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멋/제주의 명소

[2007.05.06 (일) --비] 제주돌문화공원

금오귤림원 2007. 5. 6. 22:03

제주돌문화공원

삼달리 유기농부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외출에 맞춰 도시락 40여개를 싸들고 [제주돌문화공원]을 찾았다. 부슬 부슬 내리는, 고사리 장마라도 시작하는 걸까? 다행히 큰 비는 내리지 않아 오히려 산뜻한 분위기 속에서 공원을 둘러볼 여유도 부렸다.

돌, 바람, 여자....

그래서 삼다의 섬이라 했던가!

하긴, 정말 많기도 하다. 일상을 둘러 채이는 것, 밟히는 것, 애써 외면해 보려 눈길을 돌려도 의례껏 그 곳에 있는 것은 바로 암벽에 돌이니 굳이 많다고 표현하는것 자체가 외려 부자연스럽다.

그저 그려려니...너무도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있어 매일 매일을 공기로 숨을 쉬듯 그렇게 사용하고 부딪치면서도 관심두지 않았건만, 비로소 오늘에야 그 숱한 바위와 돌들이 제주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과 문화를 끼치고 낳았는지를 보게 된다.

1,852억원, 100만평의 자연 곶자왈을 헐어 돌하루방으로 꽈악 꽈악 채워버릴것만 같았던, 그래서 비판적이었던 그 간의 생각을 180도 바꾸어 버리는 어쩜 획기적인 기회가 되어 버렸다.

---

이미 고인이 되신 전 북제주군수 신철주님!

척박한 농지와 오름들로만 채워진 관내 자원들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기위한 여러 시책들은 비록 옛 북제주군의 생활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점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몇 안되는 진정한 지도자로 마음속에 담았던 분이기도 했다.

저지 문화예술인의 마을에서부터 시작하여 크게 눈여겨 보지 않던 오름들의 표석, 시원스레 뚫려가는 관내 도로...

그리고 오늘의 돌문화공원.

경제리더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문화리더이기도 했다.

---

교통사고로 인해 한 쪽 다리를 온전하게 사용함이 많이 불편한, 삼달리 유기농부의 부인을 휠체어에 앉히고, 비록 잠시지만 그 활동 보조인을 자청했다. 그는 동행한 30여명 아이들을 돌보아야했기에...

아. 보기엔 그저 단순히 쉬워 보이던 휠체어 밀기가....그리 쉽지많은 않게 많은 부분 세밀히 신경쓰고 힘도 써야했다.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아이들과 단체로 여행중이신 연세든 어르신들의 움직임중에 행여 부딪쳐 회복중인 다리가 다시 다치지 않도록 특히 신경써야 했으며, 엘리베이터나 휠체어 운반기 등 편리시설을 이용하는데 있어서도 세밀하게 신경써야 했다.

그러고 보니, 각 각의 장애인들을 위해 각 각의 보장구들을 준비하고 또한 관람코스까지도 신경써 배려한 [ 공원 ]측의 세심한 마음도 적잖이 마음을 울린다.

거대한 돌기둥 사이를 지나서 툭 트인 초록의 평원은 거대한 야회공연무대이자 직경 40M 둘레 125M의 인공 하늘연못(수상무대)이라는 [제주돌박물관]의 지붕을 만난다.

제주의 어느 곳에서나 설문대 할망의 전설은 존재한다. 그 거구의 설문대 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물장오리와 죽솥, 그리고 백록담을 형상화 했다는 인공 하늘연못은 가히 인상적이다. 그 크기도 크기려니와, 그 보다도 철저하게 수평을 이루는 수면은 못의 가장자리 끝까지 이어져 넘치지 않으면서도 경계면을 확실하게 긋는다.

예로부터 제주의 건축은 작고 예쁘장한, 아기 자기한 멋을 품고 있어 웅장함과는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의 느낌은 웅장함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듯 없는 건축의 묘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오래전 대학시절 동문수학했던, 건축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시청 전산담당인 친구와 제주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었는데...
지금 바로 그런 모습을 이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웅장함과 평온함, 그리고 자연에 품어져 없는 듯 있는 박물관 건물과 공원의 설계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묻어 나오는 듯 해, 모처럼 마음 한 편이 편안해 지기도 했다.

---"아! 제주사람이 변하고 있구나..."---

돌 만 있는줄 알았는데....

곶자왈의 흔적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숲 사이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 겸 각 테마별 전시관과 야외전시장을 잇는 숲길은 도심에 찌든 건강까지 배려한 그야말로 신선한 길이다.

바쁘게 돌아볼 요량이라면,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라.
적어도 이 곳에 들렀다면 하루종일 천천히 걸을 각오가 있어야 하리라.

---

이름에서 풍기는 [ 돌 전시관 ]의 이미지는 공원 구석 구석을 살피고 다니는 동안 어느사이엔가 [ 종함문화공원 ]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단순히 수집의 즐김을 위한 공원이 아니라 생명의 기반인 환경과 자연태동 및 생태의 학습장이자 긴 세월동안 이 곳을 터전으로 삶을 이어온 제주선인들의 삶과 생각을 엿 볼 수 있는 문화역사관이기도 했다.

이 곳에서 나서 자라고, 그리고 늙어가는 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그저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정도의 감회일뿐일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 돌 ] 보다는 [ 흙 ]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환경에서 자라고 생활해 온 이들에게는 분명 놀랍고 경이로운, 그러면서도 제주인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 공원 ]일 수 있으리라.

사색은 [ 책 ] 뿐만 아니라, 이 곳 [ 제주돌문화공원 ] 안에서도 즐길 수 있으리란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주차료가 포함되었던가? 아닌것 같다. 만평? 오만평? 에구...쾌적하고 넓직한, 그리고 항상 여유가 있는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난 후 이 곳에 먼저 들르게 된다. 왜냐구?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니... 그러고 보면 매표소도 보이지 않는다. 저 아래 숲속에 숨어버려 "매표소가 어디요?" 하고 물어 보아야 할 판이니...이것도 맘에 드네? 건물안에는 자판기 몇 대와 식수대가 설치되어 있어 무료로 잠시간 쉬어 갈 수 있다. 물론 자판기는 유료, 식수대는 무료.
제주 전통 초가. 하나 하나의 초가마다 테마가 있는 돌문화 전시관이다. 이러한 전시관들이 큰 주제별로 곶자왈 숲 군데 군데에 분산되어 있어 각 전시관을 잇는 숲길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관람할 수 있다. 현재는 30만평 규모의 면적에 [ 제주돌박물관 ]과 더불어 크게 3개 코스로 구분하여 전시중임에도 불구하고 길 안내표지가 잘 되어 있어 관람 시작에서부터 종료까지 크게 혼동하지 않고 산책하듯 관람할 수 있다.
지옥의 모습이랄까? 용암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성된 돌임에도 불구하고, 숙련된 돌 조각가에 의해 조각되어진듯, 엉클어져 고통을 호소하는듯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리는듯도 하다. [ 제주돌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내용물 중 하나.
고인돌
석관묘
고대 원시인들의 고인돌이나 석관묘를 만들기 위해 그 부속물들을 운반하는 상상의 모습
절구
구들석
문주석
탐라왕자의 묘
돌하루방
제주인들의 무덤은 독특한 형태를 띄고 있다. 가축들의 방목문화에서 비롯어 우마의 침입과, 화재등의 외부요인으로부터 묘를 보호하기 위해 장방형의 겹산담이나 홑산담을 둘렀지만, 귀신들의 출입을 위한 출입문도 빼 놓지 않고 있다. 죽은자라 하여 산자와 분리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삶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는, 어쩌면 제주인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한 부분이 될지도 모르겠다.
죽은자의 말 벗 역할을 했을까? 흔하지는 않지만, 제주의 오름(산;山)을 오르다 보면 죽은자의 묘에서 드문 드문 볼 수 있는 동자석들이다. 이들 무덤을 지키는 석인들은 대체로 두가지로 분류하는데, 그 크기가 1M 이상인 문인석과 그 이하인 동자석이 그다. 문인석은 대체로 관모를 쓰고 있으며 양 손을 합장하고 있는 반면, 동자석은 민머리이거나 땋은 머리형태로 두 손으로는 촛대와 같은 물건들을 들고 있는 모습들이다.
제주는 물이 귀했다. 화산섬의 특징으로 인해, 비가 오면 그 빗물이 고이지 않고 바로 지하로 흡수되어 버려 일상의 용수를 구함이 쉽지 않았다. 지하로 흡수된 물이 어느 틈으로 흘러 외부로 나타나면, 의례껏 그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되었고, [ 물허벅 ] 이라는 물 운반 수단을 통해 식수나 용수를 취했다. 어린시절, 비록 이 곳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지만, 이런 곳에서 한 동안 물을 길었던 경험이 있다. 물론, 남자들은 이런일을 하지 않았다. 주로 어린 여자 아이나 처녀(비바리)들이 담당했다.
제주전통초가
암벽기둥. 매표소와 검표소를 지나 열아홉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제주돌문화공원] 관람의 시작을 알리는 표석이다. 이 암벽기둥을 지나 작은 숲길을 통과하면 넓게 펼쳐진 야외공연무대와 수상무대인 하늘연못을 만나게 되고, 그 아래(지하, 또는 지상 2층건물의 2층)의 [제주돌박물관]으로의 입구도 만나게 된다. 결국, 하늘연못은 [제주돌박물관]의 지붕이 되는 셈이다. 박물관 지붕이 직경 40미터, 둘레 125미터의 거대한 수상연못임을 상상해 보라. 참으로 특이하지 아니한가!
하늘연못(돌박물관지붕;수상무대)의 오른쪽 일부. 하늘연못의 설계에 감탄을 참지 못했다. 그 크기와 더불어 연못의 가장자리 경계면까지 정확하게 형성된 수면과 반듯한 수평선, 잔잔한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으랴. 비록 자연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지만, 마음속에서 이는 감탄은 자연스러웠다.
야외 공연무대.
[ 제주돌박물관 ] 입구. 조잡스러움도 없다. 심플한 입구와 함께 길게 뻗은 경사로는 장애인들까지 배려한 세밀함과 웅장함까지 느끼게 했다.
박물관 입구와 야외공연무대, 그리고 수상무대인 하늘연못 전경
하늘연못(수상무대; 박물관 지붕)
야외전시장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