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전의 향기

[2009.08.06 (목) 맑음] 自上流洗鮮肉 則魚飮腥羶之水 而聞腥羶之臭 ... (상류에서 날고기를 씻으면)

금오귤림원 2009. 8. 6. 00:51
自上流洗鮮肉 則魚飮腥羶之水 而聞腥羶之臭
자상류세선육 즉어음성전지수 이문성전지취

在上流糜亂蓼葉 則魚飮穢惡之水 而聞惡臭
재상류미란료엽 즉어음예악지수 이문악취

상류에서 날고기를 씻으면
물고기는 비린내 나는 물을 마시면서 비린내를 맡고,

상류에서 여뀌 잎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으면
물고기는 더러운 물을 마시면서 악취를 맡는다.
- 최한기,〈제취중 순담위최(諸臭中 純澹爲最)〉《기측체의(氣測體義)》
조선 말기의 학자 혜강(惠崗) 최한기(崔漢綺 1803~1877)가 지은 ‘모든 냄새 가운데 맑은 것이 가장 좋다.’는 글의 일부입니다. 이 글은 사람의 감각 가운데 가장 빨리 느끼고 속일 수 없는 것이 후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맑은 물을 마시며 제멋대로 노닐 수 있으려면 물을 맑게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류에서 날고기를 씻으면 비린내 나는 물을 마시면서 비린내를 맡을 수밖에 없고, 상류에 썩어 문드러진 여뀌가 있으면 더러운 물을 마시면서 악취를 맡을 수밖에 없는 게 물고기의 운명입니다.

사람의 운명도 그런 것일까요? 사람이면서 비린내 나고 썩은 내 나는 것을 맡고도 코를 막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기만 한다면, 이는 사람으로 태어나 물고기의 운명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비린내 나는 곳을 찾아가서 날고기를 씻지 못하게 하고, 썩어 문드러진 여뀌를 뽑아버릴 때, 이 세상 ‘사람의 물결’이 맑고 향기롭게 흐를 수 있을 것입니다.
옮긴이 :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