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천 삼백 오십원

금오귤림원 2005. 6. 12. 02:01

내, 핵교 댕길 때...

정태춘이란 가수가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박은옥이란 이름도 항상 그 옆에 있었다.


그런 그가..

TV에 나왔데.

허! 가수가 TV에 나오는거..그기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런데.. 그런 프로에 출연한기 아니고, 그 뭐였더라? KBS 1인가? 2인가...
그 왜 있잖아. "낭송...???" 뭐 어쩌고 하는 프로..

'참 내. 가수면 가수답게 노래나 할 일이지...뭔 낭송이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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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년 교육방송 교재땜에...난 생 처음으로, 아니 결혼 후 처음으로 마누라 옆에 붙이고...
서점엘 갔다는거 아냐. 그것도 걸어서...약간 어두워진 도심 거리를 가로질러...

허! 이게 웬일...

저 멀리 희부연 건물들 실루엣 뒤로...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찬란한 오색 불꽃놀이가...

허! 우리 부부 서점 데이트를 축하해 주는가?

...그럼 그렇지....제3회 평생학습 어쩌구 저쩌구...하는 행사가 오픈중이라는군.

그러거나 말거나...내 생각에..저 건 우리 서점 데이트...축하..심통...뭐 그런거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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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시인의 '老獨一處', 그리고...곽재구의 "포구기행" ----

마누라 왈 "그 나이에 웬 시집?"
그러는 마누라는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그리고 딸년 방송교재 댓권!!!

======== [ 시집을 읽다가...참 재미있어서...옮깁니다. ] ================

하, 오늘 드디어 해냈다

동네 쎄븐일레븐

서울우유 큰 거

천삼백오십 원인 거 나도 너무나 잘 안다 그런데

갈 적마다

천삼백오십 원입니다

입니다

입니다

그 소리 듣기 싫어서

그 말 하기 전에 냅다

지폐하고 백 원짜리, 오십 원짜리 동전을 들이밀어도

천삼백오십 원입니다

점원들이 기계처럼 읊어댔다

그러길 수십 차례, 수개월

오늘 드디어

해냈다

계산대에 우유 올려 놓으며

재빠르게 동전도 집어던졌다

점원이

꼼짝 못하고

아무 말 없이 돈을 돈통에 담는 것이었다 게임 끝.

내가 이겼다

이기는 때도 있다

--200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