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전의 향기

[2009.09.17 (목) 맑음] 與其視人寧自視。 與其聽人寧自聽。(나에게서 구하라)

금오귤림원 2009. 9. 17. 17:08
與其視人寧自視。 與其聽人寧自聽。
여기시인녕자시。 여기청인녕자청。

남을 보느니 나 자신을 보고
남에게서 듣느니 나 자신에게서 들으리라.
- 위백규(魏伯珪),〈좌우명(座右銘)〉,《존재집(存齋集)》
위 글은 조선 중기 문인 존재(存齋) 위백규(魏伯珪 1727 ~ 1798)가 10세 때에 지은 좌우명(座右銘)입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초등학교 3학년생 정도 된 어린이가 세상을 살면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노라 선언한 것으로, 자신을 굳게 믿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판단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도 남에게 의존해서 결정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하나?’ 두리번거리고, ‘남들이 뭐라 할까?’ 초조해하느라, 정작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스스로 만족할 만하게 잘하고 있는가?’는 돌아보지 못합니다.

심지어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도 점집을 찾고, 점을 보고 나오면서는 “참 잘 맞춘다.”고 말하며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잘 맞춘다는 것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들었다는 것인데,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왜 남에게 가서 듣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정확히 보는 정직한 눈만 있다면 나 자신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고, 마음의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용기만 있다면 나보다 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옮긴이 :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