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멋/제주의 오름

[2007.01.27 (토) --눈] 한라산 종주 (제주-성판악-한라산 정상-관음사-제주)

금오귤림원 2007. 1. 27. 23:54
"지금 접안중이거든? 성판악에서 만나자."

몇 일전, 조금은 오래전에 맺은 인연으로 인해 가까이 모시는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있었다. 역시 산을 좋아하는....

그렇게 산을 좋아하면서도, 한라산은 처음이시라나? ㅋㅋㅋ.

여덟시 정도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홉시가 다 되어서도 연락이 없어 오늘 산행은 취소할 것으로 결정하는 순간, 그렇게 걸려온 전화는 풀어 헤쳤던 배낭을 다시금 주섬 주섬 꾸리게 했다.

10여명의 일행과 함께란다. 물론, 팀을 이끄는 분 역시 잘 아는 형님!
매 년 1회 이상 한라산을 찾는 매니아다.

"형님! 혹시 제주대학쪽으로 가시면 제주대입구 버스 정류소앞에 있을거니까, 나 두 좀 태워 가쇼. 성판악쪽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것 같은데....차량운행하기가 조금 곤란할것 같아서리...."

"잠시만...기사양반 말씀이...시간이 너무 지체된지라 그 쪽 방향으로 돌아 갈 수 없을것 같다는데?"

"알았습니다. 그럼 제주대 입구에 차 세워두고, 버스로 갈께요. 성판악에서 뵙죠."

참 많이도 왔다.
그 넓은 성판악 휴게소 주차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꽈악 찼다.
결국, 시간에 쫒긴 산행 시작으로 말미암아,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채 산행을 시작했다.

내가 산행을 하는건지, 아님 사람들에 떠 밀려 산위로 밀려 가는 건지....

그렇게 바삐 산행을 하다, 그 산행대장 형님과 조우했다.

오.매.불.망.
커다란 기대와 더불어 허무하게 무너져 버려 안타까워하던, 일전의 산행계획이 취소되었던 그 때 그 아쉬움을 풀어 버리려는 듯, 그렇게 함께 찾아온 쩡은이도 만났는데.....

무정한 형님은, 냉큼 먼저 가서 선행 형님들께 몇 가지 전달사항을 전하란다.

요럴땐....정말 미워~~~

우짜랴.
짧은 인사말 몇 마디 나누고는 앞질러 오르기 시작했다.
그 나마 엊그제 어리목으로의 산행을 했었던 탓일까. 숨가쁨은 조금 덜 한 듯, 나중의 다른 형님 말씀대로, 거의 전투산행을 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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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이를때까지, 결국 선행 형님들을 만나지 못한채 단독 산행이 되고 말았다.
먼저 올랐다 내려가셨나? 아직 안 올라왔나???

그렇게 매서운 칼바람과 함께 하길 수 분여...

그 형님의 부름이 칼바람을 헤치고 내 앞에 닿는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매섭게 얼굴을 때리는 작은 얼음총탄을 피해 숨 돌릴 틈도 없이 관음사 방향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수 년전, 모교의 한 행사에서 잠시 뵈었던 큰형님과 사진 두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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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서두른 탓에, 천하 절경 은백의 한라 모습을 찬찬히 음미해 볼 여유가 없었다.
엊그제 어리목 산행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하산길은 관음사 코스...

코스 중간의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던, 그 험하던 산행길은 안전한 계단과 가이드 라인으로 깔끔하게 정비가 되어있다. 워낙 험한 코스라 오르는 산행길로는 잘 선택하지 않는 코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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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입구에서 하차.
많이도 아쉬운 만남을 정리했다.

생각 같아선, 관음사 찻집에 들러 그 그윽하고 맛난 대추차 한 잔 대접해 올리고 싶었건만
그러지를 못했다.

형님들! 그리고 형수님. 제수씨.
언제건 다음 기회엔 조금 여유좀 가지고 오세요.
그래야 초행길인 분, 간단히라도 둘러보고 또 괜찮은 차 한잔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잊지 않고 불러주신 형님들께
제 온 마음의 고마움과 감사함을 올립니다.

다 들 잘 들어 가셨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