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멋/제주의 명소

[2006.05.28 (일) 맑음] 섭지코지, 올인하우스

금오귤림원 2006. 5. 28. 23:47

섭지코지, 올인하우스
지하 연구실 배수구 관련 일 처리를 하느라 오후 1시경이나 되어서야 시간이 좀 난다.

미리부터 대기중인 멤버 아주머니, 일을 마치기가 무섭게 "개꼬시" 가자는 말씀에 옆지기도 덩달아 살랑 살랑 꼬드낀다.
어쩌라고, 그래. 오늘은 바닷가로 가자. 광주에 사는 친구 요청(?)도 있고보면 참으로 오랫만에 바닷가를 찾아보는것도 좋겠지.

"어디로 갈건데 마씀?"
"게메. 일단 출발 합서. 호끔만 예! 딸기 두 상자 실엉 신양부터 들렁 가민 좋은디...."

으그...몬산다 내가..

"겅 하게 마씀."

봉개를 지나 대천동에서 좌회전, 송당가는 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수산리로 빠지는 일명 "오름사이로"로 들어섰다. 이미 서너번 드나들던 길이었건만, 언제 들어도 기분좋은 길이다. 좌우로 늘어선 높고 낮은 갖가지 형상의 오름들의 사열을 받으며 수산 가까이에 이르자, 끝없이 펼쳐진 신록의 초원이 반긴다.

아! 어디 진짜 돈 좀 없나?
로또 몇 번만 당첨되면...내 저 땅 몽땅 다 사서 친환경 생태 농장을 운영하고 싶은데...ㅋㅋㅋ.
꿈 속에서라도 그 소원 이루어지지 않으려나....

벌써 몇 년이 흐른 모양이다.
섭지코지...그래, 아마도 드라마 "올인"이 방영되던 그 때였으니....
그 때의 섭지코지는 달랑 성당건물 하나만 서 있었다. 물론 주변은 어른 키 보다 높이 솟은 새와 이름모를 풀들로 덮여 사람 지나기도 힘들 정도였는데...

많이 정비 되어 있었다.
신양해수욕장 입구에서 등대를 거쳐 그 반대편 출구쪽까지 반듯하게 난 산책로며, 그 무성하던 풀밭에 말끔하게 정비되어 그야말로 영화속 초원 그대로의 모습, 그리고 끝없이 너르게 펼쳐진 태평양 푸른 바다. 적당히 배치된 깍아지른 절벽이며 솟대바위....

그 자연적 모습에 반한 사람들이 몰릴만도 하다.

일상속에서 제주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모습들을 보아 왔지만,
대부분 즐거운 모습 보다는 오히려 지치고 피로한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만난 관광객들의 모습은 모두가 하나같이 즐겁고 시원한 모습이다.
신혼부부에서부터 다정한 모습의 젊은 연인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나 중년의 신사숙녀분, 그저 평범한 옆집 아주머니, 아저씨와 같은 모습들 모두 그렇게 편안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산책로를 걷는다. 아주 천천히, 아주 다정히....

흔한말로 즐길것 하나 없고, 탈것은 물론이요 먹거리조차 없는 어쩌면 허허벌판만 덜렁한 이 모습에 오히려 그렇게 즐겁고 편안한 모습을 보이는것은 어디서 연유한것일까.

아마도 순수한 자연의 멋이리라.
자연에서 온 인간이기에, 그 자연의 순수한 모습은 남녀노소, 지위고하, 소청장로를 불문하고 감동하게 하고 있으리라.

그 순수한 자연의 모습이 오래도록 보존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보지만,
눈 앞의 이익에만 눈 먼 사람들의 욕심이 과연 그 모습 그대로를 보존해 줄 지....

올인 하우스 그 자체만은 그 자연의 모습에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이야기를 머금은 모습이다. 그 예쁜모습에 나일론 동아줄로 울타리를 치고 험악하기 그지없는 "출입금지" 안내판과 요금을 지불해야할 매표소 안내판...이건 아니었다. 과연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입장료 액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울타리와 각종 볼품사나운 안내판들을 없애고 완전히 개방하여 누구라도 자유로이 드나 들 수는 없을까. 건물 내부에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기념물등을 판매할 수 있는 방안도 있을텐데, 그와 더불어 그 지역으로부터 일정범위 외부에 연관된 매점이나 점포들을 운영하여 수익이나 세금 등으로 수입원을 만들어내는 그런 방도는 없을까.

올인 하우스 영역의 관리와 운영은 남제주군에서 한다고 한다.
이 곳 주민들이야 일상의 모습들이지만, 이 곳을 찾는 국내 관광객 대부분은 정말 휴식을 찾아 온 사람들일 수 있다. 아주 작더라도 그 마음속에 가시 하나를 박는것 보다, 그들의 가슴속에 한 점 거리낌없이 그야말로 후련한 마음으로 돌아 갈 수 있게 한다면,

더욱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아차차차. 바닷가에 간다는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슬리퍼 차림일세.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저 날카로운 갯바위를 지나 미역이며 톳, 성게, 보말을 잡겠다고 뛰어든 저 철부지 소녀 아주머니들에게 다가가랴...

어찌 어찌 조심 조심...가까이 다가가 그래도 한 컷 잡아 올리는데 성공했다.
옆집 아주머니 어릴적 고향이어서일까.

일찍부터 바다에 나와 이것 저것 잡아내는 어느 할머니의 외침소리가 들린다.

"어이, 여기 군수라. 이거 가졍강 먹으라게"
"에구, 아주머니 가정강 드십서게."
"주걸랑 그냥 가정강 먹으라게."

멀리서 그 모습을 보니 무슨 까만 비닐봉지에 무엇인가 담아 놓은듯한 모습이다.

잠시 갯바위가로 나오시는 아주머니, 그 까만 비닐봉지를 갯바위위에 터억하니 올려 놓으신다.

냉큼 다가가 살피니, 엥? 이게 뭐야? 작은 문어크기만한 그리고 까무잡잡하고 흐늘 흐늘한것이
머리엔 녹녹한 뿔 두개를 달고 느릿 느릿 꾸물럭거린다. 까만 비닐봉지가 아니라 무슨 생명체였던 것이다.

"이게 뭐꽈?"
"그것도 몰라? 군수여 군수!"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서니...아차차...그 이름을 잊었네...

한 참 후에야, 돌아올 때가 되어서 그 아주머니까지 모셔 드리면서 제대로 된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군소" ㅎㅎㅎ.

끓는 물에 삶던 데치던, 그리고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란다.
먹어보지 않아 알 수가 있나. ㅋㅋ.

관광객들의 수가 참 많아졌다. 모두가 렌트카...
그 차량들의 오고 감이 조금은 번잡스럽기만 한데,

그 길가에서 노는 동네 강아지 세마리의 놀음이 무척 정겹다.
두 마리가 먼저 길을 가로 지른다. 가만히 보니 그 두놈 덩치가 남은 놈 덩치보다 크다.
이내 되돌아서는 한 녀석!
건너지 못한 작은 녀석 주변을 한 바퀴돌더니 기어코 그 남은 작은녀석마저 데리고
길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