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전의 향기

[2009.08.27 (목) 맑음] 伐以增矜 悶以益恥 (뽐냄은 교만을 늘리고 번민은 부끄러움을 더한다.)

금오귤림원 2009. 8. 27. 00:29
伐以增矜 悶以益恥
벌이증긍 민이익치

뽐냄은 교만을 늘리고
번민은 부끄러움을 더한다.
- 이만부(李萬敷), 지명잠(知名箴), 《식산집(息山集)》
이 글은 조선 후기 식산(息山) 이만부(李萬敷 1664~1732)의 문집 《식산집(息山集)》에 실린 원조오잠(元朝五箴) 중 지명잠(知名箴)의 일부를 번역한 글입니다.

저자는, 내면이 허한 자는 남이 알아주기만 바라지만, 학문이 시원스레 넉넉해지면 그 명성이 사방에 퍼진다고 하면서, 알려지지 않을까를 걱정하지 말고 소문만 번드르르하게 날까를 걱정하라고 합니다. 이어 옛날 자로(子路)는 알려질까 두려워했어도 천년을 두고 빛나도록 덕과 영예가 높았다고 전합니다.

또 “네 모습을 조촐하게 하고, 네 말을 어눌하게 하며, 남을 업신여겨 가며 자신을 뽐내지 마라. 네 몸이 빈천하고 네 처지가 곤란하다고 해서 주눅 들어 번민하지도 말라. 뽐냄은 교만을 늘리고 번민은 부끄러움을 더한다.”고 말합니다.

남보다 조금 낫다 싶으면 뽐내기를 좋아하는 것은 영예를 얻고자 해서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영예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만한 마음을 키우게 됩니다. 또 자신의 처지가 어려운 것을 부끄럽게 여겨 주눅 들어 번민하는 것은 어려운 처지를 벗어나고자 해서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인해 오히려 어려운 처지를 벗어날 힘과 용기를 잃게 됩니다.

뽐냄으로써 마음이 교만해지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고, 주눅 들어 번민함으로써 부끄러움을 키우는 것 또한 자기 자신에게 미안한 일입니다. 양손에 회초리를 들고 형편이 좀 낫다 싶으면 교만해지는 마음과 처지가 좀 어렵다 싶으면 비관하는 마음 모두를 단단히 단속해야겠습니다.
옮긴이 :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