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농부의 세상

한 편의 솔직함. 그가 좋다.

금오귤림원 2005. 6. 12. 03:42

어찌하다 내 육신이,
어찌하다 내 영혼이,

이 골짜기로 흘러들었는지 모른다.

내가 살아온 세월이
나를 떠 밀어 이 곳까지 오게 했는지
정녕 나는 모른다.

정녕,
내 마음 한 곳에,
나를 이 곳에 있게한 그 무엇이 있을까?


하늘은 찌푸둥, 희뿌연 안개비에 휩싸여 있지만,
그래도 이 아침.

상큼한 내음이 있어
나를 기쁘게 한다.

내 언제 이들을 알았던가!
내 언제 이들을 찾았던가!

언제나 정갈하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여운 가득한 내음으로, 이 방 가득히 나를,
나를 잔잔한 흥분속에 밀어 넣는다.

................................................................
어정쩡한 이 아침에, 한 선배님의 글을 뵈며,
작지만, 잔잔한 여운이 있어 모셔 이곳에 소개합니다.

원시인 강창룡 ^_^*

--------- [ 아래는 이성진(4) 선배님의 글..모셔왔습니다.]----------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그가
남자이던 여자이던
나이가 많던 적던 상관없이
서로가 똑바로 볼 수 있는 속 가진 이라면
가리지 않고
무작정 좋아합니다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던 마찬가지 겠지만
딱 한번만 살다가 죽는 사람이
그 무엇보다 좋은것은
후회하고,용서하고,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이 느끼는
애틋한 그 감정이

이른 아침
연약한 풀잎에 대롱대롱 매달려
떨어지면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이슬처럼
영롱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더러는
살아오는 동안
켜켜이 쌓인 먼지들을
말갛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깨끗하게 털어내지 못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는지
은유적으로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 보다는
쩍쩍 갈라진 마른 벼논에
졸졸거리며 흘러드는 냇물 한모금 머금고
금새 춤추며 일어서는 벼잎처럼
솔직한 사람이 나는 좋습니다.


애초부터
세상살이 달관한 시인이나
청자연적 빚어내는 듯 하는
수필가를 부러워한 적은 하나 없는데

비름나물 하나 만으로도
얼음같이 맑고 투명한 사람들이
수저 올리는 즐거움을 알고
해거름 될라치면
혼자사는 옥이네 할머니를 걱정하는
낮은데로 임하는 그 고운 심성이
한없이 부러웠음은 고백합니다.

나보다 당신을 먼저 생각하고
마른기침에도
숨길곳도 없이 얄팍한 가슴을 헤아리는
그런 사람을 나는 좋아합니다.

장대비 쏟아지는 이런날에는
사람을 찿아가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당신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2001 / 7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