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전의 향기

[2009.07.16 (목) 맑음] 形雖小蜉蝣 毒則倍蚤蝎 (성가신 모기)

금오귤림원 2009. 7. 16. 01:14
形雖小蜉蝣 毒則倍蚤蝎
형수소부유 독즉배조갈

몸은 하루살이만큼 작으나(形雖小蜉蝣),
독은 벼룩이나 전갈의 배나 된다(毒則倍蚤蝎).
- 신익상(申翼相), 모기를 읊다[詠蚊], 《성재유고(醒齋遺稿)》
장마가 그치고 무더위가 찾아오면 여름의 불청객 모기들도 때를 만난 듯이 극성을 부릴 것입니다. 모기약도 방충망도 없던 시절에는 모기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선인(先人)들이 모기를 소재로 지은 재미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위 구절은 성재(醒齋) 신익상(申翼相 1634~1697)이 모기를 소재로 지은 시의 일부입니다. 저자는 이 시에서 사람 못살 게 굴기론 모기에 대적할 게 없다면서 하루살이만한 작은 몸과 가을 터럭 같은 가느다란 주둥이로 살을 쏘아대는데 독이 벼룩이나 전갈보다도 심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대낮에는 안 보이다가 밤만 되면 누비고 다니는데 눈앞에선 날지 않다가 귓전에서 앵앵댄다고 성가시게 생각합니다. 또 더위 먹은 늙은이가 모기에 물릴까 봐 감히 어깨도 못 내놓고 무릎도 못 내놓고 있다고 괘씸하게 여기면서 모기는 틀림없이 소인(小人)의 혼(魂)이 화생(化生)한 것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모기에게 까불지 말라 하며 서리 내릴 때를 두고 보겠노라 벼릅니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마음에 이는 느낌을 재미있게 표현한 글입니다. 짜증이 날 만한 일을 가지고서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글을 엮음으로써, 마음의 동요를 잠재웠던 선인들의 마음의 여유를 배워 봅니다.
옮긴이 :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