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지

2017.05.05 (금) 흐림.비. 국방부 송종석 대령님과 서울 은강교회 황병근 목사님 방문

금오귤림원 2017. 5. 6. 02:15

2017.05.05 (금) 흐림.비. 국방부 송종석 대령님과 서울 은강교회 황병근 목사님 방문

유기농업과 자연의 질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일겁니다.

물론, 유기물의 분해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일련의 유기농업기술이 어느정도 적용되기는 하지만 돈벌이를 위한 억지춘향식 기술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경우와는 분명 다를것이구요.

사전약속 없이, 급작스럽게 연락이 되어 바지런을 조금 떨어야 했습니다만, 오히려 그러한 갑작스런 방문이 더 없이 반갑습니다.

늘 조용히,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던 친구. 오랜 군 생활이 몸에 배어 외모에서도 충분히 군인의 단아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느 한 순간, 이미 우리들은 어린시절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별 반 소식을 주고 받지 못했던 송대령과는 달리 하루에도 여러번,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황목사님은 여전히 쾌활했습니다. 이미 하루 전에 입도해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이왕이면 함께 만나 저녁식사를 할 요량이었는데...

어차피 과수원을 찾았으니 내 유기농 철학을 또 들려주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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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유기농산물과 일반농산물이 다른게 뭐야?"

"음... 제대로 이해를 하려면, 최소한 5시간 정도 필요한데, 들어 줄 수 있겠어?"

"너무 길어. 그래도 뭐, 하는데 까지 한 번 해 보자."

일단, "설탕"을 가지고 시작을 합니다.

"아주 극 소수를 제외하고, 움직이는 동물들이 스스로의 몸 속에서 포도당이나 과당 또는 전분을 만들 수 있을까? 그 물질들은 오로지 식물만 만들 수 있거든. 그런데 그 물질들은 모든 생명체들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고. 그런데 문제는 동물들이지. 동물들은 그 물질들을 만들 수 없거든. 그래서 그 물질을 얻기 위해 식물을 공격하게 되고...."

시작을 하고 나니,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화학시간에나 나오는 "원소주기율표"도 나오고, 양분, 물, 잡초, 미생물, 원소, 분자, 고분자, 유기물, 무기물, 유기화합물, 무기화합물, 공격과 방어, 독소, 면역원, 생체화학공장, 천연물질, 인공합성물질, 유기합성농약, 화학비료, 농도, 순도, 당도, 맛, ....

아주 세세히 설명을 할 시간은 없었지만, 개략적으로 설명을 해도 2시간여가 소요되었습니다.

"어! 정말 그렇네. 듣기만 하는데도 재미있는데?"

식물간 양분경쟁, 친수성, 1년생 식물과 다년생 식물의 씨앗 모양, 실물결실의 색깔변화, 식물의 종 보전 전략, 양분의 이동 속도와 양, 잡초와 토양미생물의 역할과 기능.....

너무 어려운 이야기라고요?
아뇨. 오랫만에 찾아온 친구들이 농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생명공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목회자에 군인인데, 이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고 들어 주기나 하겠습니까!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이야기를 했습니다.

"와우! 이제 유기농산물과 일반농산물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네. 우린 단순히, 농약의 치명적 독성, 그 위험성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닐세 그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그 안에 있었구먼. 이 친구 이제보니 정말 대단하네 그려. 그냥 농부가 아녀? 대학에서 강의를 해야할 수준인데?"

"너무 그러지 마세. 유기농산물 시장에 대해 어느 누구도 관심 가져 주는 이 없고, 심지어 유기농업을 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거짓말쟁이라고 몰아 세우는 세상에서, 소비자를 설득할 방법을 연구하고 공부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 내 식구 밥 한 끼 먹이려면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팔아야 할 것 아닌가. 15년여 기간동안, 집사람한테 돈 한푼 갖다 주지 못하고 살았네. 작년에야 비로소 조금 들어온 게 있지만, 그 15년여간 쌓인거 줄이느라 여전히 한 푼도 못 주고 산다네. ㅎㅎㅎ. 이게 우리 유기농부의 현실이라네."

"그래도, 기쁜마음으로 들어주고, 또한 이해해 줘서 고맙네. 짧지 않은 시간인데.... 식사하러 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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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이 있다면, 유기농산물에 대한 이러한 이야기들이 자꾸 자꾸 널리 퍼져서 시장환경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는 것입니다. 유기농을 고집하는 농부들이 살아 남아야 우리 아이들이 보다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 식사를 하며, 송대령이 참고 참았던 질문을 해 왔습니다.

"유기농산물 생산량은 어때? 유통과정상 일반농산물과의 차이는?"

"어느 소비자로부터 '가성비'가 훨씬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결코 비싸지 않다고. 무슨 얘기냐 하면, 일반 농산물을 박스채 사 놓고 먹다 보면, 거의 반 이상을 버리기 쉽상인데 유기농산물은 그렇지 않다고. 그걸 생각하면 가성비가 훨씬 좋다는 말을 하더구먼."

"일반농산물의 방어력 문제로, 수확전 대부분, 아니 모두라고 이야기 해야 맞을걸세. 소위 저장약제라고 하는, 현존하는 농약중 그 독성이 가장 강한(보통독성) 농약을 수확 하루전에 살포하는데, 이는 일괄수확 후 선과 대기기간, 선과, 유통과정상에서 발생하는 피해량을 최소화 하기 위함이라네. 살포하지 않으면 거의 유통이 불가능할 정도지. 선과과정에서 세척과정이 진행되어 상당부분 잔류독성의 문제는 해소되지만, 소비자 손에 이른 다음부터는 그 잔류독성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되어서 오히려 부패속도는 빨라지게 되거든."

"유기농산물은, 처음부터 화학적 방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확기까지 지속적으로 스스로의 방어력을 갖추게 되기때문에 아무래도 일반농산물보다는 그 보관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물론 수확과정이 대단히 중요하긴 하다네. 수확과정중에 눈에 띠지 않는 작은 상처라도 입게 된다면, 일반농산물이든 유기농산물이든 거의 100% 부패로 진행되지. 하지만 똑 같은 조건으로 상처를 입지 않은 상태라면 당연히 유기농산물의 보관기간이 더 길지."

"유기농산물의 수확량은 일반농산물의 대략 1/3 ~ 2/3 정도로 보면 된다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 입장에서 보면, 일반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과 별반 소득의 차이는 없는 셈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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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재미 없는 친구들 아닌지요.

모처럼 맞은 연휴. 옆지기와 함께 할 시간도 부족하겠건만 참으로 재미없는 농장에서 딱딱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장시간 주고 받는 광경이라니요.

그래도, 송대령 부부와 황목사님은 진심으로 만족해 하는 듯 했습니다. 정말 멋진 친구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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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해서 용기 못 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금오귤림원을 찾아 주십시요. 모르시는 분이라도 늘 만나온 사람처럼 그렇게 반갑게 맞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