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와 독서

바이 코리아 - 김진명

금오귤림원 2010. 8. 28. 22:51

지은이 : 김진명
- 부산 출생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저서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살수]
[제3의 시나리오], [가즈오의 나라]
[하늘이여 땅이여], [한반도], [코리아닷컴]
[황태자비 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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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판   1쇄 발행일 : 2002년 7월 25일
- 초판 19쇄 발행일 : 2008년 6월 17일
- 펴낸 곳 : (주) 자음과모음
- 주소 : 서울 마포 서교 395-101 우신빌딩 5층
- 각권 253쪽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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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 독서 감상문을 나열하느니 보다, 차라리 마음을 울렸던, 때로는 깊은 공감과 함께 느껴지는 폭발적인 분노를, 때로는 작가의 그 폭 넓고도 깊이 있는 생각에 대한 놀라움을 느꼈던 부분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다만, 전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목을 "바이 코리아"로 정한 이유가, IMF때 정권에 의해 헐값에 팔려 나가던 우리의 피땀어린 결정체, 그 기업들(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은 기업 고유의 가치와 더불어 이미 사회 구성원 전체의 간접적 소유라는 내 나름의 소신이 있기에 '결정체'라는 말로 표현했다.)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안타까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기록해 본다. 물론, 그 이외의 내용들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그러나 아래 차례대로 정리한 소설속 내용들에 이미 그러한 내 생각들이 다 포함되어 있을것이기에, 자질구레 표현하지 않는 편이 나으리라.

아. 한가지 더. 제1권 첫 페이지를 넘기니, 아직 1년이 채 안된 이전 어느날, 작가 김진명이 한라 도서관을 찾았던 모양이다. 그의 소설 대부분이 서가에 꽂혀 있었지만, 특별히 이 책 1권에 사인을 해 놓은 것을 보면, 그 역시도 이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음은 아닐런지....


이공계 출신이 인문분야의 지식을 획득하는 것은 이제 너무도 쉽다. 하지만 인문계 출신이 이학이나 공학 분야의 지식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 못해 요원하다. 정보는 이제 누구에게나 공개되기 때문에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자아실현과 재창조의 기회는 이학과 공학에 대한 체계있는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훨씬 많이 주어지게 된다. 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과학기술의 세계로 들어가기를 바란다. 미래의 세계에는 과학기술인이 주인공이라든지 삶이 안정적이라든지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의 세계는 깨끗하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은 깨끗하게 살겠다는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나는 과학기술의 세계를 권하고 싶다. 키에르케고르는 존재는 직업이라고 했다. 굳이 지나간 시대의 철학자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자신의 직업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권모술수와 인간관계를 축적해야 사는 인생보다 조용히 자신의 지식쳬계에 몰입하다 때로는 세계를 바꾸어 놓을 신기술의 아이디어를 한 번씩 짜낼 수 있는 과학기술의 세계는 깨끗하기도 하고 모험적이기도 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 "후후. 그런가. 세상에 한국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어. 우선 한국인 자신들이 스스로를 모르지. 아까 자네가 이상하다고 했지. 왜 세계 백 위권에 드는 대학 하나 못 가진 한국이 수학 경시대회에서는 일등을 하는지." -

- "흐흐. 세계 고인돌의 반 이상이 자기 나라에 있으면 그 역사란건 무서울 정도로 오래 됐다는 얘기가 아냐? 그런데 이 사람들은 자기네 역사를 줄이지 못해 안달이더군. 고인돌이란 강력한 부족국가의 상징인 것은 자네도 잘 알 테지. 그런데 이 사람들은 중국에서 누군가 내려오기 전의 한반도란 그저 미개인들이 흩어져 살았던 것으로 생각하더군. 모든 역사 책도 그렇게 만들고, 그러면 그 많은 고인돌들은 나중에 세계 각지에서 수입해 두었단 말인가. 이렇게 온 나라 전체가 잘못된 역사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나라는 처음이었어." -

-"자네도 아다시피 나는 비교역사 연구가이면서 성서 전문가야.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두 눈동자가 튀어나올 뻔한 발견을 했어. 바로 한국에서 가장 신비하다는 인물의 저서를 읽을 때였지. 나는 그 책에서 《성서》의 〈요한계시록〉과 똑같이 씌어진 구절을 찾아낸 거야.   ......   한국에《성서》가 처음 소개되기도 전의 책이야. 그 책에는 놀랍게도《성서》의 〈요한계시록〉과 같은 숫자가 문장 하나 틀리지 않고 나왔어. ...... 문화의 뿌리가 같다는 얘기지. 한국인들이 중국 문화를 받아 들이기 전, 본래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는 수메르족하고 뿌리를 같이 하는 거란 얘기지. 이스라엘이 수메르족의 후예이듯 말이야. ........ 물론, 그들은 바이칼 호 부근에 살다 일부는 시베리아를 동진해서 한반도로 들어가고, 또 일부는 서쪽으로 자그로스 산맥을 넘어 중근동으로 들어갔어. 일부는 그냥 바이칼 호 부근에 남아 있었고. 이들은 자꾸 이질화되어 갔지만 아직도 어느 부분에서는 동질의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한계시록〉과 그 예언서에 나오는 숫자가 같다는 점은 그런 것을 말하고 있는 거지. .... 처음 나는 한국을 좋아했어. 그러나 차츰 한국이 너무도 싫어지기 시작했네.  ...... 그들은 인류의 유산을 죽여버린 게 아닌가. 그들 자신이 활발하게 연구해 세계에 내 놓아야 할 고대의 신비한 유산을 모조리 뭍어버리지 않았나? 그들은 범죄자야. 인류의 유산을 탕진한 범죄자라구.  .... 그 나라에서느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미치광이 취급을 받아. 내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자 갑자기 학자들이 모두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어. ..... 그게 한국이라는 나라야. 모두가 패거리로 나뉘어 있어. 연구는 하나도 안 하는 놈들이 패거리끼리 뭉쳐가지고 나를 공격하는데 나중엔 인신공격까지 하더군. ....... 자기네 나라에 고인돌이 그렇게 많으니 굉장히 강성한 고대국가가 있었을 거라고 했더니 그런 나라는 중국에나 있었지 자기네 나라는 고구려니 뭐니 하는 나라가 최초의 고대국가였다고 떼를지어 달려드는데 나는 그만 두 손을 들고 말았네. 알고 봤더니 그건 일본인들이 식민지 지배 때 조작해 가르친 역사였어. .... 그럴지도 모르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나라는 먹고사는것 밖에 모르는 나라야. 모두가 돈에만 관심 있고 역사니 문화니 하는 것은 껍질밖에 없는 나라야. ...... 나는 한국인들을 이용해 돈을 벌 뿐이야. 누구보다도 한국인을 잘 아니까." -

- "등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오? 나는 창의성을 보는 거요. 이십대에 법조문이나 달달 외워 고시에 합격하면 평생 권력이 보장되는 그런 사회가 정 기자에게는 그리도 좋소? ....... 십팔등 아니라 꼴찌라도 일등보다 나은 사람이 있소. 아인슈타인이 그랬고 내가 그랬소. ....... 가장 웃기는 건 당신네 사회는 과학자에 대한 대접이 세계에서 제일 엉망이란 거요. 수학, 과학은 미래를 이끄는 요체요. 하지만 당신네 사회는 수학, 과학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인 과학자조차 푸대접하는 이상한 사회요. 영어에만 미쳐 있지. 나는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난한 과학도들을 도와준 거요. 그들을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시킨 내가 그들로 인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당신네 사회는 뭐라 말할 자격이 없소." -

- 소설속 등장인물 바이스로이의 이야기 중에서 -

- "말해도 이해할 수 없을 거요. 그런데 한국인의 머리에서 그런 생각이 나왔다구? 아, 그런게 한국인의 머리에서 나올 줄은 몰랐군. 그 지옥에 사는 사람들한테서." -

- "박사님. 이제 한국도 정신을 차리고 잇습니다. 한국도 이제는 과학자와 기술자를 최고로 대우하고 존경하는 그런 사회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박사님 같은 분이 한국으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돌아오셔서 과학도와 이공학도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과학자와 기술자를 무시하는 정치인과 관료와 법조인을 마음껏 꾸짖으십시오. 사회 구조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우면 이학박사들이 사법고시를 치겠다고 밤을 새운단 말입니까?" -

-"나는 한국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소. 여기서 보면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이 훤히 보여. 당장 중국하고만 비교해도 한심할 지경이었소. 중국은 이공계를 가는 학생이 전체의 90퍼센트더군. 한국은 이공계를 가는 학생이 전체 학생의 25퍼센트니 경쟁이 되겠느냔 말이오. 당장 주석 장쩌민도 기술자 출신 아니오!" -

- 소설속 등장인물 나영준 박사와 정의림기자의 이야기 중에서 -

- "김대중 후보가 대중경제론으로 유명한 것은 잘 알거요. 서민과 노동자에게 비중을 두는 이론이오. 그의 본래 입장이 아이엠에프에 반대하는 거라는 것도 알고 있을 거요. 그런데 그는 대통령이 되고 나자 오랫동안 견지해 온 그의 경제론과는 전연 다른 주장을 피기 시작했소. 기업을 외국에 팔아라, 잘되는 회사부터 우선적으로 팔아라 하고 강요했단 말이오. 그에 따라 수많은 우량기업들이 외국에 팔려 나가기 시작했소. 물론 엄청나게 싼 가격에 말이오." -

- "기억납니다. 당시 이종찬 국정원장이 거기에 찬성할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입장이 어렵게 되기도 했지요." -

-"그렇소. 좀더 정확히 얘기하면 미국 달러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거였소. 그런데 아시아 각국은 다름대로 달러에 대한 방어망이 있었소. 그것을 깨자는 게 세계화요. ...... 전통적 보수 세력인 이회창은 그런 면에서 개혁적 후보인 김대중에 비해 세계화를 수행하는 데 부적격한 인물로 여겨졌던 거요." -

-"CIA는 모든 힘을 중국의 분열에 쏟고 있소. 달리이 라마가 왜 세계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지 아시오? ...... 그런면도 있을 거요.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약소국 탄압의 상징이오. 기사들은 달라이 라마에 대해 보도하지만 사람들은 기사를 보고 나면 곧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떠올리게 돼요. 중국의 잔혹한 티베트 탄압과 달라이 라마의 탈출, 나라 잃고 떠도는 성자 등의 이미지를 갖게 되지. 이것은 CIA가 언론을 이용해 중국과 벌이는 전쟁 같은 거요. ....... 장쩌민은 김정일을 불러 남한과 대화를 하고 개방하라고 권유했소. 겉으로는 온화한 권유였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권유였소. 사실 지금 북한의 편을 들어주는 강대국이란 중국 외에는 없잖소? ........... 그런다음 장쩌민은 황쥐(黃菊)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특사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 자신과 김정일이 나눈 대화를 다 알려주었소. ...... 선수는 김정일이 쳤소. 책임있는 자를 베이징으로 보내라고 남한 정부에 연락을 한 거요. ...... 그래서 박지원이 간거군요. ........ 그렇소 거기서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소. ....... 중국이 남북정상회담을 유도한 것은 한반도에서의 어떤 흐름을 기대한 때문이요. 즉 남북이 가까워지면 당연히 한반도에서 나오는 구호가 있을거 아니오. ....... 미군철수 말이오. 실제 남북이 가까워지고 평화무드가 조성되면 주한 미군의 필요성은 감소할 거 아니오? ......... 그러면 사람들은 자연히 미군철수를 요구하게 되어 있소. 위기 시에는 잘 봐주던 주한미군의 행태도 평화무드가 조성되면 참을 수 없게 되는 거요. 자연히 남한 사회에 반미감정이 증폭되는 거지. 이렇게 되면 중국은 손 안 대고 극동의 미군을 몰아낼 수 있는 거요. ...... 그래서 항공안전 이등급 판정도 나오고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의 일본 밀입국 사실도 일본 당국에 통보하고 북한의 간첩선에 관한 정보도 일본에 알려줘 격침시키게 하는 거요. 같은 선상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발언도 나오는 거요. ..... 그렇소 중국은 붙이려 하고 미국은 떼놓으려 하는 거요. 하지만 붙이려 하는 자나 떼 놓으려 하는 자나 속셈은 제각각이오. 모두 한반도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려는 거요. 그러면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입장이 어떤가를 이해할 수 있겠소? ....... 최악의 경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일도 생길 수 있소." -


- 소설속 등장인물 풀턴 박사와 정의림기자의 이야기 중에서 -

- "주주 여러분, 과학기술의 세계는 영원합니다. 차라리 자본이 가치 없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자본의 증식을 목적으로 투자합니다. 그러나 투자에는 이 외에도 하나의 중요한 목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발전의 촉진제입니다. 인류는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과학기술을 반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언젠가는 맞게 될 인류 멸명의 위기를 다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환경은 오염되어 있고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는 고갈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기아가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투자가 이런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는 여러분의 인류사회를 위한 이런 노력을 극대화해 나갈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돈 이상의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매진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전폭적 신임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 소설속 등장인물 이건희 회장의 이야기 중에서 -

북학인이란 조선 말기의 북학파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당시 과학기술을 원천적으로 탑압한 시대의 모순적 제도 때문에 과학기술의 영재들은 숱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들은 한국인의 두뇌는 과학기술의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를 끌고 나갈 잠재력이 있다고 믿었고 먼 훗날 이 땅에 과학기술의 풍토가 조성될 때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로 하고 지하로 잡입했다. 북학인이 한 사람인지, 혹은 여러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기자가 이메일로만 교신했던 북학인은 과학뿐 아니라 역사와 인문사회, 국제 정치에도 능통했다. 하지만 북학인은 모든 힘의 근본은 과학기술에서 나온다고 했다. 기자는 북학인이 지금도 말없이 이 사회를 지켜보고 있다고 믿는다.


- 소설말미에서 정의림기자가 쓴 마지막 정리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