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금오귤림원 2005. 8. 28. 12:56

아주 오래전에... 좋아하던 창원의 한 선배가 썼던글....

내 마음같아서, 그래서 스크랩해두었던 글을

참으로 오랜만에 갑자기 생각나서, 이 곳에 옮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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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그가
남자이던 여자이던
나이가 많던 적던 상관없이
서로가 똑바로 볼 수 있는 속 가진 이라면
가리지 않고
무작정 좋아합니다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던 마찬가지 겠지만
딱 한번만 살다가 죽는 사람이
그 무엇보다 좋은것은
후회하고,용서하고,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이 느끼는
애틋한 그 감정이

이른 아침
연약한 풀잎에 대롱대롱 매달려
떨어지면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이슬처럼
영롱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더러는
살아오는 동안
켜켜이 쌓인 먼지들을
말갛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깨끗하게 털어내지 못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는지
은유적으로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 보다는
쩍쩍 갈라진 마른 벼논에
졸졸거리며 흘러드는 냇물 한모금 머금고
금새 춤추며 일어서는 벼잎처럼
솔직한 사람이 나는 좋습니다.


애초부터
세상살이 달관한 시인이나
청자연적 빚어내는 듯 하는
수필가를 부러워한 적은 하나 없는데

비름나물 하나 만으로도
얼음같이 맑고 투명한 사람들이
수저 올리는 즐거움을 알고
해거름 될라치면
혼자사는 옥이네 할머니를 걱정하는
낮은데로 임하는 그 고운 심성이
한없이 부러웠음은 고백합니다.

나보다 당신을 먼저 생각하고
마른기침에도
숨길곳도 없이 얄팍한 가슴을 헤아리는
그런 사람을 나는 좋아합니다.

장대비 쏟아지는 이런날에는
사람을 찿아가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당신이면 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