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지

2017.03.30 (목) 맑음. 제주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주제발표

금오귤림원 2017. 4. 20. 04:39

2017.03.30 (목) 맑음. 제주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주제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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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5일자 국회입법조사처 발행 "이슈와 논점"이라는 소식지에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2016~2020)'의 주요 내용과 과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은 "법률 제13383호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친환경농어업법)" 제7조(친환경농어업 육성계획; 육성계획)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2001년도부터 매 5년마다 수립되는 중장기계획입니다. (물론 어업부문은 해양수산부장관 소관) 
 
소식지에서는 지난 1차에서 3차까지의 성과와 문제점들을 짚고, 향후 과제에 대해 살피고 있었습니다. 
 
주로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 비율과 인증 농가수, 그리고 판매장수 등 숫자 중심으로 성과와 문제점들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질적인 면 보다 실적 중심의 양적 팽창에만 그 초점을 맞춰 시행되어 졌다는 이야기인 셈이죠. 
 
웰빙 열풍과 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추진된 계획이었으나, 2012년도를 정점으로 생산량이나 재배면적, 농가수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소비시장 또는 소비 마인드 형성에 대해서는 그리 노력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생산만 해 놓으면 소비는 자동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었던 것이죠. 
 
더불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독점하고 있던 인증업무도 민간인증기관으로 이관되기 시작했고, 영세성을 면하지 못했던 민간인증기관들로 인해 부실한 인증이 발생, 소비자 신뢰를 잃음으로 전반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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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소득이 창출되는 상황에서도 재배면적이나 인증 농가수, 또는 판매장수가 줄어 들었을까요.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하지 않았다는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정잭적으로 학교급식에 매달림으로 해서 일시적, 수치적으로 그 소비량이 어느정도 늘었을 수는 있지만, 학교급식 역시 거의 반 독과점 형태로 일부 생산농가와 유통기업만을 살찌웠을 뿐 대부분의 생산농가 소득향상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시에 대량의 소비만이 두드러진 성과를 돋보이게 할 것임에 따라, 비록 작은 규모라도 지속적으로 소비가 되는 일반시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결과였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기대한 만큼의 소득창출은 없는데, 인증과정에서 발생하는 제 비용과 복잡한 절차를 거치며 굳이 인증을 원하는 생산농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소득과는 별개로 미친 듯이 고집하는 생산농가들도 있긴 합니다만, 그 수는 정말 미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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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전통적인 유기농업 생산자들에게 있어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애매모호한 철학적 의미만으로, 현대과학을 교육받은 일반 소비자들을 설득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일도 아니고요. 
 
소비자 스스로가 "유기농산물"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있게, 어느정도 과학적 근거를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신뢰를 갖는다면 어떨까요. 
 
관행농산물은 무조건 건강에 나쁘고 유기농산물은 무조건 건강에 좋다는 2분법적 논리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하여라는, 거창하기만 할 뿐 실제로 몸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가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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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여 유기농업을 지속해 오며 늘 그 문제들에 대해 고민을 해 왔습니다. 1,500여시간이 넘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동안에도 늘 그 고민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그 결과 어느정도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실제 과수원을 찾는 상당수의 소비자들로부터도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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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농업현장에 실용기술을 전파하는 일에 있어 가장 가까이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를 찾았습니다.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친환경농업기술에 대해 객관화, 일부 검증화, 표준화 등에 전력을 다 해오며 기술보급에 힘써 왔던 박사님들께 이러한 제 소견을 말씀드려 보고 싶었거든요. 
 
십 수년간, 생산기술 표준화와 검증화, 객관화에 힘써 온 만큼, 어느정도 그 성과는 이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농업은 전반적으로 답보상태에 있지 않은가. 생산기술에 대한 연구 노력은 그 정도면 일단 되었지 않은가. 이제부터는 초점을 소비자 설득을 통한 소비시장 확대에 맞춰 봄이 어떠한가. 그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해 줄 수는 없는가. 그에 대한 연구를 해 줄 수는 없는가. 
 
그런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생산기술의 연구와 보급에 목표를 둔 지방정부 기관이 어느 날 갑자기 소비자 설득을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해 연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구요. 
 
하.지.만! 
 
소비자 스스로 원해 그 소비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생산량도 증가하지 않겠는지요. 물론 생산농가와 재배면적, 그리고 판매장수도 자동적으로 증가할 것이구요.
정부가 애써 진두 지휘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지요. 
 
다.행.히!
박사님들께선 다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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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한 가지 청을 드리고 왔습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주제발표 방식이나 아니면 다른 어떤 방식으로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는 기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구요. 
 
그냥,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주십사 하는 청을 드렸습니다. 
 
혹시 아나요? 그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또 어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발한 연구과제가 도출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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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기회를 통해 현장과 연구기관, 기술보급기관과의 진심어린 소통이 보다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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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별스럽지 못한 이야기를 시종 관심있게 들어주신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박사님들"께
제 온전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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