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우~~~쒸이...

금오귤림원 2012. 7. 10. 08:50

"선배님! 정말 오랫만에 연락을 드립니다. 기억 하실까 모르겠습니다만, 10여년 전 대구에서 지리 먹으며 뵈었던 적이 있었구요... 저 아무개라고 합니다...."


"아고. 그나 저나 어쩐대요? 사람 기억을 하도 잘 못하는 사람이라, 쉬이 기억이 나질 않아 가물 가물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나 저나 10여년 전 대구라면.... 아마도 고령군청 웹 사이트 개발 프로젝트 진행하느라 한 일년여 거기 있었는데... 그 때 만났던가요?"


"대구 K2에서 근무했구요. 지금은 미쿡에 삽니다. 이 번 모국방문 패키지가 있어, 이민 후 처음으로 내외가 함께 제주에 왔습니다. 동기생 누구, 누구와 선배님 생각이 나네요. 그래서 전화했습니다."


갑작스런 전화로 인해, 잠시... 까마득히 잊고 살던 학창시절에 젖어 봅니다. 불과 1.2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 선배들과 함께 하는 "자치기숙사 생활"...


매일 저녁의 일석점호의 살벌함을 피해 도서관으로 도망을 치곤 했는데.... 그 때, 도서관 근무를 했다는 후배로부터의 전화가, 잠시 그 살벌했던, 그렇지만 참으로 애틋한 정이 남았있는 그 학창시절...


"롯데호텔입니다. 동기생 누구한테 전화를 했더니 바로 옆동네라네요. 오겠다고 합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 친구의 목소리엔, 웬지 모를 "보고픔"이 전해져 오더군요. 30여년 세월을 넘기면서도, 그 시절 그 엄격했던 선.후배 관계때문이었을까? 쉽사리 만나자는 소리를 하지는 못하고....


"조금 늦어도 괜찮겠습니까? 우짜고 저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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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로, 미쿡에서 30여년을 살다, 9개월 선고를 받고 제주로 정착. 아주 작은 과수원을 경영하는 10여년 위 형님이 있습니다.

벌써 제주에 와서 6년째를 맞고 있네요. 9개월 선고에 연장된 삶.


그 형님이 입원했답니다.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어서....


병원엘 들러, 책 한권 읽으며 시간 보내라고 넘겨주고....


냅다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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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점령해 버린 중문 해수욕장 입구에 캔 맥주 하나씩 까고 앉아,

지난 세월, 군대 이야기, 농삿일 이야기, 미쿡 사는 이야기....


주렁 주렁.... 그 밤바닷가에 풀어 헤쳐놓고는...


돌아오는 길.


안그래도 시원찮은, 털털 거리는 트럭 운전석 밑이 뜨끈해 지더니.....

신호등앞에서 시동은 꺼지고....


고약한 냄새... 뒤 돌아 보니 연기인지 수증기인지... 포올 포올....


결국.

도로변으로 어찌 어찌 차 세워두고.

옆지기 불러내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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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트럭 견인하러 가야 됩니다.

과수원 예초작업에 방제작업...

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 형님 과수원까지... 두 개 과수원 할 일이 남았는데...


트럭은 퍼질러 버리고....


우짜면 좋습니까!


우~~~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