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멋/제주의 오름

[2006.06.03 (토) 맑음] 산방산

금오귤림원 2006. 6. 3. 20:28
새벽 2시까지 마셨나?
마시고, 부르고, 먹고, 마시고.....

그 와중에, 오전7시반에 집결, 산방산엘 다녀 오자고?
나야 좋지...

제주 기상청에 근무하는, 첫 대면부터 친구가 되어버린 친구와 오랜지기이자 두해 선배.
그렇게 세 가족이 일찌감치 산행에 나섰다.

매번 바다쪽에서 바라본 모습이 익숙해져 있었을까?
북쪽에서 바라본 산방산의 모습은 그 익숙한 이름과는 달리 많이도 생소한 모습이다.
여늬 산이나 오름의 모습처럼, 그렇게 평범한 모습으로 거기 있었지만,

막상 오르기 시작하니 숨이 차오른다.
70도 정도 될까?
그래도 그간 몇 몇 오름을 들고 났었던 일들이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었을까?
숨은 차올라도 그럭 저럭 큰 힘들이지 않고 올랐는데...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친구는 몇 번을 쉬어 오른다.

'안 되크라. 담부턴 매 번 같이 올라야킁게.'
'게메. 제발 겅 좀 해 주라.'

드디어 산의 정상인가?
그런데,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산 정상에 서면, 군산이며 화순항, 단산, 모슬봉, 송악산, 그리고 사계항과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가 한 눈에 들어올 것이란 기대를 맘껏 품고 올랐는데...
산 정상은 키보다 훨씬 큰 나무들로 빽빽하다.
초 여름 햇살마저 숲의 그늘을 뚫지 못하고.

어쩐다? 그냥 내려가야 하나?

"여기가 정상이꽈?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곳은 없수가?"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남쪽으로 난 바위가 있는데 그 위에 서면 전망을 바라 볼 수 있을거우다."
"아, 기 마씨? 고맙수다 예!"

이미 먼저 정상에 올라 숨고르기를 하던 선행 산나그네의 일러줌을 따라 몇 발자욱을 옮기니
현기증이 나리만큼 절벽위에 솟은 바위가 나타난다. 살살 조심조심...좁은 바위틈 절벽위를 기어 오르니 대여섯명 정도 편히 앉아 전망을 감상할 수 있을정도의 평지도 있고...

비록 해무에 휩싸인 태평양 바다와 해안선은 희미한 모습으로 뚜렷하고 청명하지는 않았지만
힘들여 오른 산나그네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동쪽으로는 군산의 서봉우리가, 그리고 태평양을 향해 내 달리다 문득 서 버린 모습의 월라봉 절벽, 한 동안 군항기지화 문제로 떠들썩했던 화순항과 화력발전소, 그리고 화순 해수욕장.
서쪽으로는 우선 토끼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형제섬과 사계항, 그리고 사계리 마을, 단산,
송악산, 가파도, 마라도, 그리고 모슬봉과 넓디 넓은 평야.

아! 제주에도 이토록 넓은 평야지대가 있었던가? 발길 닿는 곳 곳마다가 산이고 굴곡이며 오름뿐인 제주에도 정년 저토록 넓은 평야지대가 있었던가.

무엇보다 더 시원스런 모습은 한 점 막힘없이 툭 트인 태평양 바다와 그 위를 마음껏 내 달리는 몇 척의 깨알같은 배, 그리고 해안가 물거품.

하산하여 되돌아 오는길은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막걸리 한 잔하며 해장을 해야 하겠다나?
화순리 마을로 들어서 막거리 한 병, 사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중학교 수학여행이었던가? 그 때, 제주 기상대엘 들렀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 길고도 긴, 가파른 계단은 아직 그 곳에 있었건만, 지금은 폐쇄했단다.
차 안에서 미리 전화를 해 놓았었나?
점잖은 멋쟁이 예보관님께서 현관까지 나와 마중을 해 주신다.
그리고 이어 우리 세 가족은
중학시절 수학여행시절로 돌아가야 했다.
백엽상...온도계, 습도계, 풍향계, 풍속계....ㅎㅎㅎ.

컴퓨터와 관련한 여러 측정장비와 자동화, 그리고 센서기술등으로 무장한 지금의 기상대는
그 옛날 일일히 측정할 때 사용하던 장비들은 전시용으로, 또는 백업용으로 남겨둔 채, 현대화되었다.

"제주엔 기상대가 몇 군데 있어요?"
"제주, 서귀포, 고산, 성산포, 이렇게 네 군데가 있습니다. 아. 저희 관할은 아니지만, 공항기상대도 있네요."

대답을 해 주시는 예보관님께서 혹시 흉이라도 보시지 않으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