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귤림원 217

2015.02.21 (토) 이른새벽. 티븨로 영화 한편.

작년 5월. 4박 5일간의 북경, 왕찡여행 이후. 중국 근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접할 기회가 조금씩 늘어납니다. 영화를 참 좋아 하지만,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았었지요. 중국영화의 특징이, 허황하고도 허풍이 센, 주로 무협영화였던 까닭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소개된 중국영화가 모두 그 계통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신해혁명', '인생'에 이어 오늘은 '5일의 마중'을 보고 있습니다. '사회'와 '가족', 그리고 '중국'을 다시 생각합니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주 조심스런 어떤 기류..., 아주 지근거리의 소권력에 대한 사무친 어떤 기류.... 그런것들도 감지되고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어떤 두려움... 그렇습니다.

2015.02.12~14. (목~토) 맑음. 몇가지 단상...

1. 오랫만에 제주시 오일장을 찾았습니다. 반찬거리 조금 마련하자고, 조금 이른시간... 대체로 썰렁한 분위기와는 달리 수산물 시장의 생물코너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설 대목? 2. 40여년! 그 추억의 첫 장을 마주합니다. 단절? 아니, 단편적인 기억 몇 조각만 남았을뿐, 기억 어느구석에도 남아 있지않던 어리디 어린시절, 그래도 막상 마주하니, 어렴풋이 친구의 얼굴이 살아납니다. 남자들이라니... 웬만한 수다좀 떨어도 좋을것을 그저 웃기만하다, 그래도 저녁 한끼 함께하고 보내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3. 차돌박이, 차숙이.... 이젠 유행이 지났을까? 암튼, 오랫만에 맛깔스럽게, 과도하지 않은 상차림으로, 적당한 정도의 친절과 서비스... 외식을 했습니다. 4. 보름에 한 상자씩, 아예 자동으로 돌려 놓..

2014.12.17 (수) 첫눈! 해도 해도 너무하네!

결코 반갑지 않은 눈에 태풍 못지않은 강풍. 거기에 운송수단 마비. 거의 한달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는 얄궂은 날씨입니다. 어쩝니까! 그래도 견뎌야 하고 극복할수밖에요. --- 지난 14일, 남자는 나 하나, 큰 딸 포함 12명의 여인들과 함께 미루고 미루던 표선2과수원의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오전 내내 흩뿌리던 빗방울을 무시하고 나니, 오후엔 조금 나아집니다. 그리곤 부랴 부랴 상차, 이동, 하역... 농협선과장에 내려놓은 수확물 모습을 지켜보던 이웃 농부 아주머니의 한 마디가 무척 우울하게 합니다. "우리 귤은 그래도 이것보다는 낫네. 남들에 비해 궂어서 걱정했는데..." 듣다 못해 한마디 던졌습니다. "농약으로 도배를 합디까?" --- 어느사이엔가 우리네 농부들에게도 유기합성농약의 위험성은 ..

2014.12.05 (금) 흐리다 맑다 눈오다 비오다.. 클래식..

벌써 두 주째, 짖궂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방과는 달리 제주는 이 철에도 수확작업과 함께 흙을 갈고 씨앗을 준비합니다만, 그 어느것도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삿일과의 인연이 어느덧 12년째. 이제서야 비로소 조금 느긋해질 수 있었는데, 이젠 조금씩 조바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다시 눈을 돌리니 티븨 회면에선 익숙한 선율이 흘러 나옵니다. 잊혀진 클래식... 아! 그 속에도 이야기와 삶이 있었지... --- 잠시겠지만, 첼로의 낮은 소리로부터 조바심을 늦추며 위안을 얻습니다.

2014.11.24 (월) 맑음. 탱글 탱글! 금오귤림원 단상 / 큰 딸의 장난스런 카메라.

오랜기간동안의 고통과는 달리, 각기 흩어져 사는 일곱형제 모두를 알아 보시고는 흡족하신 듯 편안히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함께 해 주신 친구, 선배, 후배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올립니다. 살아가며, 베풀어 주신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찬찬히 그 은혜를 갚아 갈것입니다. --- 급작스럽게 준비해서 파종했던 풍산(콩나물) 콩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수확, 마무리 과정에 있습니다. 내년엔 절대 콤바인 수확은 하지 않겠다 다짐을 합니다. 작물 상태와 기계상태보다도 기계를 다루는 사람의 됨됨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도 얻습니다. 두 번 다시, 기계를 이용하여 농심을 우롱하는 콤바인 수확사업자들을 믿지 않기로 다짐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확. 이제 풍구를 이용 콩깍지와 잡티를 불리고, ..

2014.11.12 (수) 윤 구월 이십일. 장인어른 별세.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하 이동로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왜 그리 빠른지요. 왜 그리 느린지요. 희미하고도 차갑기만한 형광등빛 아래, 좁고 길다란 복도는 또 왜 그리 길고 멀기만 한지요. 새벽 5시 30분. 10여년의 길고도 고달픈 투병생활과도, 정든 가족과도 이별하는 순간은 평온하기만 했습니다. 향년 76세. 40세 이전부터 사사로이 시작하셨던 한학, 제주향교를 통해 발휘하기 시작한 당신의 한시는 이태백의 자연이 따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많은 자식들과, 동네 대소사의 중심이자 기둥이시기도 했지만 정작 당신의 길 떠날 날은 다른 분의 손을 빌어야 했습니다. 태양처럼 눈 부시게 빛 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은은한 달 빛으로 가까운 이웃과 가족들에겐 든든한 중심이자 기둥이셨습니다. 비로소 이별을 통해, 자식..

2014.11.05 (수) 맑음. 고등어회라고 들어는 봤나?

2014.11.05 (수) 맑음. 고등어회라고 들어는 봤나? ~~~~~~~~~~~~~~~~~~~~~~~~~~~~ 아직 어리디 어린 포인터 훈련 시키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 옵니다. 마침, 과수원 입구의 600여평 밭이 놀고 있어 그에 대해 여쭙고자 이웃 과수원의 담장을 넘어 훈련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합니다. 지난 2년여, 가까이서 지켜 보시던 이웃 과수원 쥔장께선 흔쾌히 밭 주인에게 안내하시며 아예 임차료문제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해 주십니다. 봉투를 내밀자니 손사래를 치실 요량. 할 수 없죠. 점심식사... 역시 사양 하심을 겨우 설득해 외도 바닷가 횟집으로 향합니다. 난생 처음 맛보는 고등어회! 바로 전 잡아들인 고등어 큰놈으로 2마리를 잡았는데, 그 양이 정말 푸짐합니다. 건너편 선주 부부와 친구분들,..

2014.11.03 (월) 흐리다 맑았다... 요즘 이러고 삽니다.

다급한 전화 한통이 마음을 급하게 합니다. 오후 4시까지 80짝을 맞춰야 한다네요. 내키지 않지만, 급할때 서로 조금씩 도와야 하잖아요? --- 홍보용 사진도 찍어야 하구, 과수원 방문객도 맞아야 하구, 발송된 택배 확인하다 오리무중인 발송품 찾아 그야말로 헤매기도 해야 합니다. 수확도 해야하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빗님은 또 왜 보내신답니까? 수확도, 포장도, 발송도 모두 멈춰야 합니다. 다시 문자와 전화통 붙들고 씨름을 시작합니다. --- 전쳬 수확량의 30% 정도는 흙으로 돌려 보내야 합니다. 아주 멀쩡하고 색깔도 최고로 발색되었는데, 딱 한 곳의 짙은갈색 병해를 입은 녀석들... 아직 해결을 못해 부득불 흙으로 되돌립니다. 하긴, 그 녀석들 흙으로 돌아가 다음해 결실로 되돌아 오긴 하겠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