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2014.11.12 (수) 윤 구월 이십일. 장인어른 별세.

금오귤림원 2014. 11. 12. 23:30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하 이동로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왜 그리 빠른지요. 왜 그리 느린지요. 
 
희미하고도 차갑기만한 형광등빛 아래, 좁고 길다란 복도는 또 왜 그리 길고 멀기만 한지요. 
 
새벽 5시 30분. 10여년의 길고도 고달픈 투병생활과도, 정든 가족과도 이별하는 순간은 평온하기만 했습니다. 
 
향년 76세. 40세 이전부터 사사로이 시작하셨던 한학, 제주향교를 통해 발휘하기 시작한 당신의 한시는 이태백의 자연이 따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많은 자식들과, 동네 대소사의 중심이자 기둥이시기도 했지만 정작 당신의 길 떠날 날은 다른 분의 손을 빌어야 했습니다. 
 
태양처럼 눈 부시게 빛 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은은한 달 빛으로 가까운 이웃과 가족들에겐
든든한 중심이자 기둥이셨습니다. 
 
비로소 이별을 통해, 자식들은 홀로서기를 하겠지요. 이제껏 살며 분명 홀로섰었다 자부했었지만, 
 
비로소 이별을 통해, 이제부터 홀로서기의 시작임을 깨닫습니다. 
 
부디 편안한 쉼을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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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포 : 갑오년 윤 구월 이십일일 (2014.11.13)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산이마을가든
          (안덕계곡 맞은편)
발인 : 갑오년 윤 구월 이십이일 (2014.11.14)
장지 : 굴메오름(군산) 가족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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