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전의 향기

[2009.07.30 (목) 맑음] 初而不去。中而不覺。終而溺焉。(욕심 때문에 몸을 망치다)

금오귤림원 2009. 7. 30. 00:58
初而不去。中而不覺。終而溺焉。
초이불거。중이불각。종이익언。

처음에는 떠나지 않고, 도중에는 깨닫지 못하고, 결국에는 빠져 죽는다.
- 강유선(康惟善),〈주봉설(酒蜂說)〉,《주천유고(舟川遺稿)》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흔히 욕심 많은 인간을 자신의 몸이 타버리는 줄도 모르고 화려한 불꽃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비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주천(舟川) 강유선(康惟善, 1520~1549) 선생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습니다. 열린 술 단지에 벌이 한 마리 날아와 술을 빨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선생은 저러다가 빠져 죽겠다 싶어 손을 휘저어 날려 보냈습니다. 그러나 벌은 얼마 못가서 금방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몇 번 하다가 벌은 마침내 술 단지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그를 본 선생은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나 또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이 벌을 거울삼아야겠다. 그러나 사람이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다가 그 본연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마침내는 그 목숨을 버리게까지 만드는 것이, 어찌 비단 술 하나에 그치겠는가?”
옮긴이 : 권경열(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