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와 독서

한국농업이 가야 할 제3의 길 - 이정환 편저 (외7명)

금오귤림원 2010. 8. 25. 09:12

편저자 : 이정환
-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졸업
- 홋카이도대학 농업경제학 박사
- 도쿄대학 객원연구원(1991)
- 하바드대학 객원연구원(1992)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1980~2001)
- 동 연구원 원장(2002~2005)
-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2004~2005)
- 정책기획위원회 위원(2004~2006)
- 한국농업경제학회 회장(2004)
- 현재,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주요연구 :
[농업의 구조전환 : 시작과 끝]
[Structural Adjustment in Agriculture in Asia and Pacific](공저, 1999)
[농업 농촌의 비젼과 농정](공저, 2003)
[세계화와 한국농업 농촌은 동거할 수 없는가?](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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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판인쇄 : 2007. 3. 12
- 초판발행 : 2007. 3. 16
- 펴낸 곳 : 도서출판 해남
- 주소 : 서울 종로 교남 45-1 (202호)
- 287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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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작년이었던가?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에서 운영중인 최고농업경영자과정에 등록하여 나름대로 우리 농업에 대해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었다. 과정 수료조건으로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모집기간이 끝났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떼를 쓰듯 하여 억지로 입학을 했었고, 그 한 해동안 애초 내 목적대로 논문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니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도 미완인 상태이긴 하지만, 농업을 둘러싼 세계 각 국, 특히 농업수출국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무역관계와 국제기구의 발전과정을 넓은 의미에서 바라 볼 수 있었다.

GATT로부터 시작해서 WTO, UR, DDA, FTA 등 등, 농업생산현장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에 대해 왜 그토록 관심을 가졌었는지는 애써 말 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러나 나는 과거 조선시대가 아닌, 적어도 세계시장에 우리 시장을 내어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이 시점에 있어, 과거처럼 나는 그저 생산만 하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조금은 짐작하고 있었기에 농산물과 관련한 국제무역관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자 했었다.

결론은, 아직 우리는 아니, 내게 있어 그런 국제무역, 흔히 수출을 의미하는 그런 일은 평생에 한 번도 있을 수 없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커다란 일이다. 그저 한 뼘밖에 안되는 과수원, 내 옆사람보다 조금 더 빛깔나게 관리하여 시장, 아니 시장이라는 말도 필요 없을 것이다. 주변의 농협 공판장이나, 아니 공판장이라는 말도 필요없다. 그냥 선과장에 넣어 놓거나 지금까지 내 물건 사가주는 잘 아는 중간상인들에게 적당한 값을 받고 팔면 그만이 아니었는가.

비료 충분히 주고, 때에 맞춰 전정해 주고(내가 직접 전정 기술이 없을 때는 기술자를 빌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1년에 10회정도 남이 농약을 살포할 때 적당히 눈치봐서 같이 농약살포해 주고... 그러다 운이 좋으면 중간상인으로 부터 그도 저도 아니면 농협이나 감협 선과장으로 보내 버리면, 알아서들 착착 입금까지 시켜 주는 시스템이니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무슨 놈의 세월에 FTA이고 DDA인가! 그것이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하긴, DDA라는 용어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FTA는 FTA 기금을 신청하려 하기 위해서도, 또한 매스컴에서 연일 다루고 있기도 하기에 용어자체는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전혀 알지도 알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한 점들이 못내 못마땅했다. 도대체 우르과이 라운드가 무엇이길레, 도대체 FTA가 무엇이길래, 평생 자식 돌보듯 애지 중지 하던 농업조차 내 팽개치고 그 낯선 이국땅에서 분신 자살까지 하는가. 도대체 그것이 우리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그들은 그토록 목숨을 내 던지며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 점들이 우선은 나로하여금 FTA를 파고 들게 했다. 자연히 국제무역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않되었으며, 그 시작점을 따라 거슬러 오르니 GATT가지 올랐다가 다시금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자연히 WTO, UR, FTA, DDA 등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내 초라한 논문에 담을 수 있었으며, 그에 따라 우리 농업생산자들의 마음가짐의 변화와 우리 농업관련 공직자와 연구진, 학자들의 자세변화, 교육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 농업생산물의 유통시스템 개편에 관한 제언, 농산물 유통 전문인력의 양성 및 수출 주도형 시스템의 개발 등에 대해 미약하지만 그 제안을 논문에 담았었다.

결론적으로, 국제무역이란, 최초로 선진국들이 중심이 되어 자국내 포화시장(잉여생산물)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출을 견인하여 해당 기업의 이윤을 최 우선 목적으로 함을 알게 되었고, 그에 맞춰 그들이 중심이 되는 국제기구를 만들게 되었음도 알게 되었다. 결국, 국제무역기구란 애초의 수출선진국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 목적이 기구 회원국들(엄밀히 이야기 하면, 기구를 창설하는 주요 수출국을 이야기 함)의 기업이윤극대화에 있음을 파악하게 되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듯이, 인류공영을 위해 필요한 기구라는 말은 그저 허황된 구호일 뿐임을 늦은 나이들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시스템을 적절히 이용하면 우리에게도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닐것일게다. 하지만, 어느것을 내어 놓고 어느것을 취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항상 충돌을 빚고 있으며, 그 해결을 위해 길고 긴 시간과 세월동안 비록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기도 하다. 국제간 협약이 그러하고, 국내 각 산업간 조율이 그러하다.

그러나 농업부문에 있어 국제간 협약이라는 과제는 너무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로 지금껏 남아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현대산업 대부분으로 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서비스업에 지식산업까지도 원만하게 협약을 이끌어 내고 있지만, 유독 농업부문만큼은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농업수출국이 되었건 수입국이 되었건, 그 여파가 국가의 기반 자체를 뒤 흔들 수 있는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물려 우리와 같이 농업생산력이 현저히 낮은 순수 농업수입국들에게 있어서 그 문제는 생존의 문제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농산물 무역시장은 상당한 수준까지 개방화된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농업인(생산자, 연구자, 학자, 행정가, 정책가 등을 모두 통틀어 농업과 연관되 사람들 모두)들은 태평하기가 그지 없다.

나와는 딴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내게 있어 국제무역기구들의 압력은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이 참으로 그 위급함이 중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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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구논문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어나감이...
하지만, 그래도 세월이 흘렀던 모양이다.

관세와 비관세장벽 등의 국제무역에서 통용되는 용어들이 벌써 낯설어지고 긴가 민가 해지는 것을 보면....

아무튼, 선진농업수출국들은 끊임없이 공격을 해 온다. 여러가지 제도들을 뜯어 고칠것을 주문해 오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협상에 최선을 다하며, 수입국들은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농업수입국들이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농업수출국들의 다른 분야에 대한 시장을 인질삼아 집요하게 개방을 요구하는, 심지어 관세 및 비관세장벽 등의 제도 수정까지 요구할 정도로, 설령 어느정도선에서 정부간 협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의회를 통해 인준하지 않는 등의 방법을 총 동원하여 수입국들의 방어전략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그 간의 국제무역기구와 협약등의 예로 보아, 큰 흐름은 역시 개방이다. 아주 특별하고도 특이한 현상이 닥쳐오지 않는 한, 이제는 어느국가 어는 개인도 그 흐름을 막거나 거스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아직은 각 국간의 이해 관계나 국내 문제로 인해 어느정도 선이 지켜지고는 있는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본주의 경제의 한계점에 다다른 수출국들의 무조건식 압력은 더욱 커져갈 것이고 결국 그들의 의도대로 약소국들은 열어제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은, 불과 몇 만명 정도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만이 살아 남을 것이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싫든 좋든, 그들의 노예로 전락하는 일만이 남을 것이다. 너무 극단적인 예단일까? 결코 그렇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그런 생활에 깊이 빠져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연구 또는 조사보고 형식의 논문을 엮은 책이다.

총 4개 섹션으로 구성하여

제1부에서는 세계화와 한국 농업은 동거할 수 있는가
제2부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간 길에서 배운다
제3부에서는 현명한 무역정책과 협상으로 실리를 추구한다
제4부에서는 이제 가치혁신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를 통해 우리 농업이 현재 세계의 그것과 비교하여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살피고 농업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연합을 통해 그들의 무역정책과 공격, 방어수단을 살펴 우리의 그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찾아내고 지침을 삼아 적절한 대응책을 찾음과 동시에 생산자나 학자, 연구자, 행정가, 협상가들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생산자로서, 먼 하늘나라 이야기라 치부하지 말고, 하나 하나 과정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두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생존에 이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리라. 옛말에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 하지 않았던가.

애써 피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부딪혀 비록 온 몸이 깨어지는 아픔이 있다손 하더라도 극복해 내야할 사명이 우리 농업에 있는 것이다. 다행히, 세계의 트렌드는 웰빙과 로하스에 맞춰 점 점 더 그 속도를 더하고 있다. 과거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먹거리를 생산해 내야 했던 시절은 이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것이다.

여기에 우리 농업, 대한민국 농업의  장점을 찾아 그 맥을 맞춰 나가야 할 필요도 있을것이다.
경제학자는 그들 나름의 전공을 살려 국제간 관계형성의 흐름과 경제의 흐름에 대해 세심히 살펴 중요한 맥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고, 연구가는 새로운 트렌트에 맞는 기술개발에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며, 행정 및 유통관계인들은 새로운 형태의 유통시스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개발해 내는 등, 생산자는 지식인들의 경험과 실험결과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적어도 시험재배등을 통해 그들의 지식을 수용하고 나아가 스스로 개발해 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면,

이러한 국제무역시장에서의 개방압력은 오히려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러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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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꼼꼼하게 세세하게 살펴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여 경쟁상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첫걸음을 내 딛기에 다소 무리가 따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만족할 수만은 없는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다시 다른 책을 통해 비슷한 내용에 대해 읽어 내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농업경제학자가 아닌, 일반 농업생산자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다.
물론, 주변의 관계인과 일반인들 역시 읽어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