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멋/제주의 오름

[2006.05.07 (일) 흐림] 백약이오름 II

금오귤림원 2006. 5. 7. 22:16
묘산봉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역시 매주 동행하는 이웃집 아주머니, 그리고 집사람... (사실, 이 두 사람은 고사리 꺽을 욕심에 따라 나서는 줄 알지만...) 하나로 마트에 들러 카네이션 5송이와 약간의 고기, 그리고 과일을 사 들고 먼저 하천리를 들렀다.

"잔치 먹으래 감서. 어떠난 하천리까지 와서게. 어떵할꺼라. 모처럼 와신디 보지 못해영"
"아니우다. 맹심허영 댕겨 옵서. 카네이션이랑 괴기 호끔, 참외 냉장고에 놩 감수다 예. 낼랑 꽃 다랑 다닙서 예."
"알아서, 고맙고."

돌아 나오는 길에, 예전 성읍2리로 해서 『오름사이로』까지의 길을 익혀 두었던 터라 그 길로 들어섰다. 길게 뻗은 삼나무 길은 전에도 그랬듯 상쾌함을 전하고... 어느 오름 아래에 차를 세웠다.

"고사리가 이슴직도 헌디..."
"차 세우크메 함 들어가 봅서. 날랑 저 오름이나 올랐당 오쿠다."
"그 오름, 백약이 아니꽈?"
"게메 양. 긴 것도 답구 아닌 것도 답구...올라보민 알아질테주 마씸."

내 키 보다 훨씬 높게 솟은 풀숲을 헤치니, 말들이 한가롭다.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그 녀석 어슬렁거리며 한 움큼 다가선다. 연신 되새김질거리는 소리를 앞세워...하하.. 얼른 몇 컷을 담고는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없는 길을 요리 조리 헤치고 빠지며 오르길 20여분? 정상에 올라보니... 어허! 그예 백약이오름일세. 지난번과는 정 반대쪽에서 오른셈이 되었다.

"그 참 모를일일세. 어찌 조금 방향이 바뀌었다고 이리도 모를 수 있을까!"

하긴, 오름들이 그랬다. 길 따라 모습을 달리하고, 방향따라 그림자를 달리하니... 전화를 했다.

"고사리 좀 있수가?"
"아예 어신게 마씸."
"겅 하걸랑 나옵서. 나도 지금 내려감수다."

꺽겠다던 고사리는 몇 줄기 보이지 않고, 연신 쑥을 뜯는 모습이 보인다. 가방을 열어보니... 엥? 가방 가득 연한 쑥과 취나물이 가득하다. 사실, 몇 번을 보았지만 들녘에 흐드러져 있는 그 취나물도 냉큼 알아보지 못한다. 집사람의 설명이 몇 번 이어져야 그제서야 그것이 취나물인줄 알 밖에... 『오름사이로』... 드라이브 코스로는 정말 최고일 듯 싶다.

"저기 나즈막히 길게 드리워진 오름이 아부오름 마씀."

그리고 나오는 길에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 있다는 민오름을 들려 볼까 잠시 차를 멈췄는데 송당목장 입구란다. 입구에 서 있는 출입통제 안내판(동물사육보호구역이라나?)에 다시 차를 돌려 김녕으로 향했다. 처음 목적했던 "묘산봉"을 찾아.... 김녕에 다다라 묘산봉을 찾기 시작했는데... 결국 어느 오름(지금도 그 오름이 묘산오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을 한 바퀴 돌고서도 찾지를 못했다.

"다음에 오지 뭐!"

되 돌아 오는 길에, 가시덤불 가득한 들판에 차을 세우고, 두 분 아주머니 마음도 챙겨드려야 뒷 탈이 없으렸다. 고사리 꺽기에 들어갔는데... 숲이 깊고 길 잃음을 방지하기 위한 지표물도 없고... 그 흔한 전봇대라도 있을만 한데 그도 없다. 길 잃음을 걱정한 두 아주머니, 결국 그 마저 포기하고 뒤 돌아서니 일찍부터 고사리를 꺽었던가! 어느 세 아주머니들의 뒷짐이 무겁기만 하다. 이불 보따리 하나 가득 등짐을 진 모습에,

"하영도 꺽었수다 예! 그거 고사리꽈?"
"예. 일찍부터 꺽었수게."

하긴, 이제껏 돌아다니면서도 그 만큼 많은 고사리를 꺽은 모습은 보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행한 두 아주머니의 눈이 커져 돌아올 줄 모른다. 허나 어쩌랴. 고사리도 고사리지만, 길 잃음 걱정땜에 다시 들어서지 못하니....ㅎㅎㅎ. 지도상에 표시된 "알밤오름"이라도 오르려 입구를 찾아 서행을 하다보니, "알바매기오름" 이라는 표석이 보인다. 차를 세우고 오르려 하는데....

"그냥 가게.."
"담부터 델구 오나 봐라. 혼자 다닐래."
"혼자서 재미 없을건데...우린 그냥 우리차로 다니지 뭐."
"그래. 고사리 많이 꺽어 부~~자 되라. 우~~쒸."

결국. 목적했던 묘산봉도 찾지 못하고, 어찌 어찌 알게된 알바매기오름도 그냥 지나치고.... 지난 번 올랐던 백약이오름을 반대편에서 오르는것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쳐야 했다. 그 사이. 산취나물을 다듬고 집 된장에 버무려 조촐한 점심인지 새참인지가 자그마한 식탁에 차려졌다. 입안 가득히 고이는 산취나물의 깊은 향으로 고파오는 배를 채우니 졸음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