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자료실

토양미생물 그 신비를 벗긴다

금오귤림원 2017. 6. 8. 15:50

 토양미생물 그 신비를 벗긴다                                                                 농업과학기술원 서장선

 

   들어가면서

   미생물이 모습을 드러내다

   미생물은 무얼먹고 사는가

   토양미생물의 종류를 알아보자

   생활속에 숨쉬는 미생물

 

  들어가면서

 

흙! 우리가 무심히 그야말로 무심히 밟고 지나가는 길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보기 싫은 잡동사니 묻어버리는 장소로 전락하기도 하지만, 모든 생명의 모태이며 때론 키우던 병아리가 삶을 다하면 그 곳에 묻어주려는 어린 마음까지도 우러나게 하는 흙이 아닌가. 세상사에 찌들다가도 어느 한 때 주위 적막한 자연 속으로 돌아가 이슬 먹은 아침 공기에 배어있는 상큼한 흙 냄새에 취하여 아련한 추억 속으로 아니 심연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 흙이 아닌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흙은 결국 모든 이의 고향인가? 

흙은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아니겠는가. 눈에 보이던 것이 흙 속에 들어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모든 동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게 하고, 심지어는 인간의 마음까지도 움직이는 신비의 대상이 아닌가!

작년에 수확하고 남았던 벼의 그루터기를, 올 들어 논 갈고 써레질하여 여름 지난 후, 논에 돋보기를 들이 데어도 현미경으로 살펴보아도 찾을 수 없다.

벼 그루터기는 어디로 갔는가? 경운기에 의해 잘게 부서졌는가? 부서지고 남은 한 가닥의 올이라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물이 되어버렸는가? 공기로 사라져 버렸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벼 그루터기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였는가? 
사라져 버렸다고 슬퍼만 할 수 없지 않은가! 만약 벼 그루터기가 그대로 있다면 어떻게 내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며, 땅심 좋으라고 집어넣은 퇴비가 "누가 날 없애 노"하고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면 삽이 채이고 곡괭이가 걸려 땅을 어떻게 갈아엎을 수 있겠는가. 그야 말로 대 혼란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 뿐인가 썩어 없어지라고 땅 속에 집어넣은 쓰레기가 멀뚱멀뚱 눈뜨고 있으니, 이리 보나 쓰레기ㆍ저리 보나 쓰레기ㆍ어화둥둥 쓰레기ㆍ제발 좀 없어져라ㆍ빌고 빌고 또 빌자니ㆍ돼지머리 천금 줘도 살 수 없어ㆍ상 차려놓고 어찌 빌 수 있겠는가. 결국 지구는 오염물질로 뒤 덮여 어떠한 생명체도 살 수 없는 죽음의 행성이 되고 말지 않겠는가? 그러나, 선한 사람의 마음으로 갈고 어루만지는 흙에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흙 속의 살아있는 생명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흙이 살아있도록 생명을 갖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흙의 구성성분과 역할은 자세히 밝혀져 있다. 간략히 설명하여 흙은 암석이 부서지고 풍화된 모래, 미사, 점토 및 무기물질로 구성되어있다. 이들 성분 가운데 모래ㆍ미사ㆍ점토는 그 함량에 따라 공기의 유통과 물의 흐름 등에 영향을 주는 물리적인 특성을 결정한다. 인산ㆍ칼리ㆍ철ㆍ규소 등의 원소인 무기물질은 물과 이산화탄소와 함께 영양분이 되어 식물을 자라게 하여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흙이 살아있다 할 수 없다. 단지 식물의 배지이며 동물의 운동장일 뿐이라는 것 만 알 수 있게 한다. 양액으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고, 운동장도 중장비만 있으면 수일 내에 넓은 터로 닦을 수 있지 않은가? 

살아있다는 것은 호흡을 하는 것이다. 호흡이란 화학물질이나 빛의 상태인 에너지를 일에 사용하는 것이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열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추운 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퇴비더미를 보라, 그리고 그 안에 손을 넣어 보라. 따뜻한 온기를 느낄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현상이 살아 호흡하는 것이다. 토양 역시 그렇다. 토양은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가스를 방출한다. 그러나 무기물만 들어있는 땅 속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토양에는 미생물이라는 유기생명체가 들어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흙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토양에 생명이 깃 들게 하는 미생물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해 나갈 것이다.

 

미생물이 모습을 드러내다

 

화석에 의해 나이가 30억 년 이상이라 추정되는 미생물은 과학적 지식이 없던 시대에서도 술ㆍ발효식품ㆍ퇴비 제조와 같이 경험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러다가 미생물의 관찰 및 배양방법 등의 기술 개발과 더불어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산업이 금세기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서는 미생물이 어떠한 계기에 의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왜냐 하면 그 과정이 참으로 의외적이고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과 일치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이 현재도 우리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의 원리를 알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1) 느낌으로 알았던 미생물 


논두렁ㆍ밭두렁 사이에 심어놓은 콩 다 익으면, 콩 딴 후 뿌리 채 뽑아 던져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뿌리에 묻어있는 흙이 다른 집 텃 밭으로 갈 세라 탈탈 털어버린 후에 말이다. 흙만 털었지 콩 뿌리에 달려있는 혹은 보지도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보았더라도 무슨 흙 알갱이가 이렇게도 안 떨어지나 하고 발로 홱 밟아 보거나 손으로 으깨보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고대 로마시대 농학자라 할 수 있는 버질은 콩 뿌리에 달려 있는 혹이 질소를 고정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질소가 생명체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질소는 인산ㆍ칼리와 함께 3대 질소 비료원이라 하지 않은가. 뿌리에 혹이 달린 식물은 콩 이외에도 클로바ㆍ알팔파 등이 있는데 이들을 두과작물이라 한다. 두과 작물은 질소를 고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천연질소공급원이 된다. 

화학비료가 공급된 후로는 질소공급원인 이들 생물이 소홀하게 취급되었지만 최근 환경농업ㆍ유기농업 등이 부각되면서 그 중요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유럽 등에서는 유기농업을 할 때 반드시 두과작물로 윤작재배를 하여야 한다고 한다. 버질도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매우 기뻐할 것이다. 

그가 말했던 이야기가 다시 빛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조상들도 두과식물을 심으면 땅이 기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조상님 들이나 버질도 미생물을 눈으로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현미경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미생물에 대해 과학적인 연구를 할 수 없었고 단지 추정만 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미생물 관련 식품ㆍ자재 등은 느낌에 의해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미생물이 있는지도 몰랐겠지만. 이러한 느낌에 의해 전해오는 것을 오늘날 우리는 전통식품ㆍ자재라 하고, 손맛이 좋아야 음식 맛이 좋다는 느낌의 문화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과학을 하고 있다. 과학은 느낌이 아니라 눈으로 보게 하는 문명이 아닌가. 이제 느낌은 털어버리고 눈으로 확인하는 과학의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2) 현미경-그 위대한 발명 

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현미경이 17세기에 들어와 발명되었다. 


렌즈 가공을 취미로 가지고 있던 루벤호크(1632∼1723)는 작은 물체를 볼 수 있는 그림 1과 같은 도구를 만들었다. 루벤호크는 뾰쪽한 부분 위에 물방울을 올려놓고 둥근 홈에 넣어놓은 렌즈를 통해 보면서 앞뒤 그리고 아래에 달려있는 손잡이를 돌려가면서 초점을 맞추어 나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물방울 속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생물들이 헤엄치고 있지 않은가. 그가 물 속에서 수영하고 있다고 묘사한 미소동물(animacules)은 그야 말로 그에게는 신비였으며 경이였던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았어도 그의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겠지. 로버트 후크처럼. 세균과 같이 작은 미생물을 볼 수 있게 하는 현미경이 발명된 네덜란드 델프트시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세균의 직경은 약 1 마이크로 혹은 1/1000 밀리미터(㎜)이다. 이 길이는 엄지와 검지를 맞대고 누른 틈 사이의 길이와 비슷하다.

이렇게 작은 것을 볼 수 있게 한 루벤호크는 그 시대의 영웅이었으며 현재도 그의 업적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루벤호크가 누군지 압니까? 현미경을 발명하였으니까 매우 뛰어난 과학자라고 생각되겠지요. 놀랄 것입니다. 그는 과학 지식이 거의 없는 무역포목상이었으며 시청문지기를 시간제로 하는 사람이었으며, 렌즈가공은 하나의 취미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우리는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루벤호크는 영국왕립학회와 연락을 취하였는데, 이 협회의 일원이었던 로버트 후크(1635∼1703)가 관심을 갖고 루벤호크의 현미경 발명과 관찰한 원생동물ㆍ곰팡이ㆍ포자 그리고 식물 세포 등에 대한 보고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발명을 가로채기도 하는데 로버트 후크는 오히려 과학에 일자 무식한 루벤호크의 업적을 다듬어준 훌륭한 조력자였던 것이다. 로버트 후크는 과학자답게 이와 관련하여 세포(cell)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였다. 이 용어는 현대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로버트 후크는 1665년에 "마이크로그라피?quot;라는 미생물학 교재를 최초로 편찬하였다. 위대한 발명에 참으로 위대한 결과가 아닌가. 
루벤호크와 로버트 후크의 업적이 너무 뛰어나서 그런지 이들 이후 약 100년 동안 미생물학에 대한 발전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과 20세기 초반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3)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음식물을 끊이면 부패하지 않는다 

본래 화학자였던 파스퇴르(1822∼1895)는 미생물학을 연구하면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깊은 오늘날 생물학으로 눈을 돌리고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파스퇴르는 살균법을 발견하였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게 뭐 대단한 것인가 하고 웃고 지나칠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참으로 대단한 발견이었다. 왜냐하면 하나의 학설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파스퇴르는 그 당시까지 통용되고있던 자연발생설의 오류를 지적하였던 것이다.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자연발생설이란, 더러운 걸레에서 바퀴벌레가 저절로 생긴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파스퇴르는 그림 2의 백조 목처럼 생긴 유리용기를 만들고 둥근 부분 안에 고기즙을 넣고 고열로 끊여 길게 뻗은 관 안에 수증기가 냉각되어 물이 채워지도록 하였다. 이것은 밥지은 후 솥뚜껑 안에 맺힌 물방울과 같다. 유리관 아래 부분에 채워진 물은 외부의 공기와 둥근 용기 안의 고기즙의 접촉을 차단하는 방어막이 되어 둥근 플라스크 안에 들어있는 고기즙은 아무리 오랜 기간이 지나도 통조림처럼 부패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일반 그릇에 담겨있는 고기즙은 쉽게 상하는데 이 용기 안에 들어있는 고기즙이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기즙 자체에서는 어떠한 생명체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간 비위가 상하는 이야기지만 파리가 꼬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당시에는 고기즙에 파리가 있으면 고기즙이 파리를 만들었다는 지금으로서는 웃지 못할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파스퇴르가 개발한 플라스크 중 몇 개가 프랑스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에 남아 있는데 고기즙이 당시의 살균된 상태로 남아있다고 한다.

현재도 미생물 연구에 사용하는 영양배지나 기구는 고압증기로 살균하여 사용한다. 이밖에도 살균에는 가스살균ㆍ자외선살균ㆍ방사선살균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이 모두가 파스퇴르의 체계적인 실험결과를 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간단한 원리도 체계화할 때 그 가치가 얼마나 높아지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음 이야기 역시 일상적인 일도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현미경과 살균방법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미생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미생물을 순수하게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여 부패한 고기즙 속의 미생물을 혹은 토양 속에 있는 미생물을 하나 하나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여야 할 까? 

4) 우뭇가사리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19세기 중엽 독일에는 파스퇴르와 동시대 사람으로 그와 경쟁자였던 로버트 코흐(1843∼1910)가 있었다. 파스퇴르를 미생물 생리분야의 선구자라 하면 코흐는 미생물 배양기술분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당시 코흐는 미생물 분리와 순수배양방법개발로 미생물학에서 명성을 얻고있던 시골 의사였다.

그러나 코흐의 순수배양기술도 주부였던 안젤리나 헤세(1850∼1934)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생물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고체상태의 배지에 그림 3처럼 미생물의 군락이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군락이 형성되지 않고 물처럼 되면 미생물을 쉽게 다룰 수 없다. 다른 종류의 미생물과 뒤섞여 버리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감자나 젤라틴과 같은 것을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이들 물질은 쉽게 분해되어 물처럼 흐느적거려 실험하는데 매우 불편하였다.

안젤리나 헤세는 코흐의 연구협력자중의 한사람인 왈터 헤세의 아내였다. 안젤리나는 붉은 조류 추출물인 한천으로 젤리를 만들 줄 알았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음식으로 말하자면 묵을 만들었던 것이다. 한여름 시원한 콩국 안에 들어있는 하얀색의 한천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를 본 그녀의 남편 왈터 헤세는 이 물질을 이용하여 미생물을 배양하기로 결정하였다. 실험 결과는 현재의 미생물 실험과 같이 매우 우수하였다. 한천배지는 이렇게 하여 탄생되었고 코흐의 명성은 한천의 이용과 함께 높아가기 시작하였다. 붉은조류란 붉은 우뭇가사리로 우리나라 인근 해안에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근해에 서식하는 우뭇가사리로 만든 한천의 품질은 매우 우수하여 중동의 라마단 금식기간에 대용식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루벤호크나 안젤리나처럼 과학적 지식은 없지만 자기 일에 묵묵히 열심한 사람들에 의해 위대한 발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한천은 현재의 미생물 실험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천배지는 맨눈으로 볼 수 없던 미생물을 그림 3처럼 육안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중요한 발견이다. 이후 미생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식량확보는 예나 지금이나 인류의 중요한 문제점이다. 19세기 말 당시의 기술수준은 낙후하여 작물생산에 필요한 비료는 주로 두엄ㆍ퇴비ㆍ구아노와 같은 천연물질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확보는 시대적으로 매우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5) 질소고정균이 분리되고 바이러스가 확인되다. 


식량은 곧 질소자원 확보였기 때문에 화학비료가 부족한 시기였던 그 당시는 질소고정균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질소 없이는 어떠한 생물도 생육할 수 없는데, 질소고정균은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스스로 생육할 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소를 고정하는 미생물의 분리ㆍ이용은 시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질소고정균을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20세기 초기 바이저린크(1851∼1931)에 의해 이루어졌다. 바이저린크는 콩과 공생적으로 자라는 질소고정세균과 비공생적으로 자라는 호기성 질소고정세균을 최초로 분리ㆍ배양하였다. 이들 미생물은 뿌리혹 박테리아라고도 하는 근류균인 Rhizobium 과 질소세균인 Azotobacter이다. 현대도 질소고정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생물학적 질소고정 이는 환경보전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 말인가. 그는 또한 담배에 발생하는 모자이크 바이러스병이 세균보다 작은 치명적인 생물학적 인자에 의한다고 한 최초의 사람으로 바이러스란 말을 새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였다.

질소고정균과 같은 생물학적 기능을 최대로 활용한 환경농업,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치료 이 두 가지는 지금이나 앞으로도 끊임없이 인류의 주변을 맴도는 명제가 될 것이다. 굶주림과 질병으로부터 완전한 해방! 이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인가. 비료도 개발되고 그 당시 만연하고 있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도 발견되었으니. 

6) 항생물질 발견 - 득인가? 실인가? 

(1)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나 잘 모르는 항생물질, 지금은 부작용에 의해 온 인류가 전율하기도 하는 물질이지만, 영국사람 플레밍(1881∼1955)이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한 20세기 초 당시만 해도 그야말로 획기적인 신약이었다. 지금 우리가 신약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음을 메스컴을 통해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참으로 신비스러운 물질이었던 것이다.

포도상구균에 의한 폐렴과 같은 스타필로코커스 감염증을 치료하는 항생물질인 페니실린도 참으로 우연한 기회에 발견되었다. 플레밍의 포도상구균 실험과정에서 일부 평판배양접시가 공기 중에 노출되었다. 그러니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다른 종류의 미생물에 의해 실험접시가 오염되었던 것이다. 1928년 어느 날 플레밍은 그의 실험실에 오랫동안 방치되어있던 평판배양접시의 병원성 포도상구균인 스타필로코커스가 사멸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는 놀라운 생각을 가지고 실험을 계속한 후 병원성 포도상구균이 곰팡이인 페니실리움에 의해 사멸된다는 것을 발표하였다. 그는 이와 같은 현상이 페니실리움이 분비하는 항생물질 페니실린에 의한 것이라고 증명하였다. 이렇게 하여 최초의 항생물질이 플레밍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는 이 발견으로 기사 작위를 받고 1945년에는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한편 미국에서도 항생물질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2)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한 왁스만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간 왁스만(1888∼1973)은 그의 연구동료인 두보스과 함께 실 모양으로 생육하는 세균의 일종인 방선균을 분리하였다. 그들은 스트렙토마이세스라 불리는 이 방선균에서 플레밍이 페니실리움에서 발견한 것과 매우 유사한 항생제적 특질을 가지고 있는 스트렙토마이신이 분비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렇게 하여 각종 항생물질이 종류가 다른 미생물에서 분비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항생물질은 플레밍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지만 항생물질이라는 용어를 실질적으로 명명한 사람은 왁스만이다. 그는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함으로써 1952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이 물질이 명성을 갖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혼란기에 플로리와 채인이라는 영국의 두 과학자가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전쟁에 의해 약의 필요성과 수요가 증가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명성은 슬픈 전쟁의 산물인가?

항생물질이 발견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후 약 반세기 지난 오늘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항생물질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항생물질은 새로운 병원성 내성변이균을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최근에는 가장 강력한 항생물질인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가지고 있는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되고 있음을 우려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먹이사슬에 의해 약물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지역의 사람체내에서도 항생물질이 검출되고 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생태계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생태계는 지구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환경을 보다 섬세한 마음으로 다루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는가?

인류 역사는 20세기를 넘어 새천년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21세기를 맞게 되었다. 너무나 급속히 변하는 과학문명에 때론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시간의 흐름은 항상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무리를 지어 볼까 한다. 

7) 21세기-이 시대는

미생물에 관한 기술 발전이 어떠한 계기에 의해 단계적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도약은 루벤호크가 최초로 현미경을 발견하였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코흐가 우뭇가사리를 이용한 한천 순수배양기술을 개발한 시기이다. 여기서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가스크로마토그라피와 같은 물질 분석기기가 발명된 20세기 후반기도 하나의 도약단계이다. 물질 분석기기에 의해 미생물의 활성을 보다 정밀하게 검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생물이 생산하는 각종 산물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미생물의 발달은 새로운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진행되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생물산업은 모든 과학기술이 활용되는 종합과학이요 생명공학이라고 하지 않는가.

21세기 들어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분자생물기술을 이용한 도약단계이다. 이 기술은 미생물의 유전학적 특질을 근간으로 하여,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미생물의 개발과 살아있는 생물간의 상호관계를 찾는데 있다. 예로서 질소를 고정하는 벼를 들 수 있지 않을 까? 비료를 줄 필요가 없겠지요.

지금까지 미생물이 인류와 함께 걸어온 역사적 계기와 그와 관련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미생물에 대한 과거의 기술원리가 현재도 널리 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것에서 중요한 발견이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고 전문가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각분야에서 각각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하나뿐인 지구가 그릇된 과학에 신음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에 신음하고 있는가. 신기술 개발만이 과학이 아니다. 잘못된 기술을 고치고 견제하는 것도 과학인 것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다음 회부터는 미생물 취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알기 쉽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미생물은 무얼먹고 사는가

 

왜 이번 이야기는 처음부터 먹는 것으로 시작하여 아직도 먹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모든 생물은 먹어야 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라는 고급스럽지 못한 비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우리는 지구라는 생태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철학적이든, 인류학적이든, 정치 경제학적이든 먹이사슬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연자원의 자연스러운 공유를 누려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1) 먹이사슬을 생각하면서


그렇다면 먹이사슬이란 과연 무엇인가? "자연은 살아있다"라든 가 하는 다큐멘터리를 들어가며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너무나 잘 아는 단어가 아닌가? 그렇다고 풀을 뜯어먹으며 뛰어다니던 사슴을 잡아먹던 사자가 쓰러지자, 하늘을 날던 대머리 독수리가 나타나고, 뒤이어 하이에나가 와서 싹쓸이 해버리는 그러한 내용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물 속의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송사리나 피라미를 삼킨 물고기가 하늘을 날던 물수리에 낚아채이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다고 채소도 먹고, 물고기도 먹고, 육고기도 먹고, 때로는 몸에 좋다면 모종의 것도 마다 않고 먹어치우는 인간에 대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 같지 않은 속담처럼, 우리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려야 비로소 들어주는 속성이 있다. 그 많던 고래와 코끼리가 기름을 얻고자 상아를 얻고자하는 탐욕에 눈에 안보이게 수가 줄어들자, "동물을 보호하자!"고 "생태계를 보호하자!"고 외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고래도 코끼리도, 예를 들어, 새우가 없거나 풀이 없으면 어찌 살 것이며 어떻게 보호 할 것인가. 그러므로 우리는 "새우를 살리자!", "풀을 살리자!" 하고 먼저 외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새우와 풀은 무엇을 먹고사는가? 새우는 유기물 찌꺼기를 먹는다고 하지만, 식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바다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우리의 주관심사가 토양인 만큼 먼저 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동물은 음식을 입으로 먹지만 풀과 같은 식물은 잎과 뿌리 그리고 종류에 따라서는 줄기에서도 에너지를 취한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물과 무기영양분을 흡수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햇빛에너지를 이용하여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당과 같은 탄수화물로 동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미생물도 이산화탄소나 질소를 스스로 고정하기도 하지만, 물질의 골격을 형성하는 탄소는 모든 생물의 필수 구성원소이기 때문에 식물이 생산하는 탄수화물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체상태의 이산화탄소를 당과 같은 저장산물로 만드는 식물은 미생물을 포함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생물에게 매력 만점인 상대가 되는 것이다.

식물은 궁극적으로 일부는 동물에 의해 먹혀 동물체의 구성성분이 되고 다른 일부는 고사하게 된다. 동물에 먹힌 것도 동물의 배설물 혹은 생을 다한 동물에 의해 자연으로 복귀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고사된 식물, 동물의 배설물, 생을 다한 동물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흙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탄소와 질소화합물은 부분적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이산화탄소와 질소가 되어 대기로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들 동식물체가 흙과 대기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토양에 서식하는 미생물인 것이다. 다시 말하여 미생물은 식물, 동물 그리고 다른 미생물까지도 분해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생물의 식성을 억지로 따진다면 완전 잡식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생물을 보다 세분하여 들어가면, 고사된 식물체를 좋아하는 부생성 미생물, 살아있는 식물체를 좋아하는 식물병원성 미생물, 식물과 공생하는 공생균, 인축의 병을 일으키는 동물병원성 미생물, 동물 장내에 공생하는 유산균류, 식물을 발효하여 유용한 식품을 생산하는 발효균등으로 미생물의 작용대상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한꺼번에 몰아서 비록 미생물이라 부르고 있지만, <그림>과 같은 미생물은 종류별로 각기 특이한 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때로 우리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단세포적인 생각이라 하는 바와 같이, 미생물은 좋아하는 먹이를 단세포적으로 무차별 공격한다는 것이다. 특히 병원성 미생물은 대상 기주 동식물의 면역체계가 약화된 시기를 노려 침투하는 주도 면밀함을 가지고 있는 전략가이기도 하다. 또한 미생물은 집중적인 공격을 피하는 변신의 명수이기도 하여, 고농도의 항생물질의 공격도 무위로 돌려버리기도 한다. 물론 일부 미생물은 동물이나 식물과 공생하며 서로의 삶을 도와주기도 하여, 미생물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고 비하할 수 도 있겠지만, 미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생존을 위해 형성되어온 당연한 유전적 특질 일 뿐이다.

먹이사슬에서의 미생물의 위치는, 식물체를 분해하여 생육하는 미생물을 섬모충과 같은 원생동물이 먹고 원생동물은 톡토기와 같은 미소동물이 그리고 미소동물은 지렁이가 먹고 지렁이는 새에 먹히는 기본적인 틀에 속하지만, 미생물은 최상위에 있는 동물도 분해하여 먹이로 취한다는 면에서는 오히려 최상위 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미생물은 먹이사슬에서 전방위적으로 작용하는 슈퍼생물인 것이다. 

2) 미생물은 어떻게 먹이를 취하는가 ? 

그런데 미생물은 최고의 미식가로서 입맛이 매우 까다로워 먹이를 편식하는 특성이 있으며, 음식을 먹기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미생물의 역할을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먹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물질 분해작용을 떠나, 새로운 물질을 생성한다는 측면에서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성된 모든 물질도 정상적인 생태계에서는 다른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무기원소로 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물질순환의 관점에서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분비하는 미생물에 정복당하는 생물은 병들어 죽게 되고, 이를 극복하는 생물은 새로운 면역체를 형성하여 보다 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계의 질서란 도전과 응전, 순응과 극복이라는 역사의 반복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게 지구의 생태계를 조절하고 가꾸어 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을 씹어 삼킬 수 없는 미생물은 어떻게 양분을 섭취할 까. 이빨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는 미생물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태생이 다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태생이 다르더라도 살기 위해서는 먹이를 섭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도 저도 없는 미생물은 어떻게 할까. 우리주변에 흔히 볼수 있는 곰팡이를 생각해보자. 그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현미경을 이용해야 하겠지만, 우선 느낄 수 있는 것은 솜털처럼 부드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비록 이것을 균사라 부르지만, 느낌으로 말하자면 스폰지처럼 폭신폭신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폰지를 물속에 담가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스폰지 속으로 물이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모래와 자갈이 들어있는 흙탕물이라 할 때 스폰지에 스며드는 것은 무엇인가. 모래와 자갈은 그대로 있고 뿌연 물만 스며들지 않은가. 바로 그렇다. 미생물의 세포를 스폰지라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스폰지에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큰 덩어리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라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미생물은 이도 톱도 없는데 어찌 할 것인가?

톱 찾아 일하려 창고에 들어가다 향기롭지 못한 냄새에 두리번거리니, 미처 처분하지 못한 작년 걷이 감자가 썩고 있지 않은가. "흥! 병들었어, 갖다 버려야겠구먼" 하면서 들어올리니 가마니 아래에 썩은 물이 흥건히 고여있지 않은가. "썩기도 왕창 썩었구먼, 오늘 하루 해 반갑지 않은 일로 저물겠어" 그렇다면 왜 썩었을 까. "그야 미생물에 오염되었기 때문이지" 라고 쉽게 이야기 할 것이다. 미생물이 할 일 없어 감자를 썩였을 까. 아니다. 미생물도 먹고살기 위해서 무언가의 작용을 하였던 것이다. 이가 없어 씹지 못하니, 녹여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녹였을 까.

사람은 때때로 과식하게 되어 배가 더부룩하게 되면 소화제를 찾고, 세탁기에 사용되는 어떤 세제는 묵은 때까지 빼주는 바이오 제품이라고 자랑한다. 소화제와 바이오 세제의 사용목적은 무엇인가? 음식과 때를 녹여 없애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녹여 없애는데 사용하는 물질이 효소인 것이다. 미생물도 바로 이렇게 녹여 없앨 수 있는 물질인 효소를 가지고 먹이를 분해하고 섭취하며 다른 물질로 바꾸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세포막은 물질을 차별적으로 투과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 뜻은 세포막이 선택적으로 물질을 흡수하거나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생물은 전형적으로 거대 한 분자를 흡수하지 못하므로 큰 덩어리가 미생물에 이용되기 위해서는 미리 세포 밖에서 해체되어야 한다. 이는 세포바깥에 있는 효소들의 작용에 의해 미리 분해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음식이 부패되거나 유기물이 부숙되는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3) 미생물에 필요한 양분은 무엇인가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한 것처럼 미생물도 먹어야 살고, 또한 미생물이 무엇을 이용하는 가에 따라 인류 편에서 유용한 미생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여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먹거리 즉 필요한 영양분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우리는 「탄소」 및 에너지원에 의해 미생물은 물론 모든 살아있는 사물을 특징지을 수 있다. 즉 빛을 사용하여 광합성 작용에서 에너지를 얻는 미생물을 광합성미생물이라 하며, 화학물질의 산화환원작용에서 에너지를 얻는 미생물을 화학합성미생물이라 한다. 한편 생체를 이루는 모든 물질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탄소를 이산화탄소 혹은 중탄산염과 같은 무기태에서 얻는 것을 독립영양미생물, 포도당과 같은 유기탄소로부터 얻는 것을 종속영양미생물이라 한다. 종속영양 미생물 중 사멸하였거나 사멸해 가는 유기물로부터 탄소와 에너지를 취하는 것을 부생성 미생물이라 하기도 한다. 퇴비 만들 때 관여하는 미생물을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디에 속할 까? 사람은 빛을 이용할 수도 없고 식량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을 소화하여 탄소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화학합성종속영양생물이라 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질소」에는 화학질소비료의 구성성분인 질산 및 암모니움 같은 무기태 질소와 단백질 및 아미노산과 같은 물질에 들어있는 유기태질소가 있다. 무기태 질소는 그대로 흡수할 수 있지만 유기태 질소는 고기와 같은 단백질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효소의 작용에 의해 먼저 분해되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고기가 썩게 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암모니아와 같은 냄새에 의해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생물은 암모니아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흡수된 암모니아태 질소는 글루타민산과 같은 아미노산 합성에 곧바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에는 핵산과 같은 유기태 인과 인광석과 같은 무기태 인이 있다. 그러나 미생물은 화합물 상태의 인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인을 함유한 물질은 인산과 같은 가용성 무기이온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인은 DNA와 RNA와 같은 핵산의 구성성분이며, 에너지 저장물질인 ATP 구성물질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생물 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은 반드시 인을 흡수하여야 한다.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황」에는 단백질 및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태 황과 황산염과 같은 무기태 황이 있다. 황은 메티오닌과 시스테인 같은 필수 아미노산의 구성성분이다.

칼슘, 마그네슘, 칼륨과 같은 「양이온」은 Ca2+, Mg2+ 그리고 K+의 이온 형태로 흡수된다. 다시 말하여 염화가리 비료인 KCl이 물에 녹으면 칼륨(K+)과 염소(Cl-))가 되는 데 이때 K+와 같은 것을 양이온이라 한다. 석회나 고토비료가 녹으면 각각 칼슘(Ca2+)과 마그네슘(Mg2+)이 생기는데 이 역시 미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다. 「미량원소」란 적은 량만이 미생물에 요구되는 물질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이들 원소는 효소작용 등에 있어 필수적인 물질이다. 예를 들어 철은 전자전달과정에서, 망간은 광합성에서, 아연은 DNA 중합효소에, 구리는 환원효소에, 코발트는 질소고정효소에 필수적이다. 몰리브덴은 질소고정효소와 질산환원효소에, 니켈은 요소가수분해효소에, 바나디움은 질소고정작용의 몰리브덴 대신 사용되고, 나트리움은 몇몇 해양미생물에, 셀레니움과 텅스텐은 일부 메탄생성미생물에, 규소는 규조류와 같은 미세조류에 필요한 물질이다.

사람도 비타민이 결핍되면 부작용이 일어나듯이 일부 미생물도 외부로부터 어떤 물질을 공급받지 못하면 생육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렇게 생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물질을 「생육인자」라 한다. 다시 말하여 생육인자란 미생물생육에 필수적이나 스스로 합성할 수 없는 물질을 말한다. 생육인자에는 비타민, 아미노산 등이 있다. 이와 같이 하나 이상의 생육인자를 요구하는 미생물을 영양요구체(옥서트로프, auxotroph)라 한다. 인간을 영양요구체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인간에 필요한 모든 비타민과 생육인자를 인간체내에서 스스로 합성할 수 없어 음식을 반드시 섭취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물은 영양요구체가 아니다. 왜냐하면 식물은 필요로 하는 모든 생육인자를 합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아미노산이나 비타민이 함유되어있는 과일 등의 식물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생물간의 필요 불가결한 법칙에 의해 먹이 사슬이 형성되므로, 만약 하나의 먹이가 되는 생물이 소멸되면 그에 종속되어있는 다른 생명체도 역사의 뒤안길로 함께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4) 미생물도 숨을 쉬는가? 

지금까지 미생물의 먹거리에 대해 숨가쁘게 이야기 해 왔다. 이제 좀 쉬어 갈 때가 된 것 같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호연지기를 배우기 위해 등산을 자주 한다. 뒷동산을 단숨에 오를 때가 있는 가하면, 구불구불ㆍ오르락ㆍ내리락 높은 산을 하염없이 걷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숨을 고르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하고 있다. 가다 쉬어 가는 사람, 가면서 쉬어 가는 사람, 쉬었다 가는 사람. 나는 어디에 속하는 가? 나는 이렇게 권유한다. 평탄한 산등성이에서는 걸어가면서 쉬고, 내리막길에서는 오르는 것을 대비하여 에너지를 보충하고, 오르막길에서는 지금껏 쉬면서 보충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쉼 없이 오르라고. 이렇게 하면, 걸어가는 내가... 현재의 나 자신이 아닌 것 같고, 생각하려고 생각한 세상사가 생각없이 사라져 버리고, 오로지 정해놓은 종점을 향해 두 다리만 무념ㆍ무상ㆍ무소유의 심정으로 내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숨은 끊임없이 쉬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미생물도 숨을 쉬는 가? 효모를 당과 영양염류가 들어있는 용액에 넣고 몇 일간 배양하면, 처음에는 맑았던 내용물이 점차 탁해지고 기포가 발생하게 된다. 냄새가 없었던 용액은 알코올 냄새를 풍기게된다. 용액은 점점 탁해지고, 알코올 및 가스 발생량이 증가한다. 이것은 효모가 대사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효모는 보다 많은 세포를 만들기 위해 포도당과 영양염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배지는 늘어난 균체에 의해 점점 탁해지고, 포도당은 효모에 의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전환되는데, 이렇게 생성된 알코올은 피곤한 몸을 풀어주는 또는 쓸쓸한 마음 달래주는 위안주라 하면서 유혹하는 바로 그 술이 아닌가. 이렇게 포도당에서 알코올이 만들어지고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작용을 발효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미생물이 숨을 내쉴 때 생긴 것인가? 물론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발생되지만 동물이 들이 내쉬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와는 성질이 다르다. 여기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는 효모의 먹이로 가해진 포도당이 분해되어 생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포도당의 분해 산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발효의 최종적인 결론은 무엇인가? 그것은 고에너지 함유 물질로 인이 들어있는 ATP가 생성되고, 알코올 및 유기산 등과 같은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발효작용이란 술을 빚고 식초를 만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생물은 산소가 필요 없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속칭 호기성 이라 부르는 미생물은 산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같이 산소의 필요성에 따라 미생물은 산소를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편성(절대)호기성균, 산소가 불필요하며 독성이 되는 편성(절대)혐기성균, 산소가 요구되지만 어느 정도 낮은 농도에서는 독성이 되는 미호기성균, 산소를 선호하지만 대체물질도 이용할 수 있는 통성 혐기성균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편성이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통성이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환경에 자유롭게 적응하여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산소는 일부 미생물에 독성인가? 산소는 강력한 산화제다. 그래서 미생물이 에너지를 얻고자 물질을 분해하는 동안 미생물 세포 안에 생기는 전자는 산소에 붙잡히게 된다. 전자를 얻게된 산소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 즉 "활성 산소"가 되는 것이다. 활성산소는 빨리 안정한 형태로 돌아가고자 유전물질을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을 산화하기 시작한다. 이때 산화된 유전물질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미생물은 산소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균도 활성산소나 과산화수소와 같은 중간 독성물질을 방어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호기성 미생물은 이들 화합물을 어떻게 제거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호기성 미생물은 카탈라제와 같은 효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체를 보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효소는 먹이를 섭취할 수 있도록 분해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유독한 물질을 순화시키는 작용도 하는 생체 필수 구성체인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혐기성균에는 활성산소를 처리하는 효소가 없어 산소대신에 질산 혹은 철과 같은 다른 무기이온을 이용한다.

미생물이 숨을 쉰다는 것은 동물처럼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세포 안에서 물질이 분해될 때 방출되는 전자를 미생물이 어떻게 처리하는 가를 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산소를 이용하여 전자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을 호기성 미생물이라 하고, 산소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을 혐기성 미생물이라고 기억하면 되겠다. 이러한 미생물의 다양한 특성 때문에 지구 생태계 모든 지역에 미생물이 서식하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과 더불어

미생물의 먹거리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소화하고, 숨은 어떻게 쉬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들 모든 작용이 다른 생물의 기능과 유사하지만, 미생물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점은 동식물이 이용할 수 없는 물질을 분해할 줄 알고 다양한 물질을 합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생물은 분해자이면서 생산자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관계가 작용대상에 따라 병원성, 기생성, 공생관계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위적인 도식관계를 떠나 자연계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각각의 고유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생물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환경과 더불어 형성되어 온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른 결과가 아니겠는가.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미생물은 우리와 가까이 할 수 없는 별종이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란 것을 알았을 것이다. 비록 일부 미생물이 우리를 아프게도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미생물은 다양한 약과 먹거리를 제공하며, 또한 우리를 대신하여 생태계를 말끔히 정돈해주지 않은가. 오늘만이라도 좋은 누룩으로 빚은 잘 익은 농주(農酒) 한 사발에 시(詩) 한 수 읊고자 하는 마음이 우러나도록 하였으면 어떨까!

 

  토양 미생물의 종류를 알아보자

 

먼저 토양 생물이란 토양 안에서 생애의 일부 혹은 전부를 보내는 생명체를 말한다. 한 줌의 토양 안에는 대부분의 생물을 대표할 수 있는 수 십억의 생명체가 들어있는데, 토양 생물은 <표>처럼 동물과 식물로 구분할 수 있다. 

토양 동물군은 크기에 의해 대형동물군, 중형동물군, 그리고 미소동물군으로 분류한다. 물론 크기 외에도 식성과 생태학적 기능에 의해서 분류되지만, 크기에 의한 것이 기본이 되고 있다. 단어 의미상 대형하면 커다란 몸집이 연상되지만 여기서는 토양 안에 서식하는 생물을 의미하기 때문에 코끼리처럼 큰 동물이 아님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표> 토양생물의 간략한 분류 

동물 

대형동물군 
생쥐, 다람쥐, 개미, 거미, 노래기, 쥐며느리, 지렁이, 달팽이, 두더지, 뱀, 갑충, 개미, 지네 

중형동물군 
진드기, 톡토기 

미소동물군 
선형동물문 : 선충류 
원생동물문 : 아메바, 섬모충 

식물 

대형식물군 
식물 뿌리, 이끼 

미소식물군 
독립영양생물 : 녹조류, 규조류, 황녹조류 
종속영양생물 ; 사상균(효모, 곰팡이, 버섯),방선균 

독립 혹은 종속영양생물: 세균, 남조류

* 종속영양생물 탄소와 에너지를 유기화합물에 의존하지만, 독립영양생물은 탄소는 주로 이산화탄소에서
에너지는 광합성 혹은 산화작용에 의해서 취함

대형동물군은 폭이 2㎜보다 큰 것이고, 중형동물군은 0.2 에서 2㎜인 것, 그리고 미소동물군은 0.2㎜보다 작은 것이다. 대형동물군에는 두더지, 지렁이, 노래기가 있고, 중형동물군에는 톡토기와 진드기, 미소동물군에는 선충과 단세포 생물인 원생동물이 있다. 동물군의 작용은 세가지 방법에 의해 미소식물군(microflora)의 활성을 높인다. 

첫째는 식물잔사를 조각 내거나 나뭇잎의 저항성 왁스 층을 파괴하여 세포내용물이 미생물에 의해 쉽게 이용될 수 있게 하며, 

둘째로는 삼킨 식물 잔사가 동물의 소화기관 안에서 미생물과 혼합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동물의 배변작용 등에 의해 미생물이 이곳 저곳으로 옮겨져 분해할 새로운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토양 식물군에는 고등 식물의 뿌리는 물론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조그마한 미세조류와 미생물이 있다. 미소식물군에 속하는 미생물에는 사상균, 세균, 그리고 방선균이 있는 데 이들은 수, 양 그리고 대사 활성에서 다른 어느 생물보다 우세하다. 이와 같이 토양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지만, 토양활성에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미소동물군과 미소식물군이므로 이들 생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미소동물군 

(1) 선충 

토양 선충은 투명하고 폭이 0.05㎜ 길이가 2㎜로 작아서 현미경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관찰할 수 없다. 자유생활형 선충은 토양의 10㎝ 상부에서 대부분이 발견되고 있다. 원생동물 다음으로 토양에 가장 많은 개체수를 유지하여, 보통 1㎡당 백만 마리 이상이 존재한다. 선충은 약 10,000종이 있지만, 토양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1,000종에 불과하며 먹이종류와 섭취습관에 의해 병원성, 초식성, 식균성, 잡식성 및 육식성의 5 종으로 분류한다.

선충 군락은 산도가 중성이고 유기물이 풍부한 환경에 가장 많지만 환경에 크게 제한을 받지 않으며, 대체로 선충 밀도는 식물 뿌리 근처에서 가장 높다. 이들 선충은 뿌리주변에 서식하는 근권 미생물을 포식하거나 고등식물과 동물에 기생하기도 하여 포도넝쿨의 혹과 콩의 낭종 형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밖에도 토마토와 담배와 같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식물에 혹을 유발하는 많은 종류의 선충이 있다. 이러한 식물기생 선충은 숙주식물이 재배되는 동안에는 증가하고 식물이 추수된 후에는 감소한다.

자유생활형 선충은 미생물, 다른 종류의 선충, 담륜충 혹은 원생동물을 섭취한다. 선충은 1 분당 5,000개의 세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미생물 군락의 조절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한편 Arthrobotrys와 같은 사상균은 선충을 먹이로 한다. 이러한 사상균의 작용을 병원성 선충을 제거하는 생물학적 방제방법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2) 원생동물

원생동물이란 하나의 세포핵과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는 단세포 동물로 토양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무척추동물이다. 크기는 10㎛에서 100㎛이르며 30,000종 이상이 있다. 원생동물은 세균과 조류를 먹이로 한다. 토양의 원생동물수는 일반적으로 만에서 십만에 이르지만 개체수는 매일 변한다. 토양에는 편모충류가 가장 많다. 원생동물은 유기물이 풍부하고, 통기성이 좋고, 산도가 6에서 8사이일 때 잘 자란다. 원생동물은 전형적으로 중온성이다. 원생동물은 용해된 무기물이나 유기물을 먹고사는 부생성 혹은 세포막으로 둘러싸 봉하는 방법으로 먹이를 소화하는 식이성 생물이다. 원생동물은 움직이는 방법에 의해 4가지로 분류된다. 

편모상 원생동물은 토양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종으로 크기는 5㎛에서 10㎛에 이르며,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편모를 가지고 있다. 편모는 원생동물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채찍 모양의 조직이다. 예로서 편모충인 트리파노소마 Trypanosoma는 동물의 혈액내에 기생하는 아프리카 수면병의 원인균이 되고 있다. 광합성 원생동물인 유글레나도 편모상 원생동물이다.

아메바상 원생동물은 위족(僞足)을 이용하여 움직인다. 일부 아메바상 원생동물은 외골격을 가지고 있다. 외골격을 가지고 있는 종류는 외골격에 있는 구멍을 통하여 위족을 뻗어낸다. 아메바는 직경이 600㎛에 이르지만, 토양에 있는 것은 10㎛ 정도이다. Entamoeba는 아메바성 이질을 일으키는 중요한 수인성 병원균이기도 하다.

섬모상 원생동물은 체외에 섬모를 가지고 있다. 섬모는 짧은 머리털모양의 부속기관이다. 섬모는 동시에 맥동하여 섬모충이 물피막을 통하여 움직이거나 먹이를 세포나 세포원형질 안으로 삼킨다. 섬모충에는 짚신벌레인 Paramecium을 예로 들 수 있으며, 크기는 일반적으로 20㎛∼30㎛범위이다.

아포상 원생동물은 완전 기생생물로 모기에 의해 옮겨지는 말라리아 원충인 Plasmodium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2) 미소식물군 

(1) 토양 조류

조류는 산소를 방출하는 광합성 생물이다. 조류에는 길이가 40m에 이르는 켈프와 같은 해조류로부터 토양에 살고있는 현미경적 종까지 다양하며, 지구상에 매우 널리 분포하고있는 식물이다. 조류의 개체수는 토양 1g당 103∼109로 원생동물보다는 많지만 세균과 같은 원핵생물보다는 적다.

지질시대 동안에 조류는 지구상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유기물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통하여 대기를 산소가 풍부한 상태로 만들었다. 조류는 물과 빛이 있는 토양 위층에서 발견되지만, 사암이나 석회암의 표면 껍질 바로 아래에서도 서식하고 있다.

조류는 토양 종류에 따라 다르게 분포한다. 온대지역 토양에서의 개체수는 녹조류가 가장 많으며, 그 다음으로는 규조류, 황녹조류 순이다. 녹조류는 산성토양에 많고 규조류는 중성토양에서 가장 잘 자란다. 온도도 조류 서식상을 조절하는 요인이다. 일부 호냉성 조류는 2℃의 온도에서도 생육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조류는 겨울에 활성이 낮아진다. 조류는 고산 지역의 눈을 핑크색으로 바꾸기도 하며, 고등식물이 살기 어려운 사막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생태학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녹조류인 클라미도모나스는 탄수화물을 분비하여 입단화를 촉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토양개량에 사용되기도 한다. 조류는 사상균과 결합하여 이끼라 불리는 복합생물을 형성한다. 이끼는 유기산을 분비하여 규산염을 생물학적으로 풍화하기도 한다. 조류는 세포 밖으로 Na+이온을 방출하고 세포 내로 K+이온을 흡수하여 높은 염농도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그래서 염류가 집적된 토양에 조류가 많이 서식하게 된다.

조류는 광합성작용에 의해 스스로 탄수화물을 합성하므로 질소, 인산, 칼리와 같은 영양원이 조류생육 증가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질소와 인산과 같은 필수 영양원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곳에서 녹조나 적조현상이 발생한다. 조류는 원생동물, 선충, 진드기, 그리고 지렁이에게 먹히므로 살균제와 살충제를 과다하게 시용하면 조류를 먹이로 하는 곤충과 미소동물이 사멸되기 때문에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조류부화를 일으킨다. 조류는 녹조류, 규조류, 그리고 황녹조류 등으로 분류된다.

녹조류는 엽록소 a와 b를 함유하며 알긴산과 같은 다당류로 구성된 세포벽을 가지고 있다. 녹조류는 단세포의 콜로니를 형성하거나 혹은 실에 꿴 염주처럼 긴 실모양의 세포를 형성한다. 녹조류는 대부분의 고등식물처럼 녹말로서 광합성 산물을 저장한다는 점이 다른 조류와 구별된다.

규조류는 클로로필, 카로틴, 그리고 크산토필과 같은 광합성색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갈색을 띤다. 규조류는 분해에 내성이 있는 실리카와 펙틴질의 외골격을 가지고 있다. 규조류가 사멸하면 세포벽은 비교적 원형 그대로 남는데, 시간과 더불어 모여 쌓이게 된 것을 규조토라 한다. 규소로 이루어진 규조류의 세포벽은 곤충의 외골격보다 강하여, 규조토 사이를 곤충이 지나가게 되면 규조류의 세포벽에 의해 곤충의 외골격이 찢어져 곤충이 사멸하게 된다. 규조토의 이러한 특성을 살충에 이용하기도 한다.

황녹조류는 크산토필, 카로틴과 클로로필을 함유한다. 이것들의 일부는 규산질 세포벽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주로 펙틴질의 세포벽을 이루고 있다. 황녹조류는 필라멘트를 형성하는 단세포로서 발견된다. 황녹조류는 기름상태로 광합성 산물을 저장한다. 

(2) 토양 사상균

토양사상균은 매우 다양한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양으로부터 약170여 속에 해당하는 수만종의 사상균이 분리동정되고 있다. 사상균의 수는 세균보다 적지만, 상대적으로 큰 크기는 생물체량과 대사활성에 있어 다른 생물보다 높다. 사상균의 생물체량은 토양 표토 15㎝를 기준으로 1,000∼5000㎏/㏊에 이른다. 사상균은 효모, 곰팡이 및 버섯등 세 개의 그룹으로 나뉘지만, 편의상 버섯과 효모를 제외하고 사상균이라 부르기로 한다. 단세포 생물인 효모는 주로 담수된 혐기성 토양에 서식한다. 효모는 빵을, 와인과 맥주에서는 당을 알코올로 발효시킨다. 효모에는 사카로마이세스 Saccharomyces와 같은 속이 있다. 버섯은 수분과 유기물의 잔사가 충분한 산림이나 초지에 서식한다. 버섯의 지상부인 자실체는 전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버섯은 목질 조직의 분해와 식물 뿌리와의 공생적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상균은 균사라 불리는 가느다란 실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들 균사는 직경이 3에서 8㎛이다. 균사는 모여서 균사체를 형성한다. 사상균은 산성, 중성 혹은 알카리성 토양에서 널리 발견된다. 일부는 산성조건을 선호한다. 이와 같은 특징에 의해 사상균은 산성 토양을 지배하는 미소식물군이 되고 있다. 사상균은 대부분이 중온성이지만, 생육온도는 6℃에서 50℃사이에 이른다. 이와 같이 저온에도 내성이 있어 낮은 산도에 저항성인 사상균은 산성 산림토양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통기성이 좋은 토양에는 사상균의 생물체량이 가장 많다. 토양 1g당 사상성 콜로니형성체는 2x104에서 1×106이다. 토양에는 많은 속의 사상균이 발견되고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종은 Penicillium, Mucor, Fusarium 그리고 Aspergillus 등 4가지이다. Aspergillus는 콩간장과 같은 발효산물을 만드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사상균은 유기물 분해에 있어 일차적으로 작용한다. 사상균은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펙틴, 전분 그리고 리그닌과 같은 복합 분자를 분해한다. 사상균은 많은 량의 미생물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양분저장고라 할 수 있다. 

<균근균>

토양 사상균의 생태학적 그리고 경제적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사상균과 고등식물 뿌리간에 이로운 공생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군집은 사상균 뿌리라는 뜻을 가진 균근균 Mycorrhizae이라 불린다. 균근균은 병원성 사상균이 감염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균사가 식물 뿌리를 침입하면서 형성된다. 자연생태계의 많은 식물은 균근균과 상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균근균은 식물과 짝을 이룸으로써 생존에 필수적인 이점을 얻는다. 유기물 분해와 관련된 다른 종속영양생물과 경합하는 대신에, 균근균은 당을 직접 식물의 뿌리 세포로부터 얻는다. 식물 쪽에서는 5∼10%정도의 광합성산물의 손실을 의미하지만, 식물도 균근균으로 부터 중요한 이점을 받는다.

균근균 균사는 감염된 뿌리로부터 5∼15㎝까지 자라 식물의 뿌리 털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 이른다. 이러한 근권 확장은 균근균에 감염되지 않은 식물 근권보다 약 10배 이상의 양수분 흡수 효율을 갖게 한다. 즉 균근균은 인, 유효도가 낮은 양분과 토양용액에 저농도로 존재하는 양분을 식물이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또한 균근균은 과도한 양의 염과 독성 금속이온의 흡수를 억제해주며, 항생물질 생성 및 뿌리 표피 변환작용을 촉진하여 식물이 병원균과 경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의 균근균에는 외생균근균과 내생균근균이있다.

외생균근균은 온대 혹은 반건조 지역의 소나무,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참나무, 가문비나무와 전나무와 같은 나무 및 관목과 군집을 이루고 있다. 이들 사상균은 뿌리 분비물에 의해 자극되며, 사상균 막으로 숙주 뿌리의 표면을 뒤덮는다. 균사는 뿌리를 침입하여 피층의 세포 주변의 자유 공간에서 증식하지만 피층세포벽을 침입하지는 않기 때문에 외생이라 한다. 외생균근균에 감염된 뿌리는 독특한 Y자 모양의 하얀 지근을 형성한다. 많은 외생균근균은 임의 공생자이므로 인공 배지에서 많은 양을 배양할 수 있어 나무 유묘에 접종원으로 널리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외생균근균은 바람에 의해 쉽게 날리기 때문에 비록 일부 지역에 인공적으로 접종하였다 하여도 1∼2년 사이에 인근 지역에 퍼지게 되므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접종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 




내생균근균으로 중요한 것은 vesicular arbuscular mycorrhize(VAM)이라 불리는 종이다. VAM이 형성되면 균사는 피층 뿌리세포 벽을 뚫고 들어가, 식물 세포안에서 고도로 분화된 나뭇가지 모양의 구조인 수지상체를 형성한다. 이들 구조는 토양 양분을 숙주 식물에 전달하고 식물로부터는 당과 같은 광합성 산물을 받는 역할을 한다. 낭상체라 불리는 구조도 형성되는데 이 구조는 균근균에 있어 저장 조직의 역할을 한다.

내생균근균은 가장 보편적이며 널리 퍼져 있는 그룹이다. 열대 지역에서 극지방에 이르기까지 거의 100여종의 균근균이 이러한 형태를 이룬다. 옥수수, 목화, 밀, 감자, 콩, 알팔파, 사탕수수, 카사바, 육도와 같은 대부분의 곡물작물, 거의 모든 채소작물, 그리고 사과, 포도, 귤나무와 같은 나무도 내생균근균을 형성한다. 단풍나무와 아메리카 삼나무, 카카오, 커피와 고무나무 역시 내생균근균을 형성한다. 내생균근균을 형성하지 않는 작물에는 양배추, 겨자, 브로콜리, 사탕무, 근대 및 시금치와 같은 종류가 있다.

내생균근균에 의한 양분 흡수 효과는 척박하거나 비료의 투입이 제한된 곳에서 높다. 경운은 내생균근균의 균사망을 교란하기 때문에 최소 경운이 내생균근균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피복작물과 작물 윤환도 내생균근균의 효과를 높인다. 대부분의 토양환경에는 자연적인 감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효균근균의 접종에 의한 효과는 일반적으로 매우 낮지만, 토양훈증 혹은 숙주식물의 제거 등에 의해 토착 내생균근균의 밀도가 낮은 곳에서는 높은 접종효과를 얻을 수 있다. 

(3) 토양 방선균

방선균은 세균과 같은 원핵생물이다. 방선균은 실모양의 균사상태로 자라면서 포자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사상균과 비슷하지만 사상균과 방선균의 차이점은, 사상균은 진핵생물이지만 방선균은 세포핵이 없기 때문에 원핵생물이고 사상균은 균사 폭이 3∼8㎛이지만 방선균은 0.5∼1.0㎛로 매우 작다는 점이다. 방선균은 5℃이하에서는 거의 자라지 않는다. 방선균의 최적생육온도는 28℃에서 37℃이지만, 일부 방선균은 55℃에서 65℃에 이르는 퇴비더미에서 자란다.

방선균은 토양 전 미생물 개체군의 10∼50%를 구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선균은 유기물을 분해하며 생육하는 부생성 생물이다. 정원이나 들판의 흙에서 나는 냄새는 방선균이 분비하는 물질인 지오스민 geosmins에 의한 것이다. 방선균은 부숙퇴비에서도 발견되지만 대부분은 토양에 서식하고 있다. 방선균은 토양 1그람당 105∼108의 개체군을 이루어 토양에서 세균 다음으로 많은 수로 분포하고 있다. 방선균은 산소를 요구하는 호기성이므로 습한 곳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방선균은 한발에 내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방선균이 만드는 포자는 한발에 견딜 수 있다. 그래서 한발 후에 회복되는 방선균은 전체 미생물 개체의 30%에서 90%에 이르기도 한다.

방선균은 알카리조건에 내성이 있다. 토양에서 발견되는 방선균의 일부 중요한 속은 Nocardia, Streptomyces과 Thermoactinomyces속 등이다. 결핵균인 Mycobacterium tuberculosis와 감자 더뎅이병균인 Streptomyces scabie처럼 일부 방선균은 동식물에 병원성이지만, 대부분의 방선균은 일반적으로 무해한 토양 생물이다. Frankia속에 속하는 방선균은 목본 관목 및 나무와 군집을 형성하여 질소를 고정하기도 한다. 토양 방선균의 90%는 Streptomyces이다. 방선균에서 동정되는 항생물질 중 약 76%가 Streptomyces 속에서 나온다. 

(4) 토양 세균

원핵생물인 세균은 생명체로서 가장 원시적이고 성공적인 형태다. 화석에 의해 20∼30억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는 세균은 거의 지구적으로 분포하며, 환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균은 매우 다양한 대사작용을 하고 있다. 세균은 많은 종류의 유기물과 무기물을 분해한다. 세균은 철 및 황과 같은 원소의 순환에도 간여하고 질소를 고정하기도 한다. 한편 세균은 포식자이면서 먹이가 되기도 하며, 병원균이기도 하고 기생자이기도 하다.

세균에는 극한 환경에 서식하는 원시세균이 있다. 원시세균에는 소금광산과 같은 고농도의 염류환경에 생육하는 극호염성균, 퇴적물, 진흙, 곤충소화관, 동물 내장 그리고 동물 반추위와 같이 산소가 없는 장소에서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전환하며 생육하는 메탄생성균, 뜨거운 온천에 서식하는 Sulfolobus와 Thermoproteales와 같은 극호열성균이 있다. 이러한 극한 환경에 서식하는 원시세균도 일반적인 환경에 존재하며 형태적으로도 일반 세균과 큰 차이가 없어 보통 세균에 포함시키고 있다.

전형적인 세균은 직경이 0.15∼4.0㎛이고, 길이는 0.2∼50㎛ 이며 부피는 0.1∼5.0㎛3이지만, 세균의 크기는 세포의 생육상에 따라 달라진다. 세균은 많은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기본형태는 구형, 막대형 그리고 나선형이다. 세균 세포는 구조적 혹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단일 세포로 있는 것보다는 무리 지어 있는 것이 보다 좋은 생존성을 확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양 1그람에는 108에서 1010의 세균이 있음이 직접 관찰된다. 세균은 목초지나 휴경지 보다는 경작지에, 차가운 토양보다는 따뜻한 토양에, 건조한 토양보다는 습윤한 토양에 일반적으로 많다. 세포의 평균 무게는 1×10-12g (0.01ng)으로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균의 양은 전체토양 생물체량의 10%이하로, 환경에 따라 대략 헥타르당 300∼3,000㎏이다. 토양에 서식하는 세균은 주어진 환경에서 실제로 영구한 서식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고유세균(자생적 세균)과 침입자 혹은 일시적 서식자라 할 수 있는 외래세균(외생적세균)으로 분류할 수 있다. 외래세균은 강우, 이병조직, 두엄 혹은 슬러지에 의해 유입되며, 토양에 존속하고 생육하지만 중요한 생화학적 활성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 자생적 세균은 주로 지연생육 세균이지만, 먹이가 존재할 때 속성으로 증식하는 발효적 세균도 자생적 세균이라 한다. 미생물제로 이용되는 세균은 주로 발효적 세균에 속한 것이 많다.

토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Bacillus속과 Pseudomonas속이다. Bacillus속은 토양 분리균주의 7∼67%를 나타낸다. 방선균처럼 Bacillus속은 포자를 형성한다. Bacillus속은 pH 2에서 8의 범위에서 생육하고 온도는 -5℃에서 75℃의 범위에 걸친다. 일부 Bacillus속은 질소를 고정한다. Pseudomonas속은 토양 분리균주의 3%에서 15%를 나타낸다. 일부 Pseudomonas속은 병원성이지만, 다양한 대사작용, 특히 농약과 같은 유기화합물을 분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생물공학에서 널리 주목받고 있다.

이 글과 더불어 

토양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지만 각각의 생물은 나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먹고 먹히는 포식관계 혹은 서로 이로운 점을 주고받는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물론 어떤 생물은 직접적으로 다른 생물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물질대사과정에서 유무기물의 분해 합성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모든 생물은 홀로가 아닌 하나가 되어 생태계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각각의 생물이 삶을 유지하는 방법에 따르기 때문에 결국 먹이사슬로 귀속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산천초목이 자연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균형된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어떤 지역에서는 땅속을 스며들어도 마시지 못하는 물이 되어 버리고, 어떤 경우에는 천연수라 해서 대가를 지불하고 사 마시는 경우가 되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흙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 이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염물질이 토양에 가해 질 때 그 물질을 분해하여 무해한 물질로 순화시켜주는 생명체가 존재할 때와 그렇지 못한 경우, 혹은 있다하여도 유입된 오염물질이 너무 많아 생명체에 과부하가 걸린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이 모든 것이 흙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올바로 파악하고 다루어야 할 이유가 아니겠는가.

아무런 의심 없이 산 계곡을 흘러나오는 물로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우리의 산하가 있음을 고마워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하여 흙 속에 살고 있는 생명의 존재를 인식하고 토양을 다룰 때 그 아래를 흐르는 지하수가 우리의 갈증을 시원히 축여주는 생명수가 될 것이다.

 

 생활 속에 숨쉬는 미생물

 

된장, 김치, 막걸리 그리고 누룩.... 우리 전통 식생활과 관련되어 있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단순히 끓이고ㆍ삶고ㆍ굽는 것이 아니라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발효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음식에서도 맛볼 수 없는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발효란 무엇인가? 생화학적으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미생물에 의해 인간에 유익한 물질이 생성되는 작용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예를 들어 효모에 의해 포도당이 술로 되는 것은 알코올 발효이고, 초산균에 의해 술이 식초로 되는 것은 초산발효다. 식초 이야기 하다보니, 시골 부뚜막 한 켠에 막걸리 담아 소나무 잎으로 마개를 하여 둔 소주 됫병을 본 기억이 난다. 막걸리에 들어있는 알코올이 발효되면 식초가 되는 것이고 초산균은 산소가 있어야 하니까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소나무 잎을 길쭉이 말아서 꼽아둔 것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라기보다는 과학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이런 것들이 더욱 발전되었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 인간미 넘치는 과학문명이 발전되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한편 유산균에 의해 당이 유산으로 되는 즉 김치나 요구르트 제조 등에 사용하는 유산발효가 있다. 발효에 대해 세 가지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용이 여기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지금까지 본 난에 기고된 내용은 미생물의 기능을 추상적으로 설명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식품을 위주로 미생물의 작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식품도 하나의 유기물이므로 미생물의 농업적 이용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능이 적용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1) 메주와 된장 

국거리 혹은 양념 등에 널리 활용되는 된장은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중요한 단백질 식품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된장 담금이 중요한 집안 행사였으며, 모든 가족이 정결한 마음으로 임한 때도 있었다. 구황식품으로서 우리를 지켜주었던 전통 된장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신비는, 허기진 배를 채우려 뜯어먹은 잡초의 구토증을 삭여주기도 하였던 것이다. 비록 독초가 아니더라도 식용으로 하지 않은 풀을 씹어 보면 메스꺼움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된장 속에 숨어 있는 미생물의 작용을 살펴보자. 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메주를 만들어야 한다. 된장용 콩을 깨끗이 세척하고 불순물과 파손된 콩을 골라낸 후 가열하여 찌는데, 콩과 물을 같은 양으로 솥에 넣고 손가락으로 눌러 이스러질 정도로 익힌다. 생 콩보다는 익은 콩이 먹기 좋다는 것을 미생물도 알기 때문이다. 이때 콩에 묻어있는 바실러스 Bacillus 포자는 살아서 메주의 발효에 관여해야 하므로 압력밥솥으로 포자를 죽일 정도로 가열해서는 안 된다. 삶은 콩을 바구니에 넣고 물을 뺀 후 식기 전에 마쇄하여 적당한 크기의 사각형 모양으로 만든 후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이삼일 동안 메주 표면을 말린다. 건조시키는 이유는 표면에 미생물 특히 곰팡이가 지나치게 증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볏짚으로 묶어 매달아 자연적으로 발효시키는데, 이 때 볏짚으로 메 다는 것은 메주 발효와 관련 있는 바실러스가 볏짚에 많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종종 메주를 비닐 끈으로 메 다는 것을 보기도 하는데 이는 미생물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으로, 이렇게 만든 된장 맛은 과연 어떨까. 전통 된장은 음력 10월부터 겨우내 매달아 놓지만, 개량식 된장은 30℃내외의 배양실에서 10∼15일정도 발효시킨다. 이 과정에서 메주의 표면은 말라 갈라지고, 틈과 표면에는 털곰팡이, 거미줄곰팡이, 누룩곰팡이가 자라고, 메주 내부에는 볏짚과 콩에서 유래한 바실러스속의 세균이 생육하면서 단백질을 가수분해하기 시작한다.

개량식 메주는 Aspergillus oryzae 또는 Aspergillus sojae 라고 하는 누룩곰팡이를 배양하여 이를 메주에 접종하여 발효하지만, 전통 메주는 자연미생물의 발효에 의존하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생육하고 있다. 전통메주에서 분리되는 미생물에는 Aspergillus, Rhizopus, Penicillium, Mucor, Scopulariopsis 속의 곰팡이 Rhodotorula, Torulopsis, Saccharomyces, Zygosaccharomyces, Kluyveromyces, Candida, Hansenula 등의 효모 그리고 Micrococcus, Pediococcus, Streptococcus, Lactobacillus Bacillus 속 등의 세균이 있으며, 이 가운데 Bacillus 속의 세균은 전통 된장의 풍미와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겨우내 매달아 논 메주나, 30℃에서 배양한 메주 표면의 곰팡이를 깨끗이 씻고 잘게 쪼개서 햇빛에 말린 다음 적당량의 소금과 물을 넣어 숙성시키면 된장이 되는 것이다.

2) 콩과 청국장

전시에 만들어 먹는 장이라는 뜻의 전국장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청국장은 된장과는 달리 2∼3일이면 완성되는 속성 발효 식품이다. 즉 삶은 콩을 시루에 담고 볏짚을 구겨서 군데군데 꽂아 따뜻하게 보온해서 띄우는 것이다. 볏짚을 사용하는 이유는 된장처럼 볏짚에 청국장을 발효시켜주는 균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볏짚에 묻어있는 균을 고초균(枯草菌)이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 의한 것이다. 보통의 균은 50∼60℃에서 거의 사멸하지만, 내열성 포자를 생성하는 고초균은 열에 강하기 때문에 발효시 발생하는 열로 인해 해로운 균이 전부 죽더라도 계속해서 청국장을 발효시킬 수 있다.

청국장의 일반적인 제조과정은, 대두를 잘 씻어 불려서 익힌 다음 볏짚이 깔린 시루에 삶은 콩을 담거나 콩 사이사이에 볏짚을 잘라 꽂은 후, 아랫목에 이불을 씌워 40∼50℃에서 2∼3일간 보온하면 볏짚에 붙어 있는 야생 고초균의 일종인 Bacillus subtilis가 번식하여 실 모양의 끈끈한 점질물이 생성되면 청국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청국장은 지방이나 가정마다 일정하지 않다. 그 이유는 발효 개시제라 할 수 있는 볏짚에 부착된 고초균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단백질가수분해 효소 활성이 강한 고초균이 많은 볏짚으로 담글 때는 청국장 맛이 좋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맛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부패·변질되기 때문이다. 콩으로 만든 된장과 청국장의 다른 점은 된장은 주로 누룩곰팡이인 아스퍼길러스 Aspergillus속을 이용한 것이고 청국장은 세균인 Bacillus subtilis에 의한 다는 점이다. 

3) 젖과 발효유 

유산균이란 이름은 젖을 발효하여 유산 즉 젖산을 생성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지만, 포도당이나 유당과 같은 탄수화물을 분해 이용하여 유산을 생성하는 미생물 특히 세균을 말한다. 유산을 젖산이라 고도 하므로 유산균을 젖산균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유산균에 의해 젖이 발효된 것을 발효유라 한다. 발효유는 페르시아 시대 유목민들의 가죽주머니에 담아둔 젖의 변화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즉 젖이 특이한 냄새를 내는 순두부와 같은 하얀 커드로 변했지만, 장기간 보존하며 식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유산균의 형태를 현미경으로 보면 막대 모양인 간균과 둥근 공 모양의 구균으로 이들 세균은 운동성이 없다. 유산균은 19세기 말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유산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소화관부터 농산물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요쿠르트ㆍ유산균음료ㆍ치즈ㆍ김치ㆍ소시지 등의 식품뿐만 아니라 약품 및 사료 첨가제에 이르기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우유에 함유되어 있는 대부분의 당은 유당으로, 우유에 유산균을 접종하면 유산균에 의해 유산이 생성된다. 생성된 유산에 의해 우유 속의 단백질이 응고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요구르트라고 한다.

발효유 제조에 사용되는 유산균은 락토바실러스 Lactobacillus, 스트렙토코커스 Streptococcus, 비피도박테리아 Bifidobacteria 등이다. 유산균은 8℃ 이상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37℃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며, 그늘에서 잘 자란다. 유산균은 산소가 적은 곳을 좋아하고, 10% 농도의 우유 속에서 증식이 가장 잘 되지만, 플라스틱이나 놋그릇에서는 배양이 잘 안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4) 채소와 김치

김치는 신선한 채소를 보존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채소 염장발효음식이다. 김치 에서 분리되는 미생물에는 Lactobacillus plantarum, Lactobacillus brevis, Streptococcus faecalis, Pediococcus cerevisiae, Leuconostoc mesenteroides등의 유산균과 Achromobacter, Flavobacterium, Pseudomonas속에 속하는 호기성 세균이 있다. 이와 같이 김치 발효에 관련된 미생물의 종류는 많지만, 가장 큰 작용을 하는 것은 발효유 제조와 관련된 유산균을 꼽을 수 있다. 유산균은 김치의 발효를 촉진하고 맛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유산균에 의해 생성된 유산은 채소의 성분과 유기적인 결합을 하여 풍미를 더하며, 김치 숙성에 나쁜 부패균의 발육을 억제한다.

김치 초기 발효에 관여하는 유산균은 류코노스톡크으로 김치의 맛을 알맞게 한다. 중기와 후기에 등장하는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는 해로운 균을 사멸시키지만 산을 과도하게 생성해 김치 산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치숙성 후기에는 여러 종류의 효모가 출현하게 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이들 효모의 증식으로 김치 중의 젖산이 감소되고 마침내 부패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하게 되어 악취가 발생하며 김치가 물러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로는 군내가 나고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묵은지라 하여 이용하기도 한다. 

5) 누룩과 막걸리

집에서 막걸리를 만들려면 항아리에 약간 되게 지은 고두밥과 누룩 그리고 물을 넣고 나서, 항아리를 따뜻한 방의 아랫목에 담요를 덮어놓는다. 하루가 지나면 거품이 생기고 군내가 약간 난다. 군내는 당분이 효모에 의해 발효되면서 생기는 이산화탄소이다. 삼일 째가 되면 거품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군내도 가장 많이 나지만 술 냄새도 제법 맡을 수 있다.

이때 마른 미역을 넣어 술의 신맛을 없애 술을 오래 보관하기도 하는데 미역의 알칼로이드 성분이나 칼슘이 술을 중화시켜 막걸리가 시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오일정도 지나면 거품과 군내 대신에 술 냄새가 솔솔 코를 찌르게 된다. 이것을 체로 걸러내면 우리 고유의 막걸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술을 빚을 때 사용하는 누룩은 어떻게 만드는가. 누룩에 사용하는 밀은 보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작물로서 신석기 시대의 유적에서도 발견된다. 밀은 다른 곡물처럼 탄수화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런데 밀에는 무기산이 많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쓰린 경우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이 밀을 누룩으로 만드는 이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누룩에 발생하는 곰팡이는 산성에도 잘 자라기 때문에 누룩곰팡이가 다른 세균류 보다 쉽게 밀에서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서에 의하면 누룩은 막누룩(병국 餠麴)과 흩임누룩(산국 散麴)으로 나뉘기도 한다. 막누룩은 분국(焚麴)과 신국(神麴)으로, 흩임누룩은 황의(黃衣)와 황증(黃蒸)으로 나눈다.

막누룩이란 밀을 제분한 후 물을 가하여 뭉쳐 놓은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분국은 볶은 밀을 제분하여 쓰는 것이고, 신국은 볶은 밀ㆍ찐밀ㆍ날밀을 가루 내어 각각 같은 양씩 혼합하여 쓰는 것이다. 보릿짚이나 뽕나무 잎을 누룩에 덮어서 이들 식물체에 붙어있는 곰팡이와 효모가 누룩에 부착되도록 하고 뽕나무 잎이나 쑥 등을 달인 즙으로 반죽하여 곰팡이 생육을 좋게 한다. 막누룩에는 거미줄곰팡이Rhizopus와 효모가 많고 털곰팡이 Mucor가 다음으로 많다.

흩임누룩은 밀 낱알이나 가루로 만든 것으로 흩어져 있는 누룩을 말한다. 여기에는 황의와 황증이 있는데 황의는 곡물의 낱알을 그대로 이용한 것으로 밀알을 물에 담근 후 꺼내서 적당한 두께로 펴놓고 물억새나 도꼬마리같은 식물의 잎으로 덮은 다음 7일이 지나서 노랗게 포자가 덮이면 꺼내서 햇볕에 말려 쓰는 것이다. 황증은 밀을 제분한 후 물을 첨가하여 찐 후 고루펴서 식히고 양손으로 어루만져 부수는 것으로 7일정도면 얻어진다. 흩임누룩에는 거미줄곰팡이 Rhizopus, 털곰팡이Mucor, 누룩곰팡이 Aspergillus등의 미생물이 많다. 

6) 포도와 와인

과일 쥬스를 발효시켜 알코올 음료를 만드는 방법은 인류가 이용한 가장 오래된 화학반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간혹 싱싱하고 탐스러운 포도 알에 하얗게 무언가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포도주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효모이다. 그러므로 포도주를 담글 때 따로 술을 붓지 않아도 발효가 되는 것은 바로 이 효모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포도액을 만들 때 포도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발효시키면, 포도 껍질에 묻어있는 곰팡이에 의해 포도에 포함된 당의 일부만 발효되고 대부분이 남아서 단맛을 가진 포도주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포도주 조제에서는, 수확한 포도를 먼저 깨끗이 씻은 후 으깨서 포도껍질을 제거한 포도액(must)을 만든다. 포도즙은 물ㆍ단당류ㆍ녹말ㆍ유기산ㆍ아미노산ㆍ비타민ㆍ효소ㆍ비휘발성 에스터 등이 섞여있는 복잡한 혼합물이다. 이처럼 포도액에 들어있는 화합물의 종류와 농도가 포도의 품종과 생육 조건에 따라 매우 다르기 때문에 포도주의 맛과 품질에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포도주에 들어있는 알코올은 포도즙의 단당류가 주로 사카로마이세스라는 효모의 발효작용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포도즙을 먼저 이산화황으로 처리해서 잡균을 제거한 후 효모를 접종하여 발효통에 넣고 밀봉하여 발효시킨다. 산화반응에 해당하는 발효작용에는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가 되도록 조절해 주어야 한다. 한편 알코올을 식초로 만들어 신맛이 나게 하는 초산균인 아세토박터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산소의 유입도 막아야 하며, 효모에 의한 발효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 이들 효모가 좋아하는 산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주어야 한다.

발효가 충분히 진행되어 알코올의 농도가 7∼15% 정도가 되면, 벤토나이트와 같은 화합물을 넣어 부유물을 걸러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주를 유리병에 담아 코르크 마개로 막은 후 어둡고 온도가 적당히 조절된 창고에서 숙성시킨다. 숙성과정에서 포도주에 남아있는 화합물들의 복잡한 반응에 의해서 맛과 향이 더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주는 그대로 마시기도 하지만, 증류 공정을 거쳐서 알코올의 농도를 높인 코냑과 같은 브랜디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한편 포도주에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가하거나, 일반 포도주를 한 번 더 발효시켜 이 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탄산음료와 비슷한 거품이 있는 포도주를 만들기도 한다.

7) 당밀과 럼주

당밀이란 사탕수수 즙을 농축시켜 설탕 결정을 분리하고 남은 액으로 럼주의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당밀의 주요 성분으로는 자당 saccharose이 33.7 %로 총당으로 환산하면 60.9 %에 이른다. 이처럼 당밀은 고농도의 당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알코올 발효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원료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밀도 앞에서 설명한 포도주와 같이 발효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럼의 발생지는 설탕을 많이 생산하는 중앙 아메리카의 서인도 제도이다. 럼주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17세기 증류기술을 익힌 영국인으로, 이 강한 술을 마셔본 원주민들이 취하여 흥분(rumbustious)하게 되었다 하여 앞 세글자를 따서 럼(Rum)이라 하였다고 추측되고 있다. 
당밀에는 발효에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지만 질소성분이 없기 때문에 당밀을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따로 질소원을 첨가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양분이 보충된 당밀에 4∼15%의 효모를 접종하여 발효시키면 럼주가 만들어진다. 발효 초기 온도는 21℃로 하여 최대 온도는 33℃에 이르는데,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약한 럼주는 하루 반에서 이틀이 되면 얻을 수 있다.

8) 발효녹즙과 배양체

근래 들어 쑥, 미나리, 보리, 클로버, 죽순, 쌀뜨물, 고두밥, 당밀, 벼 그루터기, 부엽토 등을 이용하여 발효녹즙 혹은 토착미생물 배양체 등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는 농가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어떠한 원리에 의해 만드는가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이 많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동안 이들 재료와 관련된 미생물학적 특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였으리라 생각한다.
간략히 설명하여 유용물질을 만드는 미생물이 어디에 살고, 무엇을 먹이로 하는가 하는 점이다. 볏짚에는 단백질을 가수분해하는 고초균이 있고, 쑥, 클로버, 밀, 보리 등의 식물에는 발효미생물이 부착되어 있을 뿐만아니라 그 즙액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밀기울이나 쌀뜨물 등에는 유산균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먹이가 되고, 고두밥은 술 빚는데 이용되는 것처럼 부패와 관련된 세균보다는 메주처럼 발효와 관련된 미생물이 살기 좋은 서식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 먹이가 되는 것이다. 때론 밀기울이나 부엽토 등에 하얗게 핀 곰팡이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누룩 만들 때 자라는 거미줄 곰팡이 혹은 털곰팡이와 같은 것이다. 
편 농가에서 만드는 녹즙 등에 흑설탕이나 당밀이 다량 첨가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두부처럼 콩을 이용한 식품은 쉽게 변질되는데 그 이유는 콩 속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유해미생물에 의해 쉽게 부패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질소화합물인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물질을 쉽게 이용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흑설탕 같은 당분은 그 자체로서 발효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당분은 발효되어도 알코올 혹은 유기산류가 되어 부패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흑설탕이나 당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농자재가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탄수화물인 당과 관련된 식물과 미생물이 생활에 주로 이용되고 있으며, 농자재에도 이러한 기능이 일부 적용되는 것이다.

이 글과 더불어 

우리는 미생물의 변화 무쌍한 역할을 살펴보았다. 보기에는 미생물의 작용이 복잡한 것 같지만, 먹이라는 원인에 미생물이라는 과정이 작용하여 산물이라는 결과가 도출되는 순리가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빛을 보고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미생물이 먹이를 향해 달려가지는 못하지만, 생태계에 서식하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은 각각 서식환경과 먹이에 특이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제자리 찾기가 있기 때문에 미생물의 활성 특히 발효작용을 우리의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발효미생물과 같은 대부분의 미생물은 생태계에서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여러 가지의 이로움을 인류에게 전해주는 소리 없는 전령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자리를 지키며 소리 없이 최선을 다하는 자연과 인류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떠올리며, 오감을 자극하여야 비로소 반응을 보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이십세기가 저무는 마지막 이 밤에 인간의 감성을 울리는 침묵의 소리에 마음을 기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