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멋/제주의 오름

[2006.06.17 (토) 맑음] 민오름(제주시)

금오귤림원 2006. 6. 17. 21:37
"오늘은 멀리 못가! 오전중으로 돌아와야 돼!"

일찌감치 들른 동행인의 형편이, 멀리 저지오름으로 향햐려 했던 걸음을 돌려 놓는다.

"그럼 가까운 곳 어디가 좋을까?"
"민오름 가게."
"지사님 관사가 들어올까?"
"들어 올 꺼라..."
"그럼 그리로 가지 뭐."

지도상에 표기된 민오름이란 이름만도 셋이나 된다. 사실, 너무 가까운 곳이라 일찌감치 올라 볼 오름 목록에도 들지 못했던 터였다. 어쩜, 이렇듯 불현듯 갑작스런 산행이라야만 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 온통 소나무로 가득한 오름. 곳 곳에 표시된 소나무 재선충 병해에 대한 경고판 내용으로 비로소 그 심각함을 느낀다. 그와 더불어, 산림과 직원들의 노고와 우려에 대해 잠시지만 생각할 틈을 만든다.

우리민족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소나무. 목재로서의 가치는 없어 어느곳에도 쓸 수 없다고 배워왔던 소나무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오히려 생소하리만큼 그렇게 괴리된 삶을 살아 왔는지 모른다. 내 마음 어느 곳에서도 그런 거시적 관심사는 찾아 볼 수 없었고, 외려 사치스런 느낌마저 들었었으니, 공무원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가 어찌 눈에 띄었으랴.

만만히 오를 수 있는 오름은 아니었다. 등줄을 타고 흐르는 땀이 옷을 적신다.

한 참을 오르니 넓직한 공터가 나온다. 여기가 정상인가? 여러가지 체육기구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들어서 있고, 드문 드문 그 시설들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눈을 돌려 사방을 살피니, 더 올라야 정상을 향할 것 같은, 다시 위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다시 걷기를 한 참여, 비로소 정상에 서니, 맞은 편 사령부가 위치한 오름이 눈에 들어오고, 산아래로 오라동 마을도 들어온다.

그 어디메쯤이던가.... 아마도 군 특수기관의 휴양지(?)도 있을터인데.... 빽빽한 나무들로 보이지 않는다. 연동 시가지 모습과 방향을 바꾸어 멀리 구제주 시가지 모습도 들어오고.... 정갈한 모습의 민오름 정상이 고즈넉하고 예쁘다.

동행한 집사람과 이웃 아주머니의 모습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몇 컷의 사진을 찍는동안 벌써 하산한 모양이다. 서둘러 하산하니 아직 내려오지 않은 듯, 한 참을 기다려 그 들을 맞으니, 정상 반대편쪽의 경관이 그만이란다. 병풍처럼 감아친 한라산의 모습이 그렇게 좋았다나. 그 모습을 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그렇게 간단한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