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여행, 국토를 가로 질러 강원에서 땅 끝까지를 보다.

금오귤림원 2006. 3. 3. 01:21

"아구 형님도..., 무사 싸구려 비행기 탐수가! 좋은걸루 가지..."

조금은 느즈막히 출발을 한 탓에, 택시 안에서 항공사 여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탑승하실거지요?"

"예! 공항 바로 앞입니다. 잠시 후면 도착할겁니다."

"예, 그럼 티켓팅 해 놓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항공기 탑승권을 받고 돌아보니,

어디선가 낯 익은 잘 생긴 남자가 눈에 띤다.

살며시 다가가 듬직한 어깨를 '툭' 하고 치니,

아하! 대학시절 학생회 선거전에 동반출마 선거했던 그 남자일세.

그리고 그 남자가 내게 건넨 첫 마디가 그 말이다.

가끔, 어쩌다 우연히도 마주치던 그 남자의 모습이 반가워

"지난 번엔 좀 쉰다더니 다시 여기서 보네요?"

"예, 형님. 여기서 일 햄수다."

"그럼 다시 대한항공?"

"아니 마씸. 한성에서...ㅋㅋㅋ"

"엥? 그런데....싸구려라구 말 하면 어떡해!"

"ㅎㅎㅎ. 잘 댕겨옵서"

하기야! 세상 누가 2만원짜리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으려나!

우리 부부 왕복 항공권을 결제하니, 공항이용료 포함 116,000원이었으니

어쩜 행운이요. 추억이 될 수 도 있으리라.

혹시 알아? 십여년 정도 흘러, 이 항공권이....ㅋㅋㅋㅋ.

출발 수속을 마치고

셔틀버스로 이동해서 항공기 탑승을 하려니

마치 내가 외국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오는 어느 갑부가 된 듯한 기분이다.

항공기 뒷 부분의 탑승구가 열리면, 바로 그 탑승구 자체가 탑승트랩이 되는...

이륙을 했다.

약간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어느사이엔가

드 넓은 제주공항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창 밖으론 시퍼런 바다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드문 드문 펼쳐진 섬들이 보인다.

벌써 남해바다인가?

"기장입니다. 어쩌구 저쩌구 탑승 환영인사와 기본적인 안내말씀....."

그리고 잠시뒤엔....

이제껏 국내선 항공기 탑승상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었다.

"바로 아래 보이는 섬이 완도입니다. 저희 항공기는 완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고요.

땅 끝 마을이라고 하지요? 조금 자세히 보시면,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를 보실 수 있을겁니다."

"헉! 기장이 아나운싱을 다 해 주시고....이거 세상 정말 살고 볼 일이다. 대한민국에서....ㅋㅋㅋ"

"하기야, 공항이나 항공기내에서 카메라 촬영을 어찌 꿈에서나 생각했을까만은 촬영까지 할 정도니..."

조금 더 지나서, 광주와 나주, 그리고 전주, 정읍 상공을 지나면서의 아나운싱 역시

참 색다는 여행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청주공항 여행안내센터에서 서울까지 가는 무궁화 열차를 예매하고...

충북선 열차라 조치원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청주공항에서 600여 미터 정도.

청주공항역까지 셔틀버스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셔틀버스가 공항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지프 한대...ㅋㅋㅋ.

고장이라서 임시로 공단소속의 지프한대로 운행한단다.

십여명 정도를 마치 짐짝처럼 싣고서야

역까지 출발을 한다.

청주공항역?

우와! 이건 정말 너무했다.

아무리 임시역이라도 그렇지....ㅋㅋㅋ

달랑 파이프 몇 개를 세우고 지붕만 얹은 역! ㅋㅋㅋ.

조치원에서 잠시 국수 한 그릇으로 비행기 멀미를 지우고...

영등포까지 달렸다.

큰 형님댁에 잠시 들러 점심겸 저녁을 먹고

김포에 사는 여동생을 불렀다.

"강원도 가자!"

"강원도? 좋지!"

그렇게 해서 매부가 운전대를 잡고 김포에서 동해까지, 그리고 묵호항 바로 앞에 숙소를 정하고

일박!

묵호 대게 두 마리를 잡았는데...

맛은 별로...

원주를 거쳐 춘천으로 향했다.

30여년 전이었던가?
그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


세월은 흘러
춘천시내 어느곳도 알아 볼 수 없었건만,
내 살던 그 힘든 곳은 어찌 그리 변한게 하나도 없던지....

아! 변한것이 있더구먼.
그 어린 눈엔 높디 높게만 보였던 소양강변 강둑이
그렇게 낮았었던가?
그 넓디 넓은 뽕나무 밭이 허허벌판 황량하게 변했고,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등교길이 그렇게 가까웠었을까!

국민학교 6학년 말까지 다녔던 소양국민학교,
아니 이젠 초등학교로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잠시지만 회상에 빠져 볼 수도 있었고...

차라리..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아니, 그래도 찾아보니 좋았을것이다.

비록 힘든 모습을 보아도...

그 곳엔...
어릴적 부랄 내 놓고 강물에 뛰어들던
친구도 아직 살고 있다는데...

얼굴 마주 하지 못하고
그냥 나와버렸다.

김포에서 동해로, 그리고 묵호에서 일박, 원주를 거쳐 춘천, 서울서 한 일주일 지냈나? 그리고 돌아왔다.

모처럼의 부부여행...
피곤도 했으련만,
다시금 생활전선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