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에서 지하 이동로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왜 그리 빠른지요. 왜 그리 느린지요. 희미하고도 차갑기만한 형광등빛 아래, 좁고 길다란 복도는 또 왜 그리 길고 멀기만 한지요. 새벽 5시 30분. 10여년의 길고도 고달픈 투병생활과도, 정든 가족과도 이별하는 순간은 평온하기만 했습니다. 향년 76세. 40세 이전부터 사사로이 시작하셨던 한학, 제주향교를 통해 발휘하기 시작한 당신의 한시는 이태백의 자연이 따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많은 자식들과, 동네 대소사의 중심이자 기둥이시기도 했지만 정작 당신의 길 떠날 날은 다른 분의 손을 빌어야 했습니다. 태양처럼 눈 부시게 빛 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은은한 달 빛으로 가까운 이웃과 가족들에겐 든든한 중심이자 기둥이셨습니다. 비로소 이별을 통해,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