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와 독서

독소(TOXIC) ; 죽음을 부르는 만찬 - 윌리엄 레이몽 / 이희정

금오귤림원 2010. 8. 12. 13:37

지은이 : 윌리엄 레이몽 - 프랑스
- 유명 프리랜서 시사전문 기자
- 다큐멘터리 기획자
- 도서 기획자
- 탐사보도 전문가

저서 :
[JFK, 국가 범죄의 해부]
[도미니시는 무죄다, 살인자의 재발견]
[코카콜라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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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 이희정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마침. 현재 전문 통역 및 번역가로 활동.
옮긴책 :
[코카콜라 게이트]
[빈센트가 그린 반 고호]
[생떽쥐베리의 전설적인 사랑]
[원숭이는 왜 철학교사가 될 수 없을까]
[추적-다빈치 코드의 진실과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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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판 1쇄 발행 : 2008. 5. 17
- 1판 2쇄 발행 : 2008. 6. 27
- 펴낸 곳 : 랜텀하우스코리아(주)
- 주소 : 서울 강남 삼성 159 오크우드호텔 별관 B2
- 351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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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병, 성인병, 만성질환, 식생활병, ... 등 산업사회 이후 급속도로 성장해온 지구촌의 현대사는 새로운 질병들을 상대로 한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농사라는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그 질병의 원인이나 무서움이 어느정도일지 아예 생각도 해 보지 못했었다. 그저 단순히, 남들이 다 그러하듯 도심의 쾌적해 보이지만 갇힌 우리가 되어버린 자그마한 사무공간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365일을 생활해 가는 사람들의 운동부족과, 맛있어 보이고 화려하기까지 한 길거리 먹거리나 한 발자욱 띄기가 무섭게 그 발 앞에 드리워져 있는 각 종 식당들로 부터의 화학조미료로 범벅이 된 음식들이 그 주 원인일 것이라고, 현대인 각 자의 책임으로만 생각을 해 왔었다.

이 책은 비만이라는, 어쩌면 질병이라고 생각해 보지도 못한 현상을 주제로 삼았다, 그 비만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하는 각종 질병들때문에 비만을 없애기 위한 취재로 책의 내용들을 채워 나간다. 구태여 각 종 수치화된 연구자료라던지 조사보고서 자료들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 내용들을 이해 할 수 있을만큼 탄탄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했다.

이 책의 제목에 따라붙은 영단어 'TOXIC'은 화살을 뜻하는 그리스어 'toxo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독소'라는 '화살'을 막아내는 '방패'가 되기 위해 이 책이 씌어졌을까? 결론적으로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어느 국가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그 나라나 민족의 정치형태가 어떤 모습이었던지간에, 어차피 자본이 세상의 흐름을 틀어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각 자 개인이 그 방패를 손에 쥐고 또한 그 쓰임새를 바로 알아 충분히 활용하는 경우라는 단서를 붙였을 때만 그리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농업의 산업화에 따라 필수 불가결하게 따라 붙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폐기되어가는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음에 바탕을 둔다. 처음에는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생리라 이해 할 만도 하지만, 그러나 그 정도가 너무도 지나쳐 결국에는 그 기업들을 먹여 살리는 소비자들, 즉 현대인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여 종국에는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게됨을 그들은 명확하게 알면서도 오로지 이익을 위해,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애써 외면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비교적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시장은 정치가의 연설 속에서만 존재한다"

어쩌면 이 한마디로 이 책 모든 내용들을 함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일반 산업을 제외한 농축산업만으로 그 범위를 한정한다 하더라도, 이미 정치권력은 자본과 밀접한 관계를 뗄래야 뗄 수 없음과 함께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이기에 정치권력은 대중의 편에 설 수 없음을 말한다. 기업은 생태적으로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기때문에 어쩜 그들에게서 인간애라든지 최소한의 양심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바보스런 일일 것이다. 어쨌거나 자본은 그들로 부터 나오기에 정치권력을 그들 가까이에 있을 수 밖에 없고, 때로는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비록 그것이 쉽게 눈에 띄지않겠지만 말이다.

일반 대중의 숫자는 오로지 선거즈음에 이르러서야만 고려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큰 문제는 없다. 모두가 하루 하루 생활해 나가는 데는 전문가이지만, 1년, 2년, 선거가 끝난 후 당선자들의 임기가 끝날 때 즈음의 모습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연설을 한다. 구태여 그 연설문 속에 담긴 '약속'은 지켜질 수 없기도 하거니와 비켜나갈 통로는 충분히 마련해 둘 만큼 그들은 전문가이기에 정치권력은 일반 대중보다 이윤의 극대화를 소리없이 외치는 기업자본에 훨씬 더 가까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은 로비활동을 통해, 정치권력은 보조금이나 사업기회의 확장, 법률의 제정 등을 통해 상호간 이익을 추구해 간다. 거기에 일반대중의 표시나지 않는 건강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매일같이 너무도 당연히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음식습관들은 스스로가 알 수 없는 사이에 이미 그들이 내 쏟는 감언이설과 음식 시스템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과 몸속에 녹아 들었다. 역설적으로 이제는 그들의 음식 시스템을 거부할 수도 없게 되었거니와, 행여 그 시스템을 부정하는 사람들에 대해 오히려 공격성을 띌 정도가 되었다.

혁신적으로 바뀌는 바, 자신의 눈에 띄는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무척 예민하여 즉각 반응을 나타내지만, 그러나 소리도 없이 장기간에 걸쳐 화려함과 편리함이라는 문명의 이기로 포장하고 사람들의 소속감, 즉 소속되지 못함에 따른 고도의 공포와 외로움을 절대적으로 싫어한다는 점을 기업과 정치권력은 너무도 잘 알아 그들은 적절히 그것들을 이용한다. 우리는, 일반대중은 어느정도까지는 눈치를 채지만, 어떤때는 무기력함에 어떤때는 그려려니 하며 차츰 차츰 순응해 간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바르지 못한 시스템을 거부하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책은 주로 비만을 주제로 하여 우리의 음식 시스템을 비교적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전개하고 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 하기도 하고 현대의 불치병에 대한 세심한 자료들을 제시 하기도 하지만, 이미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거대한 수레바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일반 대중들의 눈에 쉽게 나타나지 않는, 그러나 기업이나 정치권력의 눈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나타나는 그 수레바퀴의 흐름을 일반대중들이 통제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또한 정치권력이나 기업들은 우리가 그 흐름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는데 있다.

주로 광고를 통해, 때론 법정을 통해, 그리고 어떤 때는 국제 기구를 통해 그들이 압박해 오고 있음을 우리는 너무도 당연시 하며 모른체 하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른체 한 결과로 우리는 자식을 잃는 가슴아픈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에게도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한채 고스란히 혼자서 그 책임을 져야 함을 모른다는 데 있는 것이다.

책은 그 부분을 일깨우고자 했다. 그리고 우리는 비로소 깨어나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의 먹거리는 우리 스스로 통제가 가능한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산업화한 농업은 존재해서 안될지도 모른다. 농업생산이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는 순간, 농업인이 되었던 기업인이 되었던, 정지권력이 되었던 일반 대중이 되었던 모두가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그런 형태가 될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농업은 적당히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자연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그와 더불어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함을 깨달을 때만이 불치병으로부터, 갑작스레 사망하는 일로부터 자연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되었건간에 농업을 도와주어야 한다. 아무나 말하기 쉬워 농업생산은 생명산업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의미를 심장하게 되뇌어 본 이는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이제 우리는 그 부분을 깊이 고뇌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우리는 농업이라는 분야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