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남자, 여자라는거..그리고 나이 먹어간다는거..대체 무얼까!

금오귤림원 2006. 9. 5. 22:11

도시 생활이란게...다 그렇잖어?

옆집에 무슨일이 있건 말건...혹여 사람이 죽어 나간다 해도 괜스레 나섰다가 혹시 모를 봉변이 두려워서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거....

큰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지하층 스무계단을 단숨에 오르게 한다.

"아빠, 빨리좀 올라와 봐. 옆집에서 큰 싸움이 났나봐. 막 피흘리고 그래."

평시 아이의 침착한 성격을 아는지라,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는 순발력에 있어 단연코 자신하는 날렵한
몸매를 날려 사건 현장에 서 있게 했다. 겉으로는 그리 다급하게 보이지 않는 옆집 아주머니는 그저 평
범한 모습으로 전화를 걸고 있고, 그를 감싸안은 집사람은 마른 수건으로 그 아주머니의 어깨죽지 부근
을 힘껏 누르고 있다.

도대체 무슨일이야? 아이의 다급했던 목소리와는 달리 너무다 일상적인 모습이라 의아해 하면서도 응급
조치를 하고 있는 집사람의 모습에서 다소 긴장한다. 전광석화 처럼 빠르게, 어떤 일들을 해야할지에 대
해 내 머릿속은 회전을 시작한다.

칼을 맞았나봐.

그 소리가 머릿속에 전달되기도 전에 이미 내 한 손엔 자동차 키이, 그리고 다른손엔 수화기가 들려 있다.
아 젠장. 요럴땐 경찰서 전화번호도 생각이 안나. 에라 모르겠다. 119.
내 다급한 마음과 달리 느긋한 안내방송에 이어, 그저 그려러니 하는 당직소방관의 목소리가 다급한 마
음을 더 부채질 하게 한다. 간단하게 상황설명, 위치 설명, 일단 다친사람은 인근 가까운 병원으로 직접
후송하겠으니 경찰서에 연락좀 해 주세요...

자동차 시동을 걸고나니 큰 딸이 아주머니를 부축하고 동승한다. 출발을 하려는데...길을 막고 서는 어느
점잖게 보이는 신사분의 괴성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 번뜩이는 칼이 한 손에 들려 있음을 보고서야 사태
의 심각성이 어느정도였는지 느꼈다.

큰 딸내미의 손이 문잠금장치로 재빠르게 옮겨지고, 그렇게 자동차와 칼을 쥔 사내와의 일전이 대
략 1분여가 지났을까? 어느 용감한 아저씨의 재빠른 몸동작이 험악한 분위기를 제압했다. 그 짧은 순간
을 헤치며 자동차는 출발을 하고, 병원 응급실로 내 달렸다.

깊이 찔렸던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뒷쪽의 어깨죽지 부근이라 생명과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상처가 상당히 깊습니다. 현재 상태로는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렵구요. 엑스선 촬영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 그렇게 하시지요." "보호자 되십니까? 아뇨. 옆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다친 분 신상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습니다. 다만 옆집에 사신다는것 밖에....전화 한 통 해도 되겠습니까?"
"예, 핸드폰은 안되고요, 집 전화는 될겁니다. 9번 누르고 사용하세요."

"여기 00 병원 응급실이거든? 거긴어때? 경찰관들은 왔어?" "응, 왔어. 00병원 응급실이라구? 알았어.
여긴 상황 정리되고 있구." "알았어."

"경찰관들이 응급실로 올거랍니다."

그 사이 옆집 아주머니는 환자복으로 갈아 입고 촬영실로 들어 가고, 그 보호자 되는 분이 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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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지 못한 현장의 몇 몇 동네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결과
를 기다리고 있다.

"생명엔 지장 없구요. 조금...상처가 깊답니다. 친가의 보호자 되는 분께서 오셔서 인계하고 오는중입니다."
"에구..강사장님이 애썻네요. 궂은일인데..."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잖아요. 그나 저나 많이들
놀라셨을텐데..괜찮으세요? 여긴 잘 정리된겁니까?" "아직도 벌렁 벌렁 합니다. 경찰관들이 왔는데 많이
늦게 왔어요. 그 바람에 그 아저씨가 엄청 고생했죠 뭐. 칼 든 사람을 혼자서 제압하고 있으려니..., 암튼
경찰관들이 와서 사진도 찍고...칼을 소지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찍었어요." "암튼, 그정도로 끝날 수 있
어서 다행힙니다."

정말 짧았던 순간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인지를 하고부터 대략 10분여 동안의 소용돌이는 그렇게 끝이
나고나니, 그 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섰다. 물웅덩이에 조그만 돌 하나를 던져 넣어도 어느정도까지
는 그 파동이 퍼져 나가건만, 어두워 가는 일상은 그렇게, 아무일 없다는 듯이 평범을 되 찾는다.
일을 겪은 몇 몇 사람들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다독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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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산다는거. 그게 도대체 무엇일까. 그래도 연애시절엔 서로가 서로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살았
을터인데..서로 죽이고 싶을만큼 증오의 대상이 되어야 함은 어디서 연유할까. 나이는 무엇일까. 나이를
먹어간다는것과 남자라는것. 그리고 여자라는것. 그것은 또 무엇일까.

사랑과 증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사람의 연상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숱한 의문들....사실, 사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오늘 밤
잠 못들게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