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멋/제주의 오름

[2006.06.18 (일) 맑음] 노로오름 I

금오귤림원 2006. 6. 18. 21:22
시끌한 소리에 눈을 떳다.

부산한 움직임과 재잘한 소리, 벌써부터 이웃 아주머니와 집사람은 몇 일전 부탁 받은 도시락을 준비 하느라 바쁜 모양새다. 모른척하니, 일찍이 마음에 두었던 노로오름을 향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곤, 소리없이 오름을 향해 혼자 나섰다. 오늘은 혼자 올라야 하겠구먼.

차라리 혼자인게 편하다. 시간을 다툴일이 없어 편하고, 행여 자그마한 사고라도 있을까 염려하지 않아 좋고.... 오늘은 조금이나마 마음 편히 둘러 볼 수 있겠구나...

한라산 1100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대략적인 진입로를 찾아 남쪽과 북쪽의 1100도로를 걸었다.
결국, 그 진입로를 찾지 못했지만, 다행히 노로오름을 향하는 어느 산악회를 만나 진입로를 물어볼 수 있었고, 일행과 동행할 수 있는 행운(?)까지 얻었다.

1100 고지 휴게소로부터 제주시 방향으로 대략 1Km 정도 걸었을까? 왼편으로 아주 작은 공간이 있고, 그 공간 넘어 자그마한 오솔길이 눈에 띈다. 어느만큼 걸었을까. 탕탕기라고 불렀다. 경운기 엔진을 이용하여, 그 경운기를 개량, 농사용으로 사용하던 일종의 자체제작 농사용 차량이라고 할까? 우리 어린시절엔 그 차량을 그렇게 불렀다. 산 중 숲 속 그 깊은 곳에, 황폐한 모습으로 버려져 있었다.

아마도 버섯재배시에 사용하다 버려진 듯. 하염없이 걷기만을 반복했다. 조그마한 개천을 대 여섯정도 지났을까. 숲속 나즈막한 곳 모두는 조릿대들이 점령했고, 스쳐 지나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조릿대 스치는 소리들로 숲은 가득찼다.
 
"검뱅듸" 라는 평원습지에 대해 들었던적이 있어, 그 곳이 어느쯤에 나타날까. 기실, 노로오름보다 그 검뱅듸라는 습지에 더 큰 관심이 있어 큰 기대를 걸었지만,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오솔길은 못내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결국, 일행 모두는 노루오름 정상을 보지 못했다. 길라잡이의 안내가 조금 잘 못 되었으리라.

계곡을 따라 한 참을 걸어 표고버섯 재배지를 만났다. 그리고 재배관리사를 지나 어느만큼쯤의 계곡에서 일행과 헤어져 다시 혼자 산 속 깊은 숲속을 걸었다.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고 그 옆에 산뜻한 지프차량 한 대. 의아한 마음보다 반가움이 더한것은, 두 갈래 길 중 어느 한 갈래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으리라. 다행히 휴대폰 번호가 남겨 있었다. 막 전화를 걸어 나가는 길을 물어 보려는 순간, 자그마하게 들려오는 차량 엔진 소리.... 설마 이 길을 따라 온 차량일까! 이내 눈 앞에 나타난 지프차량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 분의 도움으로 다시금 1100고지 휴게소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얼추 생각하니 대략 5시간 정도 걸은것 같다. 검뱅듸나 노로오름 정상을 보지 못해 아쉬움은 컷지만, 삼형제오름(큰오름, 샛오름, 말젯오름)과 붉은오름, 한대오름, 노로오름, 살핀오름 등의 오름으로 향하는 개략적 위치를 알게 된 것과, 한라산에 위치한 오름을 오를 때는 최소한의 장비와 가능한 여럿이 함께 올라야 한다는 경험을 얻어, 정말 소중했던 산행이었다.

다음주쯤... 다시 한 번 도전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