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친구의 세상

가을 사랑

금오귤림원 2005. 9. 27. 09:53



가을 사랑 - 詩人: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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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만을 꼽으라면 그건 바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일입니다
물은 물고기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흘러갈 수 있지만 물고기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음을....
이 세상에 발붙이고 있는 한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내겐 곧 숨쉬며 살아가는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