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멋/제주의 올레

제주올래 20코스 - 구좌읍 김녕리 서포구에서 구좌읍 세화리 해녀박물관까지 16.5Km

금오귤림원 2013. 3. 7. 22:25

언제건 그렇다. 부산에서 중견 중소기업을 이끌고 있는 선배! 아마도 3년여전이었을것다.

갑작스럽게 전화기넘어 들려오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제주올레코스를 걷기로 했다나?


나 역시 즉흥적인것들을 종종 즐기기도 하거니와 오랫만의 선배 얼굴도 보고 싶어 그렇게 올레길을 함께 걷기로 했었다.

그 세월이 흘러 벌써 3년. 그 종착역까지의 다다름은 함께 하자고 하신다. 첫 시작을 함께 했으니, 그 마지막도 함께...


구좌읍 김녕리 서포구에서 출발. 구좌읍 세화리 해녀박물관까지의 장장 16.5Km...

사실, 제주에 정착해 근 26년여가 흘러 가고 있지만(아주 어린 시절 제주를 떠나 성인이 되어 다시 찾은 이후)

그 속살이 풍기는 끈적한 내음은 나이에 따라 달랐다.


어린시절의 감흥은 그저 먹거리에 대한 불편함정도.

그리고 청년 시절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답답함.

이제 장년이 되니 이해를 바탕으로 한 깊은 맛.


제주풍광의 색다른 맛과 멋은 더욱 깊어 가지만, 그래도 사람들에 대한 답답함은, 비록 이해를 하면서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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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읍을 속속들이 볼 수 있었다.

김녕의 해양레포츠(요트), 그리고 구좌 전역에 걸친 자연에너지(풍력발전기) 개발 사업, 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 등...

최신기술의 현대화가 드문 드문 이루어지는 과정의 옛 전통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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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핀 이름모를 들꽃들은 맑은 밤하늘에 흩뿌려놓은 잔별들의 반짝임을 연상케 하고, 한적한 마을과 결코 서두름 없는 사람들, 넓직한 정원...


아마도 올래꾼들의 마음을 송두리채 유혹할만 하지 않을까!



제주올레 19코스 종료점. 그리고 20코스 시작점.


지붕을 까까머리로... 초가집으로의 변신 준비일까??? 입구에 아무렇게나 세워진 오토바이가 정겹다.



아마도 해녀들이 바다로 향하는 입구 아니겠는가! 저 담장넘어, 그 옛날엔 '불터'도 있었으련만...


구좌지역이, 해양레포츠(요트)와 스마트그리드, 자연에너지 연구단지로 개발중인 모양이다. 거의 전 해안지역이 풍력발전을 위한 풍차로 가득했다.


파라볼라 안테나도 눈길을 끌고....


올렛길 마을 어귀엔 어김없이 들꽃들이 만발했다. 어둡지만 맑은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을 흩뿌려 놓은 듯, 방긋거리는 들꽃이 너무 이쁘다...


아! 어린시절엔 이 보리수 열매 따 먹으러 이들녘 저 산넘어 그리도 돌았는데.... 빨갛게 익어가기 시작..


저 철문은 단 한 번 닫혀 본 적이 있었을까! 과거 전통으로부터 현대로 넘어오며 주택도 그 모양을 바꿧지만, '정낭'에서 철문으로 대문도 바뀌었었다. 그래도 사람들 정서만큼은 바뀌지 않았을까. 어쩌면 단 한 번도 닫혀지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저 밋밋한 들판을 걷다보면, 금새 싫증이 나기 마련... 그나마 그리 높지는 않지만 자그마한 동산(?)이 있어 오르니, 마을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제주올레의 전형. 마을 올레도 그렇거니와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도 결단코 직접적이지 않다. 꼭 이리 둘르던 저리둘르던, 돌아 들어간다. 세찬 바람도 막고, 복의 유출도 막고, 잡귀의 들어옴도 막을셈이었을까!!


"입도 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채 2년이 안됩니다." 이 선술집 같은 허술한 간판과 메뉴판이 어찌 사람 발길을 머물게 하지 않을쏜가. "응? 0" 차마 무슨 의미냐고 물어 보지 못했다. 올레20코스엔 이런 재미가 있다.



해안쪽에서 보면, 거의 지하컹커수준. 그러나 반대편에서 보면 어엿한, 당당한 창고건물이다. 제주의 지형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건물 외관. 이러한 형태를 잘 연구해 보면, 아마 제주만이 갖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공의 정갈함을 어우러 그야말로 멋진 개발을 이울수도 있을것만 같은데.... 제주돌문화공원에 가면 그 대표적인 건물구조를 볼 수 있다.


드디어 막바지가 보인다. 세화오일시장. 매달 5,15,20,25,30날 장이 선단다. 거친 바닷바람과 함께하는 오일장 모습은 어떨지... 사뭇 궁금 궁금...


세화 오일장 관리사무소 한 켠엔 이렇듯 전기자동차를 위한 충전기들도 준비되어있다. 스마트그리드 시범지역다운 모습...


드디어 종착역이다. 20코스 종점임과 동시에, 제주올레코스를 완성시킬 21코스의 시작점. 마지막 21코스를 걸어 그 종료점에 도착하면, 제주올레길의 시작길인, 3년 전 거기에서 시작했던 그 곳에 이르리라.


해녀 박물관. 기념으로 관람. 제주도민 50% 할인... 별다른 신분 확인도 없이, 그렇게 어린시절을 되 돌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