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와 독서

제4의 제국 - 최인호

금오귤림원 2010. 8. 12. 13:34

* 지은이 : 최 인 호
1945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63년 서울고 2학년 재학시절 단편 《벽구멍으로》
          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입선.
1967년 단편 《견습환자》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되어 문단에 데뷔.

- 현대문학상 수상
- 이상문학상 수상
- 카톨릭문학상 수상

*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도시의 사냥꾼》,《지구인》, 《깊고 푸른 밤》, 《잃어버린 왕국》, 《길 없는 길》, 《사랑의 기쁨》, 《내 마음의 풍차》, 《상도》, 《해신》,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제왕의 문》, 《불새》, 《유림》 등.

* 산문집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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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판 1쇄 발행 : 2006년 4월 17일
1판 4쇄 발행 : 2006년 4월 26일

펴낸곳 : (주)여백미디어
주   소 : 서울 용산 한남 1-364

전3권 / 288쪽, 272쪽, 271쪽 / 각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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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도였던가! 그해 절반이 지나기전,
대구에서 IT 사업을 하던 친구에게서 긴급 도움요청이 왔었다. 1년간의 기간으로 경상북도 고령군청에서 야심차게 진행했던 사이버 대가야 역사 박물관 프로젝트 진행이 순조롭지를 못해 기술 및 행정을 총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그 덕에, 초라하게나마 유지하고 있던 사업을 잠시 접고 대구에서 근 7개월여 그 프로젝트의 기술총괄로 함께 할 수 있었다. 벌써 10여년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생소하기까지 하다.

(주) 이.에스아이에스와 (주)이노뱅크, 그리고 휴먼드림(주) 3사 컨소시엄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 그 때 "가야"라는, 학창시절 기껏해야 교과서 한페이지도 장식하지 못했던 그 "가야"라는 역사의 일부분을 조금은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이기도 했다.

제일 먼저, 지산동 고분을 찾아 그 웅장함과 "순장" 문화에서 크게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기만하다.

이 역사소설은 경상남도 김해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금관가야와 그 부속 가야국들을 중심으로 북방 기마민족과 남방 해양민족의 이동경로를 추적해 가며 종국에는 일본 건국의 시조가 되었던 "가야" 백성들과 귀족층들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교육은 고구려, 신라, 백제를 중심으로 하는 삼국과 통일신라, 그리고 고려, 조선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반해 작가는 만주족으로 부터 시작해서 중국의 역사와 우리의 그 것, 그리고 일본까지를 아우러 그 민족의 이동경로에 맞춰 역사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과정상에 오키나와 및 인도까지 등장한다.

잠시 시각을 돌려 인류의 역사를 조금만 살펴 본다면, 기실 그것은 이동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핍박을 피해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를 앞세워 이집트를 탈출, 긴 긴 세월동안 새로운 거류지를 찾아 이동했으며, 알렉산더 대왕이나 징키스칸의 그것처럼 정복을 목적으로 하는 이동 역시 역사는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이동속에서 일부는 머물고, 머문 자리에서 하나의 문화가 싹틈과 동시에 다시 다른 이동이 이루어지고.... 그 반복에 의해 인류의 역사가 기록되고 유지되어 왔음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분명 가야는 우리의 역사에 있어 제4의 제국이라 여겨도 아무런 거리낌이나 부자연스러움이 없을것이다. 하물며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자면, 이 시점에서의 우리의 역사의식은 다시금 정립되어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작가는 그것을 원했던것 같다. 가야와 백제의 연합군, 그리고 신라와 고구려의 연합군. 그리고 가야와 백제의 패망과 100만명이나 되는 가야백성들의 탈주, 일본 정착, 건국. 그리고 왜와 가야, 백제와의 긴밀한 관계. 바다를 통한 교류....

육상의 기마문화와 바다의 해양문화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가야문화에 대해, 그 역사에 대해 작가의 끈질긴 탐사 추적은 비록 소설형식으로 출간된 책이지만,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차라리 하나의 숨겨진 역사책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2년여동안의 역사추적 끝에 탄생한 소설.

작가는 마지막장에서 가야의 문명은 미완(未完)이다. 라고 말하며 사라져 버린 아틀란티스처럼 더욱 신비롭다고 했다. 그리고 분명히 가야는 우리나라 역사 속에 실재하였으면서도 '망국지음'으로 경원시 되었던 우륵의 노래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고 애닯어 한다.

그러나 김유신이 금관가야 김수로왕의 12대손이었으나 가야가 멸망하자 신라의 진골에 편입되어 마침내 삼국통일을 완성함은 물론, 그의 딸 문명왕후와 김춘추와의 사이에서 문무왕을 낳는 등, 신라왕실과 가야의 혈연관계를 들어 가야 유민들의 뛰어난 영웅성과 우리 민족의 혈관속에서 오늘날까지 원형질로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2년 여의 역사 추적으로 누군가 반드시 했어야 할 가야 역사의 밑그림을 내가 그린것이라면 이러한 작업은 또 다른 사람에 의해서 계승되고 발전되어 가야의 역사는 반드시 복원되어 우뚝 서야 할 것이라고 그 자신의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을 바라 보아야 할 것인가.
그저 내일의 먹거리를 찾아, 피곤한 이 한 몸 뉘일 곳을 찾아 들녘의 하이에나처럼 헤메이는 나는 도대체 무엇을 보아야만 할 것인가.

다만, 다만 그런 내게 있어 네게 바램이 있다면, 잠시의 배고품과 잠시의 안락한 쉼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바로 직시하여 함께 어우러질수 있기만일것이다. 나의, 너의, 그리고 우리의 올바른 역사의식이 학자들을 깨울것이고 위정자들을 깨울것이다.

조금은 답답하다.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 저리 헤메이는 듯한 기분. 거기에 비실 비실 피부를 뚫고 삐져나온 땀방울들이 후텁지근한 날씨와 어우러져 온통 혼미하고 찝찝함을 더하기에 더욱 더 답답한 모양이다.

그냥, 시원하게 샤워 한 번 하고, 차디 찬 아이스크림 몇 개 먹어치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