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디지털? 그래도 자연만큼은... 제주의 아침은 빗님입니다.

금오귤림원 2012. 7. 17. 08:39

밤을 새워, 비가 내렸던 모양입니다. 아니 지금도 내리고 있습니다.

거짓말 같습니다. 세차게 내리 퍼 붓던 빗물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부슬거리니 말입니다.

그러다 다시 세차게 퍼 붓고...


전자통신 기술로부터 그렇게 시작되었을 겁니다. 전파에 실려 오는 먼 곳 누군가의 목소리가,

마치 대기중의 먼지와 같이 각양 각색의 전파 잡음에 섞여 희미 하다고 느껴질 즈음.


사람들은 보다 깨끗한, 명료한 상대의 목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디지털"이란 기술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이내 "소리"와 관련된 여러 분야에 적용되게 되지요.

가장 가까이로는 "음반"이 있겠지요. 아니 요즘은 "음원"이라는 말로 쓰이던가요?


아무튼, "디지털"이란, "자연음"으로 부터 사람들이 원하는 소리만을 실어 나른다든지 또는 추출하는 기술입니다.

즉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여러가지 기법이나 기술들이 있겠지만,

가장 보편화된 기술, 기법으로 2진법을 기반으로 한 "단속적" 기술이 발달되어 있구요.


디지털과 상대적인 의미로 아날로그라는 말이 쓰입니다.

"있다", "없다" 개념의 디지털과는 달리 아날로그는 "연속적"이라는 개념을 갖습니다.

즉 "있다", "없다"의 사이에는 또 다른 "있다"가 존재하고 또한 그 사이 사이 역시 "있다"가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아마 자연은, 분명 아날로그일것입니다.

그 중에서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사실 불필요한것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것들을

제거하여 "꼭 필요한" 부분만을 추출하기 위해 "디지털"이란 개념이 개발되었을 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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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 과학에서나 그 디지털이 발전하는 줄만 알았었습니다.

불과 10~20년쯤 되었을까요? 아니 30여년 정도 흘렀다 합시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지구 사회는 사회 자체가 "디지털"화 되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봐 줄만 했구요. 단지 분명하고 깨끗하며, 단순해지는 정도라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한 편으로는 바람직 하다고 생각도 했구요.


환경과 자연 역시 디지털화 되어 가는 듯 합니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의 빗님이 그러하고


농장 안에서도 조금씩 그런 기운이 감지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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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 가운데, 나 만의 세상에서는 분명 "디지털"이 유용할 듯 합니다.

그러나 여럿이 함께라면 오히려 "아날로그"가 더 유용하지는 않을까.


세차게 내리 퍼 붓던 빗님이 지금은 소강상태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마악... 다시금 빗소리가 세차게 들려오기 시작하네요.


털털거리는 트럭은 이미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상태에

역시 오래된 고물 캐피탈도 오락 가락하다 보니


꼼짝 못한채 노트북 펼쳐들고

괜스런 사념에 뭍혀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