 다른이들은, 오름에 대해..

[2006.05.14 (일) 맑음] 서영아리오름, 하늬복이오름, 마복이오름, 어오름

기어코 서영아리 오름을 오르고 말리라. 역시 늦잠을 자다, 부산한 소리에 눈을 떳다. 이미 벌써부터 늘상 동행하는 아주머니의 전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세상에...어제 새벽까지 그 많은 쑥을 다듬는 모습을 보았는데 지칠새도 없는 모양이다. 신이 머무는 곳. 영아리의 '영'은 곧 신을 의미한단다. 낯이라도 씻고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지.... 조금 늦게 출발했다. 인터넷으로 새벽까지, 서영아리오름으로 향하는 길을 어렴풋이나마 찾아 놓았으니 근처라도 갈 수 있겠지. ---- 서부산업도로로 해서 제2산록도로로 접어들었다. 대갹 7Km쯤 달렸을까? 오른편에 "롯데 스카이 힐 오픈 골프대회" 라는 커다란 아치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비교적 넓은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다. 이 길로 들어설까? 어제 확인..

[2006.05.13 (토) 맑음] 조근대비악

조금 늦은시간에 잠이들었었나? 부산한 시끌거림에 이끌려 부시시한 눈을 부비니, 아고, 벌써부터 옆집 아주머니와 집사람은 복장을 다 갖췄다. 마지막이라나? 이제 고사리 꺽는것도.... 예의 독특한 고사리 복장으로 이미 커피 한 잔씩은 마신 모양이다. 낯 씻을 겨를도 없이 주섬 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서니... "오늘은 어디로 갈꺼라?" "게메...알바매기 가잰 이 새벽까정 인터넷 뒤져신디...어떵이라!" "서쪽으로 가게. 지난 번 고사리 꺽던데 가민, 그기도 오름 몇 개 이성게." 못 말리는 아짐씨덜...아~~효!!! 할 수 없지 뭐. 아짐씨덜 말씀을 따라야지...힘이 있나? ㅎㅎ. "겅 헙서!" 차 키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니, "다마스로 가게" "아니우다. 걍 캐피탈로 가도 될거 닮은게 마씸." 매 주 ..

[2006.05.07 (일) 흐림] 백약이오름 II

묘산봉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역시 매주 동행하는 이웃집 아주머니, 그리고 집사람... (사실, 이 두 사람은 고사리 꺽을 욕심에 따라 나서는 줄 알지만...) 하나로 마트에 들러 카네이션 5송이와 약간의 고기, 그리고 과일을 사 들고 먼저 하천리를 들렀다. "잔치 먹으래 감서. 어떠난 하천리까지 와서게. 어떵할꺼라. 모처럼 와신디 보지 못해영" "아니우다. 맹심허영 댕겨 옵서. 카네이션이랑 괴기 호끔, 참외 냉장고에 놩 감수다 예. 낼랑 꽃 다랑 다닙서 예." "알아서, 고맙고." 돌아 나오는 길에, 예전 성읍2리로 해서 『오름사이로』까지의 길을 익혀 두었던 터라 그 길로 들어섰다. 길게 뻗은 삼나무 길은 전에도 그랬듯 상쾌함을 전하고... 어느 오름 아래에 차를 세웠다. "고사리가 이슴직도 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