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 6

[2009.09.17 (목) 맑음] 與其視人寧自視。 與其聽人寧自聽。(나에게서 구하라)

與其視人寧自視。 與其聽人寧自聽。 여기시인녕자시。 여기청인녕자청。 남을 보느니 나 자신을 보고 남에게서 듣느니 나 자신에게서 들으리라. - 위백규(魏伯珪),〈좌우명(座右銘)〉,《존재집(存齋集)》 위 글은 조선 중기 문인 존재(存齋) 위백규(魏伯珪 1727 ~ 1798)가 10세 때에 지은 좌우명(座右銘)입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초등학교 3학년생 정도 된 어린이가 세상을 살면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노라 선언한 것으로, 자신을 굳게 믿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판단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도 남에게 의존해서 결정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하나?’ 두리번거리고, ‘남들이 뭐라 할까?’ 초조해하느라, 정작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스스로 만족..

[2009.09.10 (목) 맑음] 未可以言而言者 其罪小。可以言而不言者 其罪大。(침묵하는 죄가 더 크다)

未可以言而言者 其罪小。可以言而不言者 其罪大。 미가이언이언자 기죄소 。가이언이불언자 기죄대。 말하지 말아야 할 때에 말하는 것은 그 죄가 작지만, 말해야 할 때에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크다. - 조선(朝鮮) 정조(正祖),〈추서춘기(鄒書春記)〉,《홍재전서(弘齋全書)》 ‘설화(舌禍)’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입니다.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화가 될 수도 있고 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들어 말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아마도 인터넷 같은 여론 전달 수단들이 발전하다보니 연예인, 정치가, 지도층 인사들의 부적절한 말 한마디는 곧 비생산적인 소모전으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선현들은 말을 조심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아예 말 자체..

[2009.09.03 (목) 맑음] 樂極而生哀。當益而慮謙。(좋은일을 만났을 때)

樂極而生哀。當益而慮謙。 락극이생애。당익이려겸。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픔이 생기고 유익한 일을 당하면 겸손하기를 생각해야 한다. - 남효온(南孝溫), 〈유해운대서(遊海雲臺序)〉, 《추강집(秋江集)》 〈해운대〉라는 영화가 천만 관객 동원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완성도 있는 컴퓨터그래픽에 가족이나 휴머니즘을 담은 이야기를 집어넣어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과, 모두에게 친숙한 관광지가 실제 배경이 되었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었다고 합니다. 해운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명승지로 이름난 곳이었습니다. 남효온(南孝溫:1454~1492) 선생의 표현에 따르면, “큰 바다가 망망하고 수평선이 아득한 곳에 푸른 하늘에 뿌리박아 볼록 솟은 산이 있고 파도와 맞닿는 곳에 천 명의 인원이 앉을 만한 푸른 바위”가 해..

[2009.07.02 (목) 맑음] 知非而不遽改。則其敗己。不啻若木之朽腐不用。(잘못은 빨리 바로 잡아야)

知非而不遽改。則其敗己。不啻若木之朽腐不用。 지비이불거개。즉기패기。불시약목지후부불용。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정도가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 이규보(李奎報),〈이옥설(理屋說)〉,《동국이상국전집》 제21권 저자가 세 칸짜리 집을 수리합니다. 두 칸은 비가 샌 지 오래되었으나 어물어물하다가 손을 대지 못하였고, 한 칸은 이번에 샜기 때문에 이제 한꺼번에 고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리하려고 집을 뜯어보니 샌 지 오래된 곳은 서까래ㆍ추녀ㆍ기둥ㆍ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어 새로 마련하느라 경비가 많이 들었고, 한 번 밖에 비를 맞지 않은 재목들은 그런대로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경비가 적게 들었습니다. 저자가 이를 보고 느낀 바..

[2009.06.25 (목) 맑음] 衣錦何榮 抱關何卑 (비단 옷 입는다고 영광될 것이 무엇인가?)

衣錦何榮 抱關何卑 의금하영 포관하비 비단옷 입는다고 영광될 게 뭐며, 문지기 노릇 한다고 비천할 게 뭔가? - 성현(成俔), 《허백당집(虛白堂集)》, 십잠(十箴) 조선 전기의 문인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 ~ 1504)의 문집 《허백당집》에 실린 십잠(十箴) 중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 대한 잠[知恥箴]’에 실린 내용입니다. 맹자(孟子)께서는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부끄러워질 일이 없을 것이다.[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라고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경전에는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이 잠(箴)에서 저자는 의(義)를 기준으로 해서 남만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행동을 바르게 할 수 있다 하고, 악인(惡人)과 함께하는 것을..

[2009.06.18 (목) 맑음] 薰臭同處。則無薰而有臭。苗不去莠。則有害於嘉穀。(좋은게 좋은것인가?)

薰臭同處。則無薰而有臭。 훈취동처。즉무훈이유취。 苗不去莠。則有害於嘉穀。 묘불거유。즉유해어가곡。 향기와 악취가 한 곳에 있게 되면, 향기는 없고 악취만 있게 되며, 어린 곡식 사이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에 해가 될 것이다. - 기대승,〈고봉선생논사록(高峯先生論思錄)〉《고봉집(高峯集)》 사람들은 흔히 “좋은 게 좋다.”는 말을 합니다. 두루뭉수리하게 현실과 타협하고자 할 때, 이보다 그럴 듯한 말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태도는 자신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사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것입니다. 그 결과 일시적인 화합, 외면적인 공정성은 담보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 1527~15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