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향기 13

[2009.07.09 (목) 맑음] 痛勢旣歇。憂慮稍弛。日漸久而心漸安。... (화장실 갈 때와 올 때의 마음)

痛勢旣歇。憂慮稍弛。日漸久而心漸安。 통세기헐。우려초이。일점구이심점안。 則向之所責疾病之原。方藥之失。不復省念。 즉향지소책질병지원。방약지실。불부성념。 통증이 나아 걱정이 조금 덜해지면서 날이 점점 오래되어 마음이 점점 편안해지면, 지난날에 자책하던 질병의 원인과 약이나 처방의 잘못에 대해 더 이상은 생각지 않게 된다. - 이산해(李山海), 《아계유고(鵝溪遺稾)》, 진폐차(陳弊箚) 사람은 누구나 곤경에 처하게 되면 후회를 합니다. “그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해야지.” 새 사람으로 거듭나기라도 할 듯이 굳게 다짐을 합니다. 그러나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속담처럼,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다시 같은 길을 가..

[2009.07.02 (목) 맑음] 知非而不遽改。則其敗己。不啻若木之朽腐不用。(잘못은 빨리 바로 잡아야)

知非而不遽改。則其敗己。不啻若木之朽腐不用。 지비이불거개。즉기패기。불시약목지후부불용。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정도가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 이규보(李奎報),〈이옥설(理屋說)〉,《동국이상국전집》 제21권 저자가 세 칸짜리 집을 수리합니다. 두 칸은 비가 샌 지 오래되었으나 어물어물하다가 손을 대지 못하였고, 한 칸은 이번에 샜기 때문에 이제 한꺼번에 고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리하려고 집을 뜯어보니 샌 지 오래된 곳은 서까래ㆍ추녀ㆍ기둥ㆍ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어 새로 마련하느라 경비가 많이 들었고, 한 번 밖에 비를 맞지 않은 재목들은 그런대로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경비가 적게 들었습니다. 저자가 이를 보고 느낀 바..

[2009.06.18 (목) 맑음] 薰臭同處。則無薰而有臭。苗不去莠。則有害於嘉穀。(좋은게 좋은것인가?)

薰臭同處。則無薰而有臭。 훈취동처。즉무훈이유취。 苗不去莠。則有害於嘉穀。 묘불거유。즉유해어가곡。 향기와 악취가 한 곳에 있게 되면, 향기는 없고 악취만 있게 되며, 어린 곡식 사이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에 해가 될 것이다. - 기대승,〈고봉선생논사록(高峯先生論思錄)〉《고봉집(高峯集)》 사람들은 흔히 “좋은 게 좋다.”는 말을 합니다. 두루뭉수리하게 현실과 타협하고자 할 때, 이보다 그럴 듯한 말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태도는 자신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사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것입니다. 그 결과 일시적인 화합, 외면적인 공정성은 담보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 1527~15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