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2015.03.14 (토) 친구 찾아 삼만리...

금오귤림원 2015. 3. 14. 22:57
어쩌다 한 번씩, 아마도 1년에 한 번정도 전화상으로나마 연락을 주고 받던 친구가 있습니다.

어쩐 일인지 작년 한해동안은 연락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그도, 나도 그저 잘 살고 있겠거니,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했겠지요.

얼마전 순실친구에게서 느닷없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바로 그 친구(순실이 아님)의 소식을 전하는 친구의 목소리는 그리 밝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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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같은 주특기(직별)로 근무했던 친구들과 함께 그를 찾았습니다. 환자복 차림의 친구의 머리는 이미 2번에 걸친 항암치료로 인해 민둥산처럼 변했고, 창백한 모습과는 달리, 늘상 그랬듯 밝고 유쾌한 모습이었습니다. 오랜기간 병상의 피곤함과 치료의 고통에도 말입니다.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어두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싶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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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돌보는 이가 없었습니다. 고향친구들이 조금씩 짬을 내어 돌보고 있다 했습니다. 갑작스레 발병한 암도 암이지만, 지병인 척추와 당뇨도 문제더군요.

주변을 통해 정확한 병명이 '혈액골수암' 림프종 백혈병이라고 들었습니다. 현재 삼천포 서울병원에서 당뇨관리를 중심으로 입원치료중이며, 주기적으로 경상대학병원 암센터를 통해 통원 항암치료를 진행중이라 합니다.

척추 꼬리뼈를 통해 골수를 채워넣는 방식 등으로 항암치료를 진행중이며, 지금까지는 2주에 1번, 그리고 지금부터는 1주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답니다.

초진에서는 생존률 10~20%로 진단했으나, 지금은 경과가 매우 좋지만, 워낙 예상할 수 없는 병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는 진단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국가지원시스템의 도움을 어느정도는 받고 있다고도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보아 동기생 친구들의 도움 역시 절실한 듯 보였습니다.

가능하다면 동기회 차원에서
'십시일반 운동'을 주도해 줄 수 있다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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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못내 서운했습니다.
친구 역시 그 서운함을 숨기지 못하더군요.

시간에 쫒기며, 잠시 의견을 나누다 충남 보령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저녁 늦게서야 도착. 정학이 담궈둔 약술(야간문 주)과 함께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

대략 30여년전의 기록들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밤새워 그시절 이야기를, 아픈 친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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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출발, 김해공항을 거쳐 사천까지 픽업해준, 그리고 다시 보령까지의 장거리를 정원초과하여 운송해준 종필과 그의 안주인,

전화 한통화에, 서울서 보령까지의 밤길을 밝히며 버선발로 달려와 준, 그리고 다음 날, 김포공항까지 픽업해준 부열 안주인과 부열,

밤새운 소란으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재워주고 먹여주신 정학과 그의 안주인,

직장에 매어 바쁜일정을 뒤로하고 서둘러 달려와 준 금복!

모두 모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비록 아픈 친구를 두고서도, 행복했습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고 편안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