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우리에게 자연을 허락하심은,
그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취하라 하심이지요.
그 평화와 안식은 건강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육체노동의
건강한 땀방울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그 일신의 불편한 이기와 나태함을 위해 도시를 건설하
고 그 도시안에 로보트들을 양산하여 몇 몇 오만방자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도록 강제합니다.
그 안에 갖힌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
는 그야말로 진퇴양란의 혼란속에 일생을 묻어버려야 하고, 단 한
번도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마음껏 세상을 느껴보지 못한채 숨
쉴수도 없이 피곤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육체의 피곤함과는 달리 정신과 마음의 피곤은 삶의 의욕을 송두
리채 앗아버린채, 다람쥐 쳇바퀴돌듯 무의미하고 건조한 삶을 잇
게 만들어 버리지요.
에로스가 되었던, 플라토닉 러브가 되었던, 아가페가 되었던,
어찌되었던 그 사랑이란것이 있어 그나마 다행 아니겠는지요.
내 자그마한 의지는 이미, 도심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정복욕에
점령당해,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송두리채 빼앗겨 버렸음을 스스로
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사랑이란 넘이 있어 내 존재를 느낄 수 있는것 아니겠
는지요. 그 사랑이 많이 아프고 힘들다 해도, 그 사랑으로 인해 견
딜 수 없어 죽고 싶다 해도, 그래도 그것은 내 존재의 이유가 아니
겠는지요.
언제건 도심을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와 욕심으로 빚어진 회색빛 일색의 탐욕속에서 벗
어나, 총천연색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곳이라면, 베토벤의 미뉴엣도, 구스타프 말러의 단지 교향곡 1
번만이라도(그것이 1,2악장이라면 더욱좋겠지만, 아니 비록 퇴폐
적이라 느껴진다한들 어떨까! 3악장만이라도...)
더한 감동과 감흥을 내 마음 깊이 채울수도 있을것 같건만...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꽉 막힌 오페라 하우스에서, 사람들이 만들
어놓은 조명과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어색한 음향시설...
그 들을 통해 이미 로보트가 되어버린 콩나물들의 어지러운 움직
임을 역시나 이미 로보트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눈을 감고 보고 있
음을...
자연속에서는 삶의 의욕이 넘쳐납니다.
비록 하잘것 없는 지렁이도 외부로부터의 사소한 자극에 반응하
여 삶에 대한 의욕을 남김없이 불태웁니다. 그저 맛있는 프라이로
만 보이던 꿩알, 그 꿩알을 품던 까투리도 그 새끼에 대한 애정은
삶의 가치를 한층 돋구게 합니다.
그 자연의 어우러짐은, 제아무리 이름을 날리는 음악가라 하더라
도 따라갈 수 없는 깊이와 넓이가 있습니다. 그 자연의 교향곡은
따로 마련된 화려한 무대가 없지만, 그렇게 사람들을 감동 시킵니다.
그렇다 해도, 언젠가는 그 자연속에서 사람의 교향곡과 자연의 교
향곡이 어우러져 그 대의 마음속을 2/3만 채울 수 있게 되기를 바
래 봅니다.
자연의 드 넓은 모습을 내 마음이 보게 되면, 그렇게 견딜 수 없이
슬프고 힘들며 아팠던 사랑도, 그저 잠시 스치는 감정의 유희였다
는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그 건 시간이라는 자연이
인고를 견뎌낸 내게 주는 아주 소중한 선물이지요. 그리고 삶에 대한
가치를 더 넓게,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해 주기도 하지요.
우리들 삶의 범주를 돌아보면, 그 사랑은 어쩜 아주 작은 한 부분
이겠지요. 그 것 말고도 내겐 소중한 가치가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한 번 천 천히 돌아보세요. 나를 아끼고 사
랑해주는 사람들이, 비록 꽉 막힌 회색빛 도심속 사각형 박스에
갖혀 있지만, 얼마나 많은지. 내가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
나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도, 죽는 날 까지
단 한 번 볼 수 없는 사람까지도 날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많고
도 많음을 알 수 있을겁니다.
천천히 가세요.
물론 잘 안답니다.
이미 되 돌릴 수 없을 정도로 훈련이 되어버린 내 모습.
도심의 흐름은 너무나 빠르고, 그 빠른 흐름에 내 의지는 이미 간
곳 없이 흩어져 버려 마음대로 안된다는걸 너무도 잘 안답니다.
그래도 노력해야지요.
남들 빠른 모습에 휩쓸려 내 의지를 잃었다면, 그는 아무도 탓해
선 안됩니다. 내 의지를, 나 자신을 잃어버렸음을 깨달아야지요.
깨달았으면, 조금 천천히 가면 되지요.
길었나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