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친구의 세상

[2006.09.22 (금) 맑음] 제주에서, 바람을 만나다

금오귤림원 2006. 9. 22. 14:08

제주에서 바람을 만나다.


마루/배종기(늘바다 통나무 펜션에서)



제주 남쪽 서귀포 끝자락에서 바람을 만났다.

끝없이 밀려와 부딪히는
하얀 포말위에 바람이 타고 있었다.

바람은 파도를 부추겨 바위를 애무하고,
바람은 구름을 꼬드껴 바위를 씻고 있었다.

바위의 심장을 향해 파고들던 바람은
절벽의 비정함에 소스라치며 이내 기운을 잃었다,

뒷걸음질 쳐 내가슴에 닿았을 땐,
한소큼 고독의 파편만 남긴채 분해되고 말았다.

난 그것이 싫지 않았다.

난 이미 눈물로 눈을 씻을 줄 알고,
고독으로 서러움을 밀어낼 줄 알기 때문이다.

통나무집 잔디마당에 깔린
마루기와 한장 한장 속엔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바람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