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2014.12.17 (수) 첫눈! 해도 해도 너무하네!

금오귤림원 2014. 12. 17. 22:27
결코 반갑지 않은 눈에 태풍 못지않은 강풍. 거기에 운송수단 마비.

거의 한달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는 얄궂은 날씨입니다.

어쩝니까! 그래도 견뎌야 하고 극복할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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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남자는 나 하나, 큰 딸 포함 12명의 여인들과 함께 미루고 미루던 표선2과수원의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오전 내내 흩뿌리던 빗방울을 무시하고 나니, 오후엔 조금 나아집니다.

그리곤 부랴 부랴 상차, 이동, 하역...

농협선과장에 내려놓은 수확물 모습을 지켜보던 이웃 농부 아주머니의 한 마디가 무척 우울하게 합니다.

"우리 귤은 그래도 이것보다는 낫네. 남들에 비해 궂어서 걱정했는데..."

듣다 못해 한마디 던졌습니다.

"농약으로 도배를 합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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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사이엔가 우리네 농부들에게도 유기합성농약의 위험성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로지 장삿꾼들의 돈벌이 놀음에 한 몸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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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애월 무농약, 유기재배과수원을 제외한 제주의 동부지역에 있는 표선 1, 2과수원은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합니다.

이제는 신규 인증을 하지않는 "저농약 인증기준"을 엄격히 지키는 제한적인 사용이긴 합니다만, 한마디로 일반 관행, 아니 정확히 말해 "농약 안전사용기준"에서 정한 사용량과 사용시기의 절반 이하로 사용을 합니다.

어떻게든 유기합성농약의 사용을 자제하고자 노력 하는 모습이 자랑거리가 되어야 함에도,
정 반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우리네 모습에 많이도 우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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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합성농약의 잔류독성 위험성보다도 더 심각한 위해는 바로, 재배작물에 가해지는 외부 공격, 즉 각종 병해충에 대한 원천봉쇄(강력한 살충.균제;유기합성농약의 무분별한 사용, 오.남용, 과용)라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생존의 문제에 항상 직면해 있고, 그로 인해 늘 공격과 방어를 해야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겠지요.

외부의 공격에 대해,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원천봉쇄를 한다면,

작물 스스로 가지고 있던 방어능력은 그 기능을 발휘할 기회를 상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퇴화되지 않겠는지요.

어찌 모든 식물체에 광합성기능만 있겠습니까.
어찌 모든 식물체에 탄수화물 생산능력만 있겠습니까.

외부공격에 대한 방어물질, 면역물질, 방향물질 등의 생산,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생존을 위한 제반 기능들이 있고, 동작하지 않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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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이나 무기염류는 인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 늘 음식으로 섭취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혹시 그러한 물질들중에, 식물의 방어기능에 의해 만들어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질들은 없을까요?

온 세상 들녘은 철새들로 북적거립니다. 그들의 먹이는,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생산한 농산물의 이삭과 부산물들입니다.

가축들의 먹이 역시 유전자조작(GMO) 농산물과 화학비료, 유기합성농약으로 재배한 농산물들을 원료로 합니다.

모두가 "돈"의 문제겠지요.

근래에 문제가 되고 있는 구제역이니 조류독감(AI)은 새로 생겨난 질병일까요?

아니면 예로부터 있기는 했지만, 일상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던 질병일까요.

미치 우리네 감기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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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엄마 손을 잡고 다녔던 상설 노천시장을 기억합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설라치면, 온 세상을 뒤덮던 향긋한 과일향이 거기 있었지요. 과일가게는 그 향기로 손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방이 막혀 외부세상은 보이지도 않는, 시계마저 걸어놓지 않는 일명 "마트"에서도 그 과일향은 찾을 수 없습니다.

아예 과일을 손에 들고 코앞에 가까이 대도 그 향은 그저 희미할뿐...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현상이 정상이라 생각할까,
아예 몸에 배일까 걱정 아닌 걱정이 앞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