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전의 향기

[2009.08.20 (목) 맑음] 醉一日則遲一日。醉一月則遲一月。(과음(過飮)에 대한 경계)

금오귤림원 2009. 8. 20. 00:36
醉一日則遲一日。醉一月則遲一月。
취일일즉지일일。취일월즉지일월。

하루를 취하면 하루가 늦어지고,
한 달을 취하면 한 달이 늦어진다.
- 정양(鄭瀁),〈자경잠(自警箴)〉《포옹집(抱翁集)》
사실 음주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쁨은 더욱 크게 해주고, 슬픔은 잊게 만들어 줍니다. 사람들과는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의사들도 혈액 순환을 위해서 한두 잔 정도를 권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과도한 것이 문제가 되겠지요.

음주를 경계하는 말들은 동서고금에 많습니다. 그렇지만 정양(鄭瀁, 1600~1668) 선생이 스스로를 경계한 말씀처럼 와 닿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선생은 조선 효종조의 문신으로,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이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조모 슬하에서 생장하였습니다. 병으로 죽을 뻔 했을 때는 똥까지 맛보며 살리려고 애를 썼던 외조모셨습니다. 그렇기에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자 스스로 다짐을 합니다.

“술은 석 잔을 넘기지 말 것이다. 끝내 취해서 그 은혜를 잊어버릴 것인가? 항상 잊지 않아서 영령을 감동시킬 것인가? 둘 중에 어느 것을 취할지는 스스로 선택할지어다.”
옮긴이 : 권경열(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